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지금, 세계 각국은 한국의 코로나 방역·검진 시스템을 격찬하고 있다. 각국의 정치인들과 의학 전문가들은 코로나에 대처하는 한국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의심 환자에 대한 전수조사, 동선 추적을 바탕으로 한 선제적 방역 체계, 저렴한 검사 비용 등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한국의 방역 모델은 세계 각국의 눈에 독특하면서도 성공적인 것으로 비친다. 전문가들은 신천지예수교로 인해 촉발된 예상외의 집단 감염을 제외하면 한국이 코로나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점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의 칭찬을 받는다고 해서 이런 시스템에 무비판적으로 기대어서는 안 된다. 한국 방역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배경에는 높은 시민 의식을 바탕으로 한 국민들의 협조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지만, 한 켠에는 국민에 대한 국가의 확고한 장악력이 놓여 있다. 한국의 시스템에서는 국가가 국민들의 신상 정보를 빠르게 수집하고, 감염자 혹은 감염의심자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며, 감염 예방에 필요한 조치들을 강제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즉 국가가 공중 보건의 명목으로 국민 개인의 정보와 사생활에 일정 부분 간섭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은 현재 나름 성공적으로 코로나 사태에 대처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한 일말의 불안감을 주기도 한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이래 한국 정부는 국민들의 개인 정보를 장악함으로써 국민들을 통제해왔다. 기본적인 인적 정보를 등록할 것을 강제하는 주민등록법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이러한 국가의 정보 통제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으며, 과거 여러 역사적 국면 속에서 실제로 개인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확산을 늦추고 조기에 확진자를 발견하기 위해 정부는 확진자들의 개인 정보 및 생활 동선을 빠르게 확보해 공개함으로써 국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적극적으로 코로나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를 등록된 개인 정보, 통신 기록, 신용카드 내역, 위치 추적 등을 바탕으로 확인하고 공개해 감염을 통제하고자 한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는 국가의 개인에 대한 정보 장악력이 다소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한편으로는 국가의 정보 장악력이 이처럼 신속하고도 깊숙하게 개인의 정보를 확보하고 사생활을 파헤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지금 당장은 시급한 공중 보건을 위해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어느 정도 침해하고 개인의 정보를 통제하는 데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만, 이러한 국가의 통제력이 갖는 위험성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한다.

현재 학계에서는 연일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향방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가 휩쓸고 간 이후, 미시적으로는 개인 간의 소통 방식이나 문화 향유 방식 등이, 거시적으로는 국가 혹은 세계 체제가 작동하는 원리가 어떻게 달라질지를 논의하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드러난 국가의 개인 정보 수집 능력이 이전과 달라질 포스트코로나 시대에서 어떻게 활용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확인한 국가의 정보 장악력이 갖는 힘을 경계하고 이 힘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게끔 주의를 환기할 필요가 있다.

박훈창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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