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 심영택 객원교수
법학전문대학원 심영택 전 객원교수

필자는 관악캠퍼스에서의 1년과 옛 공릉동 캠퍼스에서 3년간의 대학 생활을 마친, 본교 화학공학과 76학번, 언필칭 ‘꼰대’입니다. 그 후 화공 석사, 의공학 박사, 법학 박사를 취득하며 ‘골수 꼰대’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 제 소개도 일부러 길게 했습니다. 물론 공짜는 없었지요. 독자 여러분 인생보다 긴 29년을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살았으니까요. 그러는 사이 제 ‘라떼’는 ‘말’이 되고 말았네요? 괜찮습니다. 여러분도 ‘라떼’를 마실 테니까요. 여러분의 ‘라떼’는 무엇이 될까요? 휴대폰? 조국? 코로나? 무인 자동차? 아직도 경험해 보지 못한 무언가? 오늘 제가 직접 체득한 진리와 학습 결과를 토대로, 오로지 ‘말’의 입장에서 후학 여러분의 ‘라떼’를 생각해 봅니다.

‘축적 (accumulation) = 투입 (input) – 배출 (output)’이라는, 화공양론의 기초가 되는 질량불변의 법칙이 있습니다. 이 공식은 우리 위장, 지식, 경험, 부는 물론 인생 전체에 적용됩니다. 일례로 위 공식의 ‘투입’이 식사, 공부, 창의성, 재테크, 내가 바라는 내 인생을 위한 노력이라면, ‘배출’은 배변, 땡땡이, 대충하기, 가산 탕진, 내가 바라지 않는 인생을 향한 방임, 자포자기입니다.

고속성장 시대의 ‘말’은 평생 뛰는 팔자라지만, 휴대폰이나 무인 자동차인 여러분은 충전만으로 편안히 살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배터리 용량이나 전자 회로 품질이 떨어지면, 제대로 된 충전은 불가능합니다. 한 그릇 비빔밥도 제대로 맛을 내려면 다양하면서도 신선한 나물이 필수입니다. 의욕적이고, 명석하며, 특히 젊은 여러분께 축적을 적극 권장합니다.

축적의 절대적 크기는 물론 상대적 크기도 중요합니다. 우스갯말로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고, 용산전자상가‘개’ 3년이면 딥러닝 프로그램을 짠다는 말이 있습니다. 학습 효과로 인한 결과입니다. 남들의 축적이 y=x라는 함수를 따라갈 때 여러분의 축적은 y=10x라는 함수를 따라 여기까지 도달했습니다. 또 사회에 진출한 후에도 여러분은 y=10x라는 함수를 따라 축적을 계속 늘릴 겁니다. 하지만 세상은 넓고, 10보다 기울기가 더 가파른 직선과 곡선은 무수히 존재합니다.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1 대사인 “There’s always a bigger fish”가 이를 잘 보여주죠. 축적은 여러분 스스로의 몫이기에, 항상 더 높은 기울기를 쫓는 호기심과 창의성을 놓지 않을 것을 적극 권장합니다.

또한 충분한 축적에 만족하여 투입을 중단하는 순간, 배출만 남게 됩니다. 여러분은 곧 박사가 되거나, 전문가가 되거나, 이대로만 살아가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자격을 얻거나 안정적인 지위에 도달할 겁니다. 단 이에 만족하여 투입을 중단하는 순간, 배출만 남습니다. 그 결과 위의 공식에 따르면 축적도 급격히 고갈됩니다. 따라서 조기 만족만은 피할 것을 적극 권장합니다.

그리고 1980년에 졸업한 후 40년이나 인생을 살다 보니 ‘투입을 말자는 또는 투입하지 말라는 어르신은 인생에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비싼 경험을 체득했습니다. 요즘 워라밸을 강조하는 어르신, 즉 어차피 한 번 살 인생 재미있게 살자고 훈계하시는 분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라떼를 마시게 될 때면 이 어르신은 수신 거절 대상일 겁니다. 특히 제 자식은 과학고, 외고, 조기 유학을 보내며, 여러분께 워라밸을 강조하는 어르신은 무조건 수신 거절 목록에 추가하도록 적극 권장합니다. 워라밸에도 혼자 즐길 수밖에 없는 워라밸, 남들과 같이 즐길 수 있는 워라밸, 남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워라밸 등이 있습니다. 축적한 양에 따라 여러분의 워라밸 수준도 결정됩니다. 따라서 의미 있는 워라밸을 위해서도 축적을 적극 권장합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을 위한 최선의 답은 항상 존재한다’는 말씀을 드리며 글을 끝내고자 합니다. 필자는 여러분이 평생 공부나 일만 하면서 인생을 소진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놀더라도 최소한의 경각심은 놓지 말자는 말입니다.

특히 여러분은 y=10x라는 함수, 그 이상의 함수를 따르며 축적할 수 있는 두뇌를 활용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70~80년은 더 살아야 합니다. 조금만 창의적으로 노력하면, ‘놈’의 의미도 만끽하며 축적에 매진할 수 있는 방법을 체득하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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