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학생의 수업권은 어디로?
코로나19, 대학생의 수업권은 어디로?
  • 정인화 기자
  • 승인 2020.03.29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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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확산으로 대부분의 대학이 비대면 온라인 강의 기간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카이스트와 성균관대는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잦아들 때까지 무기한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기로 결정했고 유니스트와 같이 1학기를 전면 온라인 강의로 진행하는 학교도 있다. 서울대, 연세대, 서강대 등은 4월 중반까지 온라인 강의 기간을 연장했다. 갑작스러운 온라인 강의 진행으로 대학생은 강의 수강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입학금·등록금 환불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흔들리는 대학생의 수업권

온라인 강의 진행으로 대학생의 수업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에서 이번 달 18일(수)~25일 진행한 수업권 침해 사례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의 온라인 강의 만족도는 ‘매우 불만족’과 ‘불만족’을 합산해 64.4%, ‘보통’이 28.3%, ‘만족’ 혹은 ‘매우 만족’이 6.7%로 드러났다. 또한 해당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사이트 서버 접속 오류(36.7%) 교수자와의 소통 미비(50%) 자막 및 시청각 자료 미비(44.1%) 계열별 특성 미고려(46.4%) (복수응답)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온라인 강의가 대면 강의만큼의 질을 보장하지 못하며 대학생의 수업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대학가에 팽배해 있는 것이다.

특히나 실험·실습 과정이 중요한 자연대, 공대, 생활대 등의 단과대에서는 강의가 충실하게 진행되기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서강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서강대 비대위) 박철훈 비대위원장은 “실험·실습 과목은 다음 달 13일 대면 강의가 시작되기 전까지 녹화 영상을 통해 실험 방법을 전달하고 예비 리포트를 제출하는 등의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서울대 또한 실험이 포함된 일부 강의가 서강대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학사과 관계자는 “앞으로의 수업 진행 방향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 중이지만 다음 주 중으로 실험·실습 수업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기 수업의 비중이 높은 예체능 계열 학생들의 경우 수업권 침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는 비대면 강의 기간인 다음 달 6일까지 대부분의 강의가 자체적으로 휴강을 결정했고 일부 이론이나 교양 강좌만이 수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학기 초로 예정돼 학생들이 준비해 온 공연·전시 등이 전면 연기·취소되면서 그를 위해 강의를 수강했던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도 발생했다. 서울대 음·미대 학생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 미대 과제전이 취소된 가운데 A씨(서울대 디자인학부·18)는 “모여서 해야 시너지가 생기는 전공 수업들은 수강을 모두 취소했다”라며 온라인 수업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했다. 서울대 음대 김서정 학생회장(기악과·17) 또한 “실습 수업의 의의는 교수자와 학생 간의 상호작용 및 현장감에서 오며 각종 합주 및 반주 수업도 학생들이 직접 만나 연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강의의 본래 취지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입학금·등록금 환불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할까?

온라인 강의의 질적 저하가 지적된 상황에서 대학가를 중심으로 입학금·등록금 환불이 가능할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진행되고 있다. 전대넷은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은 납부한 등록금에 준하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라며 지속적으로 대학 등록금 환불을 촉구해왔다. 음대 김서정 학생회장 역시 “음대가 타 단과대에 비해 높은 등록금이 책정된 것은 시설 사용료 및 1:1 레슨 등의 강의료 때문”이라며 “등록금 일부 환불에 대한 학교 측의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대학은 입학금·등록금 환불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온라인 강의 서버 증축이나 코로나19 방역 등으로 학교 측의 추가 지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입학금·등록금 환불 결정이 전적으로 학교장의 재량에 달려있다는 점도 환불이 실현되기 어려운 요인 중 하나다. 권이중 변호사(변호사 권이중 법률 사무소)는 “입학금·등록금을 주고받는 대학생과 대학교의 관계는 민사적인 계약관계”라며 “교육부가 대학에 환불을 권고한다고 하더라도 대학이 이를 따를 의무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다만 “실험·실습 비용을 등록금에 포함된 형태로 납부했다면 대학교가 약정된 실험·실습을 하게 해 줄 채무를 불이행한 것”이라며 “등록금 중 실험·실습 비용이 특정된다는 전제하에 그 부분에 대한 등록금을 환불받는 것은 법적으로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입학금·등록금 환불 여부를 현시점에 결정하기는 이르다는 관점도 존재한다. 한예종 유한나 총학생회장은 입학금·등록금 논의로 학교 측과의 관계가 틀어지면 시급한 사안에 대응하기 어려워, 학교 측과 등록금에 대한 논의를 아직 나누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유 총학생회장은 “비대면 기간이 끝난 뒤 실기 수업에 대한 대처가 미비했거나 폐쇄된 시설물로 피해를 봤다는 제보가 들어올 경우 등록금 문제에 대해 학교 측과 진지하게 이야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등록금 환불을 꾸준히 주장해 온 전대넷 또한 법률 자문과 대학생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등록금 내역 중 안전 대책 마련을 위해 지출된 경비를 투명하게 학생들에게 공유하고, 사용되지 않은 시설 유지비 등의 차액은 하반기 등록금 반환으로 환원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요구를 정리했다.

수업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입학금·등록금 문제가 빠르게 해결되기 어려운 현 상황에선 대학생의 수업권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지 논의하는 일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온라인 강의의 질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요구된다. 서강대 박철훈 비대위원장은 학교 측에 온라인 강의의 서버 증설과 같은 기술적인 지원과 함께 “사전 제작된 강의 자료나 과제 대신 자체 제작 영상이나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지향하도록 요청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호남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에서는 온라인 강의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교수자를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 자체적인 노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진행상의 어려움으로 강의가 폐강되거나 강의 중 실험·실습이 불가능해 피해를 본 학생들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일례로 POSTECH은 실험·실습 과목에 대해 종강 직후인 6월 29일부터 7월 24일까지 4주간 집중 보강 기간을 마련하고 폐강된 강의들은 여름학기에 재개설해 별도의 계절학기 비용 없이 수강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예종 유한나 총학생회장은 상반기 공연·전시 등이 취소돼 학생들이 겪게 된 어려움에 대해 “문화예술계 전반의 문제인 만큼 문화예술계가 함께 해결책을 고민할 부분”이라고 강조하면서도 “학교에서도 최소한의 인건비 지급, 연기된 공연에 대한 대책 마련, 취소 공연에 대한 금전적 지원 등을 책임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학생과 학교 모두 예상치 못한 문제들을 마주하게 된 만큼 무엇보다도 학교 측과 학생 간의 적극적인 의사소통이 요구된다. 학생들이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불편을 학교가 인지하기는 일반적으로 어려운 만큼 학생회를 통해 학생들의 어려움을 전달하고 학교 측이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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