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법 시행 후 반년, 서울대는?
강사법 시행 후 반년, 서울대는?
  • 이현지 취재부 차장
  • 승인 2020.04.12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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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강사법과 함께한 반년

지난해 8월 1일부터 ‘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개정된 강사법은 대학 시간강사의 지위를 법적으로 명시하고, 임용 기간을 보장해 고용 안정성을 높이며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대학신문』 2018년 12월 3일 자) 강사법과 함께한 서울대의 지난 학기를 『대학신문』이 살펴봤다.

임용 기간 보장이 쏘아 올린 작은 공

◇강사 수는 그대로 유지=강사법은 강사에게 최소 1년의 임용 기간과 최대 3년의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고 소청심사*권을 부여한다. 이로써 강사의 고용 안정성을 증대하는 것이 강사법의 주요 목적이지만, 오히려 강사법으로 인한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학이 강사를 해고하고 강의를 통폐합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교육부의 ‘2019년 1학기 대학 강사 고용 현황 분석’에 따르면, 2018년 1학기 대비 전체 대학 강사의 실질 고용 규모가 7,834명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2학기 전체 개설 강좌수도 감소했다. 비교적 강사법에서 자유로운 비전임교원을 강사 대신 채용하는 ‘꼼수’도 발생했다.

서울대는 이 같은 불상사에서는 비껴난 것으로 보인다. 교무처에 따르면 2019년 2학기 강사 수는 971명, 2020년 1학기는 1,170명으로 강사법 시행 전인 2018년 2학기의 1,175명이나 2019년 1학기의 1,233명과 비교해 큰 차이는 없다. 성제경 교무부처장(수의학과)은 “법령 개정 취지가 강사 고용 안정성 확보인 만큼 강사 채용 규모가 예년보다 크게 감소하지 않도록 했다”라며 “비전임교원도 각각 채용되는 상황이 정해져 있어 비전임교원으로 강사를 대체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평행선 위의 고용 안정성과 유연성=강사 대부분이 일자리를 유지하는 대신 매 학기 신규 채용 인원이 대폭 감소하면서 이번 학기 새로 채용된 강사는 199명에 그쳤다. 고용 안정성과 유연성이 양립할 수 없어 벌어진 상황인데, 문제는 학문후속세대*가 새롭게 맡을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인문대 강사 A씨는 “기존에는 강사직 회전율이 높아 과에서 신규 학위자의 강사직을 미리 마련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그렇게 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대 강사 임용 규정에는 ‘학문후속세대 양성을 위한 임용 할당제’가 마련돼 있다. 강사를 신규 채용할 때 일정 인원을 학문후속세대에게 할당하는 것인데, 구체적인 할당 비율은 단과대마다 심의를 거쳐 정한다. 인문대 강사 B씨는 “재임용 절차가 보장돼도 여러 이유로 결원은 생긴다”라며 “쿼터제 등 융통성 있는 행정으로 학문후속세대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상황을 평가했다. 고용 전망을 속단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대학원총학생회 이우창 고등교육전문위원(영어영문학과 박사과정 수료)은 “새로운 학문후속세대들이 등장할 때 학과의 사전 대응 수준에 따라 장기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미 뽑은 교원 위주로 강좌를 구성해야 하기에 강좌 개설의 유연성이 줄어들기도 했다. 인문대 강사 C씨는 “1학기와 2학기에 서로 다른 강좌를 개설하는 학과가 많아, 강사가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내용을 강의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자연대 강사 D씨 또한 “맡고 싶지 않은 강의가 있어도 계약 때문에 말을 꺼내기 어렵다”라며 “한 학기 단위로 강의 일정을 조율하기 힘들어졌다”라고 밝혔다. 강좌 구성은 학생들의 교육권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윤석용 씨(서양사학과·18)는 “강사법의 취지에는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학생들의 교육 환경도 중요하다”라며 “매 학기 수업에 걸맞은 전공을 지닌 강사들이 진행하는 수업을 듣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공개 채용의 명과 암

◇공정성, 개선됐나요?=강사법 시행으로 강사 채용 방식이 공채로 바뀌면서 학과가 적임자를 찾아 강의를 맡기던 이전과는 달리, 전임 교원 채용처럼 공고를 낸 뒤 서류 심사와 면접, 공개 강의 등을 거쳐 인사위원회의 심사 끝에 강사를 뽑는다. 채용 사실을 널리 알려 강사 인력의 폭을 넓히고, 채용 과정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비전임교원 역시 같은 방식으로 채용된다.

채용 공정성의 개선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결국 채용된 이들은 전임자나 서울대 출신 지원자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사회대 강사 E씨는 “채용 공고를 알게 되는 경로나 결과적으로 강의를 맡는 이들을 보면 공채 절차는 형식적이라는 생각도 든다”라고 밝혔다. 평가 항목에 교육 경력이나 연구 업적이 있어 전임자가 높은 점수를 받게 되는 것뿐이라는 반론도 있다. B씨는 “지원자를 강의 능력과 업적을 중심으로 평가하다 보니 전임자가 아무래도 유리한 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 출신 지원자가 주로 채용되는 현상에 대해 이우창 전문위원은 “해당 학과에서 공부한 연구자들을 학과가 책임지려는 경향이 있다”라며 “학과가 출신 연구자의 생계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생기면 대학원 진학률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불어나 버린 채용 절차=공채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지적도 있다. A씨는 “학력이나 연구 실적 증명 서류, 공개 강의를 준비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든다”라며 “강사가 여러 대학에 지원하는 만큼 연구를 병행하며 공채를 준비하기 버겁다”라고 말했다. 학교 입장에서도 결원에 대한 대체 인력을 구하기가 곤란해졌다. 인문대 교학행정실 관계자는 “일정 기간 추가 공고를 게시하고 다른 채용 절차도 진행해야 하니 결원을 메꾸는 일이 이전보다는 오래 걸린다”라고 밝혔다. 체육교육과 송욱 학과장은 “한 명만 공채로 뽑아도 엄청난 행정력이 소요된다”라며 “강사 수가 50명에 이르는 데다 결원도 잦은 체육교육과로서는 부담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잔여 학기를 맡을 이가 필요한 경우 1년 미만 강사 특별 채용도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으나, 보다 융통성 있는 채용 절차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들의 처우는 나아졌나

◇방학 중 임금, 좋기는 한데=강사 생계 유지를 위한 방학 중 임금 지급은 이번 강사법의 핵심 중 하나다. 이번 겨울 방학부터 강사들은 방학 중에도 이전 학기 지급 강사료의 1/16(폐강은 1/32)에 해당하는 임금을 달마다 지급받았다. 강의 준비나 성적 처리 등 방학 중 업무를 수행하는 기간을 매달 한 주로 가정하고 그에 따른 임금을 지급한 것으로, 교육부의 방학 중 임금 지원금 산정 기준을 참고하고 있다. 그러나 방학 중 임금 액수가 생계 유지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D씨는 “저번 학기에 비전업 강사로서 3학점을 강의한 뒤 지난 1, 2월에 10만 원씩 지급받았다”라며 “이를 적절하다고 느낄 강사가 있을지 궁금하다”라고 토로했다.

현재 강사는 한 대학에서 원칙적으로 주 6시간까지만 수업할 수 있으나 올해부터는 퇴직금을 지급받게 됐다. 그동안 강사는 1주 근로 시간이 15시간 미만이기에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을 적용받지 못하던 것이 이번 강사법으로 바뀌었다. 4대 보험도 복지에 추가됐지만, ‘국민건강보험법’상 비상근 교직원과 매달 60시간 미만 근무하는 시간제 교직원은 건강 보험에 가입할 수 없어 강사에게는 실질적으로 국민연금과 고용 보험, 산재 보험만 보장된다. E씨는 “4대 보험이 보장되지 않는 일자리는 다른 곳에서 경력으로 인정받기 힘들다”라며 “건강 보험이 없으면 금융 기관 대출도 제한돼 불편하다”라고 말했다.

◇점진적 변화 시도 중=강사법이 막대한 재정 부담을 야기하는 만큼 이들 문제를 곧장 해결하기는 어렵다. 예산과에 따르면 서울대의 2019년 강사료 예산은 153억, 2020년은 199억으로 전년 대비 각각 10억 원, 45억 원이 증액됐다. 특히 강사 외 다른 직업이 없는 전업 강사와 그렇지 않은 비전업 강사의 강사료를 차등 지급하는 것이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올해부터 비전업 강사에게도 시간당 8만 원(기존 4만 원)을 지급해 학교가 20억 원을 추가 부담하게 됐다. 성제경 교무부처장은 “강사 처우 개선에는 큰 예산이 소요돼 사업 수립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라며 “전업·비전업 강사료 균등 지급 등 예산 범위 내에서 강사들을 위해 애쓰고 있다”라고 밝혔다.

강사법이 나아갈 길

강사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는 서울대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강사 채용 과정과 임금, 처우 개선은 계속해서 학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문제다. D씨는 “강사에 대한 투자는 대학 교육의 질과도 직결된다”라며 “강사는 연구를 하거나 다른 직업을 가질 때 제약을 받는 만큼 최소한 방학 중 임금이나 강의 단가라도 인상돼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강사 자체 노조 등 학내에 강사가 목소리를 낼 창구가 없는 만큼 학교의 능동적인 노력은 필수적이다. B씨는 “평소 불만을 제기했던 강사들이 이후 전임 교원이나 강사를 채용할 때 우선 배제되지 않겠나”라며 “누군가 직접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교가 먼저 강사의 불편을 청취하고 제도에 반영하는 채널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강사법이 ‘시간강사’가 아닌 학문후속세대 및 연구자 일반을 위한 법이 돼야 한다는 여론도 거세다. C씨는 “시간강사만 대우하는 법을 만들면 대학은 이들을 해고해 법을 우회할 것”이라며 “해고를 피한 강사의 고용만 보장하는 것은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단순 강사고용 보장뿐만 아니라 연구자 육성과 지식 생산의 관점에서 강사법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포괄적인 법 제정을 위해 대학이 나서서 고등 교육 체제를 연구하고, 정부의 제도 개선에 기여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우창 전문위원은 “강사법은 대학원생의 미래와 무관하지 않다”라며 “서울대도 철저한 현황 조사와 연구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청심사: 공무원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분이나 부작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경우 이를 심사하는 행정심판제도

*학문후속세대: 대학원생이나 박사 학위 과정을 마친 뒤 아직 취업을 하지 않은 연구 인력

글·인포그래픽: 이현지 기자 dlguswl0829@snu.ac.kr

삽화: 송채은 기자 panma2000@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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