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사건’ 학내 여론 제각기 터져 나와
‘n번방 사건’ 학내 여론 제각기 터져 나와
  • 이현지 취재부 차장
  • 승인 2020.04.06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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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석회의, 기자회견 열어 연서명 받은 n번방 성명문 낭독

연석회의 성명문 수정 없어

농생대 제안 향후 일부 반영

혐오 규탄 성명문 작성 결정

단과대도 n번방 사건 성토

'2020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연석회의)를 비롯한 여러 학생 자치 단위가 ‘텔레그램 n번방 성폭력 사건’(n번방 사건) 관련 성명문을 내놓으며 학내 여론이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1일(수) 연석회의는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언제까지 평등한 사회를 외쳐야만 하는가: 텔레그램 n번방 성폭력 사건에 부쳐’ 성명문을 발표했다. 연석회의는 지난달 24일 해당 성명문을 게시하고 동의하는 학생들의 연서명을 받았으나, 26일 농생대 연석회의(농생대)가 성명문의 전면 수정을 제안했다. (인터넷 『대학신문』 3월 30일 자) 이에 지난달 30일 열린 연석회의 제18차 운영위원회(연운위)는 성명문은 고치지 않되 향후 n번방 사건 관련 활동에는 농생대의 제안을 일부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1일 기준 총 13개 단과대와 동아리연합회(동연)가 각각 n번방 사건 관련 성명문을 발표했다.

연석회의 성명문 갑론을박, 연운위까지 이어져

지난 연운위에서는 연석회의 성명문 수정 여부와 향후 n번방 사건 관련 활동 방향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농생대는 연운위에 △가해자 수 26만 명 출처 명시 △’N번방 사건은 성차별이 사회적으로 정당화됨을 드러낸다’ 항목 재검토 △가해자 규탄 및 피해자 구제 강조 △아동·청소년 보호 강조 △차별금지법 입법을 요구한 맥락 추가를 골자로 하는 ‘n번방 성폭력 규탄 성명문 수정 제안서’(농생대 제안서)를 발의했다. 하지만 연석회의가 성명문 작성을 절차대로 의결했으며, 이에 대한 피드백 또한 충분히 받아 성명문을 수정하기 어렵다는 반박으로 인해 해당 제안서는 의결되지 못했다. 결국 절충안으로 향후 연석회의 활동에서는 가해자 수의 출처를 분명히 밝히고, 성차별적 사회구조 및 차별금지법 입법에 대해 부가 설명하도록 하는 수정안이 채택됐다. 연석회의는 이에 따라 기자회견에서 △n번방 사건 엄중 수사 △디지털 성폭력 예방 법안 마련 △성차별적 사회구조 타파를 강조했다. 동연 정규성 회장(철학과·17)이 “국회·정부가 디지털 성범죄의 정의와 적절한 양형 기준을 고민해야 한다”라며 “국가가 나서서 성차별적 인식을 타파하겠다는 선언으로서 차별금지법을 입법하기를 요구한다”라고 성명문을 풀이했다. 인문대 신귀혜 학생회장(국사학과·17)은 “n번방 사건의 원인으로 성차별적 사회구조 또한 지적하는 연석회의의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다”라고 밝혔다.

농생대 사과 요구 대신 혐오 발언 규탄하기로

농생대에 대해 제안을 철회하고 사과하기를 요구하는 연서명(철회 연서명) 또한 343명의 동의를 얻어 연운위에서 논의됐다. 철회 연서명을 발의한 황운중 씨(자유전공학부·14)는 “농생대의 제안서 발의에 항의하기 위해 반대 안건을 상정했다”라고 밝혔다. 처음에는 연석회의가 농생대에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문을 작성하는 안건이 발의됐으나, 상급 단체(연석회의)가 하급 단체(단과대)에 직접 유감을 표명한다면 향후 학생들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등장하면서 안건이 수정됐다. 이에 연운위는 농생대 제안 철회를 발의한 이들이나 몇몇 단과대 학생회장을 향한 혐오와 비난을 규탄하는 성명문을 내는 것으로 수정안을 가결했다. 황운중 씨는 “이들 학생도 보호해야 앞으로도 학생들이 주장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단과대별 n번방 사건 성명문 이모저모

13개 단과대 학생회(인문대, 사회대, 자연대, 간호대, 공대, 미대, 사범대, 생활대, 수의대, 음대, 의대, 자유전공학부, 치의대)와 동연은 각 단과대운영위원회(단운위)나 동연 운영위원회 의결을 거쳐, n번방 사건을 규탄하고 성폭력 처벌·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법안을 요구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n번방 사건 해결의 본질로 성차별적 사회구조 및 인식 전환을 지적한 단과대도 많았다. 자유전공학부는 성명문에서 “디지털 성범죄가 수요와 공급이 맞물린 거대한 산업이라는 점에서 문화적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밝혔으며 수의대 성명문 또한 “국가 책임 강화를 통한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천”을 요구했다. 인문대 신귀혜 학생회장은 “일상 속 성차별적 문화가 근절돼야 n번방 사건 등의 성범죄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공대는 성명문에 “이 사태로 촉발되는 소모적인 갈등과 논쟁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공대 이상민 부학생회장(에너지자원공학과·17)은 “가해자 숫자 관련 논쟁이나 의미 없는 성별 갈등으로 논점이 흐려지는 것에 대한 유감”이라고 설명했다.

농생대 제안서, 각 단과대는 어떻게 생각하나?

농생대 제안서에 대해서는 단과대별 입장이 분분했다. 많은 단과대가 연석회의 기자회견에는 참여하되, 농생대 제안서에 특정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몇몇 단과대는 농생대 제안서의 주요 쟁점인 n번방 사건과 성차별적 사회구조의 관련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미대 하규원 학생회장(조소과·17)은 “성차별적 사회구조는 미대 성명문이 규탄하는 피해자 2차 가해와도 무관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사회대 서혜지 학생회장(언론정보학과·18)은 “의견 대립이 일어날 만한 항목을 성명문에서 배제하기보다는 n번방 사건이 어떤 사회 문제와 연결됐는지 밝히는 것이 성명문의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연석회의 성명문을 지지하나 농생대의 수정 제안에 부분적으로 동의하는 단과대도 있었다. 학내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성명문을 수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의대 김지현 학생회장(의학과·19)은 “n번방 사건만으로 사회 ‘전체’가 성차별을 정당화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에 의대 단운위도 동의했다”라며 “아동·청소년 보호 또한 강조돼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공대 이상민 부학생회장은 “공대의 많은 구성원이 연석회의 성명문에 우려를 표했다”라며 “농생대의 제안서도 어느 정도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사진: 이연후 기자 opalhoo@snu.ac.kr

글·인포그래픽: 이현지 취재부 차장 dlguswl0829@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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