학내 ‘코로나 사각지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대학 내 집단 감염에 대한 우려가 크다. 서울대는 4월 중순까지 모든 강의를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등 학생의 등교를 막아 방역에 나서고 있지만, 학교 직원과 대학원생을 위한 대응 방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화) 고용노동부는 수정된 ‘코로나19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한 사업장 대응 지침’을 발표했다. 지침의 내용은 △시차출퇴근제(기존의 근로 시간을 유지하며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제도) △재택근무제 △원격근무제 등 유연 근무제 활용을 골자로 하며, 해당 지침을 모든 국내 기관에서 지키도록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업무시간 전체를 활용한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연세대 인사팀 관계자는 “부서 재량으로 업무시간 내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고려대 인력개발팀 관계자 또한 “늦게 출근하거나 일찍 퇴근하는 유연 근무제와 함께 재택근무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라며 “임산부와 기저 질환이 있는 직원을 우선으로 해 부서 재량으로 재택근무를 실시한다”라고 밝혔다.

서울대도 지난 17일부터 단과대와 본부를 불문하고 모든 직원에게 유연근무를 허용하고 있지만,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뿐 출근은 필수적이다. 본부에서 발표한 ‘코로나19 관련 유연근무제 시행 계획’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희망하는 직원은 한 시간 일찍 퇴근하는 A형과 한 시간 늦게 출근하는 B형 중 하나를 선택해 한 시간씩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 인사교육과 관계자는 “정부에서 공공기관과 국립대를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권고했지만 서울대는 해당하지 않는다”라면서도 “학교 자체적으로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점심시간도 부서별로 3개 조를 편성해 직원들은 30분의 격차를 두고 식사해야 한다. 부분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점심시간을 분리해 운용하고 있지만, 사무실에 머무르는 시간만 줄어들 뿐 직원들은 매일 출근해야 한다. 인사교육과 관계자는 “업무시간 전체를 할애해 재택근무를 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대학원 수업도 학부 수업처럼 비대면으로 전환됐지만, 랩실에 출근해야 하는 대학원생이 많아 비대면 방침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랩실마다 방침이 다르지만 평소와 같이 출근해야 하는 곳도 있을 뿐 아니라, 군 복무를 대체하고 있는 전문연구요원은 공가*가 나오는 법적 근거가 없어 의무적으로 출근해야 한다. 공대 대학원생 A씨는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랩실도 있지만, 공대 특성상 진행해야 하는 실험과 시뮬레이션을 중단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출근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출근을 강제하지는 않지만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나 실험으로 인해 사실상 출근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대학원생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에 공대 관계자는 “행정실 차원에서는 등교를 자제하라고 공지하고 있지만, 랩실 출퇴근 문제까지는 관여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한편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근로를 원하지 않는 교내·외 근로장학생은 근로 시작일을 연기할 수 있다. 장학복지과 관계자는 “일단 근로장학생들에게 근로 시작일을 4월로 연기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라며 “이후 상황을 보고 추가 안내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공가: 병가 이외의 원인에 해당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에 허가하는 휴가제도

사진: 박소윤 기자 evepark0044@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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