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대학
보이지 않는 대학
  • 대학신문
  • 승인 2020.04.12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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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기고를 요청받은 『대학신문』은 손에 잡히는 물성도 디지털 신문 한 호의 획정도 없이 다양한 기사 조각들로 온라인 공간을 부유하고 있었다. 봄이 왔지만 교정에서 자취를 감춘 학생들과 텅 빈 강의실처럼, 존재하고 있지만 잘 보이지 않았다. 

평소와 같다면 한창 동아리소개제 천막들로 학생회관과 본부 주변의 거리가 가득 찼을 시기, 학생들은 무엇을 보고 어떤 소식을 듣고 살아가고 있을까. 학기 중 발길이 닿는 곳마다 켜켜이 쌓여 있던 『대학신문』은 아니지만 인터넷 『대학신문』을 통해 보일 듯 말 듯한 이야기들을 찾아가 본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한 ‘1학기 비대면 수업 무기한 연장 발표’ 소식이 학내 구성원들의 눈길을 가장 먼저 끌었을 것이다. 학기 시작에 맞춰 각 지역에서 올라와 거처를 구한 학생들의 답답한 마음이 안타깝다. 그러나 인터뷰 발언처럼 간헐적 연장보다는 ‘한 학기’라는 기간을 명시한 대처가 구성원들의 갈증을 일부 해소했을 수도 있다. 시험 방법과 보충 수업 기간에 대한 방침이 정해지면 후속 기사들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4월에 치르는 선거도 잊지 말아야 한다. 서울대의 4월은 총선과 총학이라는 두 개의 선거를 기다리고 있다. 관련 칼럼 ‘총선 꼼수, 심판받게 되어 있다’는 코로나19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고 있는 정당들의 편법 선거 운동 행태에 일침을 가하고, ‘총학 선거 더는 막을 수 없어’에서는 단일 선본 출마에 따른 토론회 생략 및 공동정책간담회로 진행되는 선거 방식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선본 「파랑」은 SNS를 통해 선본 공약을 소개하는 등 비대면 선거운동을 벌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의 흔적들은 『대학신문』 기사들에도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한편으로는 『대학신문』을 펼칠 때 비로소 보이는 소식들도 있다. 연석회의를 비롯한 학생 자치 단체들의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관련 성명문 발표를 둘러싼 논란이 그것이다. ‘n번방 사건 학내 여론 제각기 터져 나와’에서 그 치열한 공방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충격을 가져온 사회적 사건 자체를 넘어 하나의 사회적 사건이 집단 혹은 개인들에게 스며드는 지점은 더욱 다양할 수 있으며, 다시 사회를 향한 목소리를 낼 때 어떠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보여주고 있다. 

희망은 ‘사설’과 ‘아크로의 시선’에서 찾을 수 있었다. 사설은 “학내 여론은 단순한 개인 의견의 합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라고 말하면서 맹목적 비난에 앞서 이해를 통한 의견 교환을 위해 학생회가 그 역할을 공고히 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한다. 학생회뿐만이 아니다. 우리들에게도 각자 실험해 볼 수 있는 역할이 있다. 풀이 방법은 아크로의 시선을 통해 배워보자. 여기 ‘문제해결 이론(problem-solving theory)’과 ‘비판 이론(critical theory)’이 있다. 지금 당장 우리에게 유익한 것은 문제해결 이론 같지만, 잘 짜인 틀 안에서 문제를 해결(혹은 기만)하는 방법은 예측 불가 문제들 앞에서는 효력을 장담할 수 없다. 잘 보이지 않더라도 틀 밖의 새로운 길을 구상하는 노력이 어렵지만 값질 수 있는 것이다. 

글의 제목으로 인용한 보이지 않는 대학(the Invisible College)은 17세기 중반 영국 왕립학회(the Royal Society) 설립을 추진했던 과학자들이 주고받던 서신에 처음 등장하여, 이후 내부적 소통에 중심을 두는 지식인 집단을 표현하는 말로 널리 사용되어 왔다. 『대학신문』을 통해 잘 보이던 것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된 현상을 마주하게 되면서 이를 다시금 떠올렸다. 소통은 아무리 작고 또 잘 보이지 않더라도 다양한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하는 씨앗이 될 수 있다. 『대학신문』이 그 텃밭이 되어줄 것이라는 기대는 비단 필자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이슬비 선임주무관

중앙도서관 고문헌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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