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점심 도시락을 사고 집에 돌아오면서 편지함을 보니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공보물이 들어 있었다. 그것을 보고 어느덧 선거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으며 잠시 4년 전 20대 총선 당시를 떠올려 본다. 20대 총선 선거일, 나는 지인들과 모여 20대 총선 개표 방송을 함께 보았다. 당시 선거는 지금 우리가 아는 결과와는 다르게 개표 전만 하더라도 당시 여당(새누리당)의 압승이라는 다소 시시한 결과가 예상됐다. 그런데도 체감으로 느껴진 주변 사람들의 총선에 대해 가지는 관심은 높았다. 객관적 지표를 보아도 20대 총선 투표율은 최근 다섯 번의 총선 투표율 중 두 번째로 높으니 나와 주변 사람들만 선거에 열을 올렸던 것은 아니었다. 

4년 전과는 다르게 이번 총선일엔 집에서 혼자 조용히 개표 결과를 지켜볼 예정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서 모임을 자제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보단 코로나19 그 자체 때문에 총선에 대한 관심이 뚝 떨어진 것이 더 큰 원인이다. 지난 총선 때는 선거 관련 이슈로 꽉 차 있던 단톡방도 지금은 코로나19 이야기 일색이다. 아무도 총선에 대해 이야기하려 하지 않는다. 이런 선거 분위기는 물론 나만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실제 코로나19로 인한 투표율 저하를 우려하는 기사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래도 투표를 하긴 해야 하니 공약이라도 보려고 공보물 봉투를 뜯어서 종이 몇 장을 넘겨본다. 그 순간 잠시나마 품었던 선거에 대한 열의가 급격히 식어간다. 이른바 비례위성정당들의 공보물을 보며 ‘이게 무슨 정당이고, 선거냐?’란 생각에 헛웃음이 나온다. 오로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만 졸속으로 만들어낸 빈껍데기 정당, 거기엔 어떠한 명분도 가치도 없다. 선거와 정당이라는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를 훼손하는 처사를 그렇게나 ‘자유민주주의’를 찬양하는 당과 이름에 ‘민주’라는 단어까지 들어가는 당이 저질러버렸다.

정당을 꼼수로 만드니 선거운동도 꼼수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자마자 비례위성정당들은 각각 ‘뒤집어 입은 점퍼’와 ‘쌍둥이 버스’로 대표되는 편법 선거운동을 벌였다. 그러고선 두 정당은 서로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렇게 논란을 사이좋게 주거니 받거니 하는 형국에 안 그래도 비례위성정당 때문에 희화화되던 이번 총선은 꼼수 선거운동으로 다시 한 번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다시 지난 20대 총선을 떠올려본다. 앞서 말했듯 지난 20대 총선은 출구 조사가 나오기 전까진 선거공학적으로 볼 때 여당이 질 수 없는 선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심지어 여당이 개헌선까지 넘볼 수도 있다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가 나온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소위 옥새 파동으로 대표되는 당시 여당의 공천 갈등이다. 이처럼 각 정당들이 선거 준비 과정에서 보여주는 행태는 선거 결과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번 총선에서는 비례위성정당뿐만 아니라 공천 갈등 등 선거 준비 과정에서 각 정당이 보여준 추태가 코로나19라는 블랙홀 이슈에 가려져 비교적 잘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선거일이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부턴 다르다. 선거운동 행태에 사람들의 이목이 쏠릴 것이다. 이미 꼼수로 점철된 총선이 되어버렸지만 각 정당은 이제부터라도 정신 차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선거 당일 결과로 심판받게 될 것이다.

여동하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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