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인터넷전문은행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지난달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최종 부결됐다. 현행 인터넷은행법은 인터넷전문은행 주주가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과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을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지분을 기존 한도 너머까지 보유하는 것을 허용해 주고 있다. 이 중 ‘공정거래법’ 부분을 삭제해 주주의 지분 보유 자격을 완화하고자 한 이번 개정안이 무산되면서 자금난에 시달리던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은산분리(銀産分離) 원칙은 이런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의 주요 골자다. 이번 개정은 인터넷전문은행을 은산분리 원칙의 예외로 두는 인터넷은행법이 2018년 10월 제정된 이래로 다시 한 번 규제의 완화를 시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은산분리 원칙은 무엇이며 무엇을 위한 것이고, 인터넷전문은행은 은산분리 원칙과 무슨 관계인지, 이번 개정안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뉴스를 보아서는 어렵기만 하다. 『대학신문』이 원리와 배경, 현황을 설명해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은산분리 원칙이 무엇이길래?

은산분리 원칙은 은행업이 다른 산업과 분리돼 있어야 한다는 원칙으로, 산업자본이 금융 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막고자 한다. 조대형 교수(순천대 경제학과)는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생산업과 같은 산업체가 보험 회사나 카드 회사와 같은 금융 회사를 소유하는 것은 허용해도, 은행은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제한다”라고 설명했다. 

그 이유는 금융자본주의 속 은행의 특수한 위치를 이해해야 알 수 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업의 핵심적인 역할은 예금과 적금 등의 금융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그렇게 확보한 자금을 기업을 비롯한 투자처에 빌려줘 금융 투자의 성과를 거두는 것이다. 그런데 특정인이나 특정 기업체가 은행 경영에 지배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면 금융 시장 속 은행의 공정성에 심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 대부분의 은행은 주식회사의 형태로 운영되며, 각 은행에 투자한 기업들은 보유한 지분의 비율에 따라 은행의 경영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의결권을 갖는다. 이때 특정 기업이 의사결정에 매우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대주주의 자리에 오를 경우, 은행 업무 전반이 대주주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박상인 교수(행정대학원)는 “사실상 은행을 보유한 대주주 기업이 해당 은행의 자금을 임의로 끌어다 사업을 운영할 위험이 크다”라는 점을 지적했다. 은행의 자금은 은행의 것도, 국가의 것도 아니다. 금융 기관을 신뢰하고 돈을 맡긴 서비스 이용자의 것이다. 때문에 개인이나 기업이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대출받는 경우 대출자의 신용과 자금 동원력에 대한 엄격한 대출 심사를 받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이 은행의 대주주가 된다면, 해당 은행은 기업이 대출을 승인하도록 압력을 가했을 때 무력해진다. 박 교수는 “은행이 대주주 기업의 압력을 받아 상당 자금을 빌려주었을 때, 해당 기업이 부도와 같은 경영 위기에 몰린다면 은행 역시 도산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때 은행을 믿고 자금을 맡긴 이용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은산분리 규제는 이런 부적절한 자금 운용을 막기 위해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은산분리 원칙은 기업이 보유할 수 있는 은행 주식 비율에 상한을 두는 것으로 실현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은행법 제15조 제1항에 ‘한 명의 개인이나 하나의 기업체가 은행의 지분 중 10%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은행법 제16조의2 제1항은 ‘비금융주력자의 경우 은행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4%를 초과해 은행의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한도를 초과해(최대 10%까지) 보유하려는 은행의 주식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설정함으로써, 금융권 비종사자나 일반 기업과 같은 비금융주력자의 은행 주식 소유를 철저하게 제한한다. 박상인 교수는 “은행의 거대한 금융자본이 어디에 어떻게 투자될지 관리하고 감독하기 위한 규제의 일환으로서 은산분리 원칙은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은산분리 원칙 속 갈 길 잃은 인터넷전문은행

그러나 은산분리 원칙으로 인해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돌보지 못할 우려가 있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관련한 논의는 2017년 한국에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논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의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오프라인 지점 없이 온라인 전자상거래만으로 운영되는 은행을 말한다. 이는 정보통신기술을 금융 산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핀테크 혁명*에 성공한 사례로 손꼽힌다. 이병태 교수(KAIST 경영공학부)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정보 기술을 활용한 업무 효율화를 실현해 기존 은행들의 까다로운 업무 처리 과정과 보안 시스템, 은행 서비스의 개선 유인책 부족을 극복해 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조대형 교수는 “지나치게 많아진 오프라인 지점과 경영 조직의 비대화로 인해 많은 은행이 사업적 혁신을 경시했다”라며 기존 상업 은행들의 보수적인 영업 행태 또한 인터넷전문은행이 새로운 혁신을 시도하게 된 배경이라고 말했다. 

은행 산업의 발전과 경쟁력 회복, 그리고 높은 질의 은행 서비스 제공을 위해 도입된 인터넷전문은행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오프라인 지점을 운영하지 않고 모든 은행업을 온라인상에서 처리하기에, 인건비, 시설 관리비와 같은 불필요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이병태 교수는 “절감된 비용은 기존 은행들보다 낮은 대출 이자율과 높은 저축 이자율을 수립하는 데 투자됐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인터넷전문은행은 발전된 모바일 기술을 도입해 매우 빠르고 쉬운 금융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교수는 “기존 상업은행보다 이르게, 인터넷전문은행은 몇 번의 터치와 입력으로 쉽고 간편하게 조회, 이체, 저축, 대출을 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라고 말했다. 이는 기존 금융업의 어렵고 복잡한 절차와 그 과정에서 소비되는 긴 시간을 파격적으로 생략함으로써, 언제 어디서나 금융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유비쿼터스 은행’을 실현시켰다고 평가받는다.

이와 같은 장점으로 출범과 동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인터넷전문은행은 왜 은산분리 원칙과 갈등을 겪게 된 것일까? 이는 은행이 대출해 준 자금을 제때 상환 받지 못할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마련한 전략과 관련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20개 국가의 중앙 은행들은 ‘바젤 협약’(Basel Accord)을 준수하고 있다. 바젤 협약에 따라 은행은 BIS비율(자기자본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은행이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운용하는 과정에서 이익에 눈이 멀어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경영 위기에 몰려 회생 가능성이 낮은 기업에도 자금을 대출해 주는 등 은행 서비스 이용자들을 위험 담보로 삼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자금 운용의 책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젤 협약은 기업 대출 및 일반 대출을 비롯한 은행의 위험자산*이 증가할 때마다 이에 비례해 자기자본* 보유량도 추가로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곧 BIS비율을 일정 범위 내로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규정에 의해 바젤 협약을 준수하는 국가의 은행은 기업에 대출하는 자금의 4%만큼의 액수를 주식으로 발행하고 매수해 자기자본으로 마련해야 한다. 

바로 이 규정으로 인해 인터넷전문은행은 바젤 협약과 은산분리 규제 사이에서 난감한 상황을 마주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이후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을 통한 대출량은 매우 크게 증가했고, 바젤 협약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은 자기자본 또한 그에 비례해 추가로 확보해야 할 의무를 졌다. 하지만 현행 은행법이 은산분리 원칙을 위해 산업자본을 비롯한 비금융주력자가 의결권 있는 주식은 4%까지, 의결권 없는 주식은 10%까지만 소유하도록 제한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은 주식을 발행해 매수하는 데 제약을 받았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은 IT기업들이 주도해 왔는데, 해당 기업들은 산업자본으로 분류되기에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인터넷전문은행에 자금을 지원하는 데 제한이 있는 것이다.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돼 비금융주력자 사업체가 10%를 초과하는 주식을 제한 없이 매입할 수 있다면, 인터넷전문은행은 새로운 주식을 발행해 산업 기업에게 판매함으로써 부족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핀테크 혁명: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모바일 결제, 송금, 개인자산관리, 크라우드 펀딩 등 금융 서비스와 관련된 기술의 혁명

*위험자산: 일정 기간의 투자 수익률이 사전에 불확정적인 투자 자산

*자기자본: 기업의 자본 중에서 출자의 원천에 따라 출자자(주식회사의 경우 주주)에게 귀속되는 자본 부분

인터넷전문은행이 나아가야 할 길

위기에 봉착한 인터넷전문은행이 부족한 자본을 보전하고 남은 자본금을 효율적으로 조달하는 방법은 대출 서비스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병태 교수는 이에 대해 “대출 사업이 은행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더 이상 대출 업무를 맡지 않는 것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 저해로 되돌아온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언급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은행법)은 이런 배경에서 지난 2018년 10월 제정됐다. 제정된 인터넷은행법은 인터넷전문은행의 기업체 주주가 산업자본일 경우 최대 약 10%까지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동시에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이나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조건 아래 산업자본 기업체가 34%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번에 위기를 맞은 케이뱅크의 경우 은산분리가 꽤나 완화된 인터넷은행법마저도 문제가 됐다. 대부분의 지분을 금융자본인 한국투자금융(28.6%)과 공정거래법을 준수한 산업자본 카카오(33.53%)가 소유해 비교적 은산분리 원칙의 제약이 적은 카카오뱅크와 달리, 케이뱅크는 KT와 한화생명보험 등 총 20개의 서로 다른 사업 분야의 산업자본을 주주사로 두고 있기 때문에 현행 인터넷은행법에 영향을 크게 받았다. 산업 자본이 10%를 초과하는 지분을 보유할 때는 ‘금융 관련 법령 또는 공정거래법 위반에 따른 벌금형 이상의 처벌이 없어야 한다’라는 조건에 걸린 것이다. 케이뱅크의 주주 사업체들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10% 초과의 자본을 출자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이미 20개의 사업체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기에 신규 주주 영입이 어려운 처지가 겹쳤다. 케이뱅크는 늘어난 대출에 상응하는 만큼 자본을 확보하지 못했고, 결국 2019년 4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부채가 23.6% 증가하고 BIS비율이 10.88%까지 떨어진 결과를 마주했다. 

이처럼 인터넷전문은행법의 은산분리 원칙과 대주주 자격 요건에 어려움을 겪자, 케이뱅크는 금융 당국에 규제 완화와 법 개정을 요구했다. 이에 대주주의 자격 완화와 은산분리 원칙 완화를 골자로 하는 특례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지난 3월 5일 본회의에서 최종 부결된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과 은산분리 규제 완화 논란을 마주한 전문가의 의견은 다양하다. 박상인 교수는 “은산분리 원칙을 완화한다면 기존 인터넷전문은행 1세대 주주인 KT나 카카오는 밀려나고, 삼성과 SK와 같은 전통적인 대기업이 금융업을 점차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했다. 대기업이 규제 완화를 악용해 인터넷전문은행의 공정성이 저해된다면, 은산분리의 본래 취지가 훼손되는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대형 교수는 “산업자본의 유입뿐 아니라 금융자본 영역에서의 자본 조달을 용이하게 하는 혁신”이 이뤄져야 함을 주장했다. 산업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쉽게 진입해 경영을 이어갈 수 있는 통로를 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자본을 유치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과 기존 산업 은행이 금융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17년 4월 3일,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정식 영업을 시작한 이래로 인터넷전문은행은 우리나라 금융업에 혁신을 불러일으켰다. 손쉬운 대출 절차, 다양한 편의 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은 한국 금융업의 질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법적인 제약이 많아 이들의 성장은 더디다. 금융 산업에서 은행이 갖는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해 은산분리 원칙의 유지는 꼭 필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은행업의 발전과 혁신을 위해 은산분리를 완화하거나 변용할 필요 역시 존재한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금융 산업과 경제 발전을 위해 은산분리 원칙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일어나야 할 것이다. 은산분리 원칙을 가운데 둔 건설적인 논의를 통해 우리나라 인터넷전문은행이 부작용 없이 발전하는 미래를 기대한다. 

인포그래픽: 오승윤 기자 macos0304@snu.ac.kr, 양수연 학술부장 didtndus016@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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