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전보공학부 박사과정 장종수
장종수 (전기·정보공학부 박사과정)

“당신은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행복하다고 1초의 망설임 없이 대답할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던져 본다면 행복하다고 바로 대답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머뭇거리거나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인생의 행복을 위해 많은 갈림길에서 계속 선택을 한다. 대학원 진학도 그중 하나의 선택이었다. 많은 학생들이, 원하는 분야의 연구와 공부를 하고 싶다는 지식 갈망의 이유에서부터, 특정 직업의 필요조건인 학위를 받겠다는 이유까지 다양한 목적으로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을 것이다.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의 내 모습은 성공적인 혹은 타의 모범이 될 대학원생의 모습은 아니다. 대학원 생활 동안 이룬 것 없이 잃어버린 것들만 보이고 약간의 우울증까지 생겼다. 과거의 내가 대학원 생활에서 이루고자 했던 청사진은 결코 지금의 모습은 아니었다. 지금의 나는 졸업만이 목표가 된 대학원생이 되어 버렸고 이따금 후회와 불안으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잠들기 전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며 잠들기도 한다.

이제 질문에 대답하자면 나는 1초의 망설임은 있겠지만 행복하다고 대답을 할 것이다. 삶이 힘들고 불안하다는 것이 불행하다는 소리는 아니지 않은가? 꿈을 펼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한 많은 사람들 중에서 여러 이유로 힘들어 하는 학생이 적지 않을 것이다. 연구에 어려움이 있다거나, 연구 외적인 업무가 많다거나, 경제적인 어려움 등의 다양한 이유로 힘들고 지쳐 있는 사람들이 존재할 것이다. 이들에게 행복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만 이 상황을 버텨 낼 수 있도록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인지 말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작은 행복 하나하나를 찾아보자. 늦은 밤 퇴근 후 맥주 한 잔 마시면서 쉬는 것이 행복을 가져다 줄 수도 있을 것이고, 점심 먹은 후 가볍게 산책 하는 것이 행복을 가져다줄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산 정상에서 살기를 원한다. 하지만 모든 행복과 성장은 당신이 산을 오르고 있을 때 발생한다(Everyone wants to live on top of the mountain, but all the happiness and growth occurs while you’re climbing it)”라고 앤디 루니가 말했다. 우리는 흔히 산 정상에서 살면 행복할 것이라고 착각하지만 산 정상에서 살아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정상을 향해 가는 길에 발견한 행복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한국 최고의 대학에서 공부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기에 행복했던 것이 아니라, 여기에 오기까지 겪었던 무수한 일들과 사소한 행복들을 만나서 함께 왔기에 여기에 있을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지금의 대학원 생활이 힘들고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는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할 수 있었고 주변에는 나를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가족, 친구, 동료들이 있다. 그리고 가끔은 실험 결과가 좋을 때도 있지 않았던가? 이러한 잊고 지냈던 고마운 부분들을 찾아보고 그곳에서 나의 행복을 찾아보자.

우리는 앞으로도 어떤 목표들을 설정하고 그것을 위해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졸업은 앞으로 만나게 될 힘든 관문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는 동안 많은 난관을 만나게 될 것인데 그때마다 힘들어 하면서 주저앉을 수는 없지 않은가? 정상을 향해 가는 동안 겪는 험난한 길 때문에 너무 괴로워하느라 소소한 행복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행복하기 위해서 선택했던 길이 나를 불행으로 빠뜨리지 않도록 말이다. 이는 지금 너무 힘들어하는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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