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동화책 『구름빵』(2004)으로 세계적인 아동문학 작가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한 백희나 작가는 출판사와 저작권 소송 중이다. 『구름빵』은 출간 이후, 8개국에 수출돼 50만 권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작가는 2005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됐지만, 그에게 돌아온 수익은 미미했다. 백 작가가 신인이었던 2003년, 저작물에 대한 모든 권리를 출판사에 양도하는 ‘매절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구름빵』이 TV 시리즈물,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 각종 2·3차 창작물로 제작돼 ‘한솔교육’은 4000억 원 상당의 부가가치를 벌어들였지만, 백 작가에게 돌아간 수익은 약 1850만 원에 불과하다. 그는 출판사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해 10월의 1심과 올해 1월의 2심에서 모두 패소했고, 현재 대법원의 판결만을 남겨 둔 상태다. 

이와 같은 저작권 논쟁은 문화예술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2004년, 가수 조용필 씨조차 1986년에 ‘지구레코드사’에 양도했던 자신의 히트곡 31편에 대한 복제권과 배포권을 되찾기 위해 음반사를 상대로 소송했으나,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또한, 올해 초 김금희 작가를 비롯한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자가 불공정 저작권 문제를 제기하며 이상문학상 수상을 거부했고, 지난해 대상 수상자인 윤이형 작가는 절필을 선언했다. 이들은 모두 ‘문학사상사’가 수상자의 저작권을 3년간 출판사에 양도하고, 해당 작품을 표제작으로 하는 단편집도 출간할 수 없도록 강제해온 ‘불공정 계약’의 부조리함을 지적했다. 연이은 논란으로 문화예술계에 만연해있는 저작권 침해 문제는 다시 전면에 드러났고,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라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사용자와 저작자 간 지위 불평등은 자연스레 불합리한 저작권 관행으로 이어졌다. 저작 재산권자는 일정 기한 동안 저작물의 ‘이용을 허락’하거나, 저작물에 상응하는 금액을 한 번에 지급받는 대신 모든 권리를 제삼자에게 ‘양도’할 수 있다. 그간 출판사는 ‘합법’이라는 명목 아래 계약상 을의 위치에 놓인 신진·무명 작가에게 저작권의 ‘양도’를 요구했고, 이들은 작품을 선보여야 하는 현실 때문에 관행처럼 권리를 전부 양도해왔다. 

또한 현행 저작권법상 저작권 계약은 한 번 체결된 이후로 재조정이 쉽지 않기에 저작자는 또다시 약자의 위치에 놓인다. 저작자 개인이 계약 당시에 창작물의 경제적 가치를 가늠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계약 체결 시의 저작물의 시장 가치에 근거해 저작물에 대한 금액을 일괄적으로 지급받는다. 현행 저작권법은 저작권 계약을 계약 당사자 간의 자유로운 문제로 여기기 때문에, 갑과 을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수단은 마련돼 있지 않다. 그러나 창작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그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주기 위해서는, 저작권 계약이 사전·사후 조정될 수 있어야 한다. 미래 창작물의 포괄적 양도와 이용 허락을 금지하고, 창작물이 계약 후 예상하지 못한 상업적 성공을 거둔 경우 창작자에게 보상을 청구할 권리가 필요하다.

2014년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저작권자의 권리를 확대한 ‘백희나 표준계약서’라는 권고안을 마련했다. 이후 2015년,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발의된 저작권법 개정안인 ‘구름빵 보호법’은 통과되지 못했다. 신진·무명 작가의 저작권이 값싸게 취급되는 것을 막고, 모든 창작자의 노력과 창작물의 가치가 동등하게 인정받는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 합리적인 저작권법 개정이 시급하다. 콘텐츠 산업이 성장을 거듭하는 가운데, 저작권법 개정은 문화예술계의 불공정 계약 관행을 끊어내고 올바른 저작권 인식을 정립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저작권은 창작자가 지닌 최후의 보루”라고 정여울 작가는 말한다. 그 울림이 어느 때보다 큰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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