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순직’ 아닌 ‘일반사망’ 납득 어려워

청원 사흘 만에 만 명 돌파

일주일에 세 번 당직 투입

소속 부대는 유가족 면담 거절

군에 부실 조사 의혹도 제기돼

지난 7일(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망한 아들의 부대 관련자와 면담 좀 하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다. 지난 11일 오후 8시 10분 기준 총 13,608명이 서명했다.
지난 7일(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망한 아들의 부대 관련자와 면담 좀 하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다. 지난 11일 오후 8시 10분 기준 총 13,608명이 서명했다.

 

작년 7월 군 생활로 어려움을 겪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조 일병(수리과학부·17)에 관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지난 7일(화) 올라왔다. 이 청원은 같은 날 조 일병의 친구인 정환철 씨(통계학과·17) 명의로 페이스북에 게시된 청원 참여 요청 글이 여러 학과 카카오톡 채팅방에 올라오면서 학내에서도 공론화됐다.

조 일병이 사망한 지 아홉 달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문제 제기가 공개적으로 이뤄졌다. 유가족은 원래 사건을 알릴 의향이 없었으나, 지속적인 군 수사·심의기관의 미적지근한 태도에 지쳐 결국 공론화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작년 1월 육군에 현역병으로 입대한 조 일병은 작년 7월 휴가를 나온 첫날 밤 지인들에게 SNS로 마지막 인사를 남긴 채 자택에서 목숨을 끊었다. 유가족은 사건 직후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헌병대 수사관에 수사를 맡겼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지난 1월 육군본부 산하 ‘보통전공사망 심사위원회’(보통심사위)로부터 순직이 아닌 ‘일반사망’판정을 받았고, 조 일병은 국립묘지에 안치되지 못했다. 보통심사위의 판정을 납득하지 못한 유가족은 국방부 산하의 ‘중앙전공사망 심사위원회’(중앙심사위)에 재심의를 요청했지만, 중앙심사위에서는 수방사가 최초 수사 당시 작성한 ‘변사 사건 기록’에 자료가 부족하다며 유가족에 재심의가 아닌 재조사 요청을 제안했다. 지난 1월 국방부 조사본부(조사본부)에 재조사를 신청한 유가족은 재조사까지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조사본부의 답변을 듣고 조 일병의 소속 부대에 면담을 요청했다. 이는 조 일병과 함께 생활한 부대 관계자들이 전역 또는 전출을 통해 흩어지기 전 그들을 만나 몇 가지 사실관계라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해당 부대에서는 “유가족이 부대를 방문하는 건 부대원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면담을 불허했다고 유가족은 전했다.

유가족이 보통심사위의 ‘일반사망’ 판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재심의 및 재조사를 요청한 까닭은 보통심사위가 판정을 내릴 때 참조한 ‘변사 사건 기록’이 부실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보통심사위에서는 수방사의 최초 수사 기록을 검토한 뒤 “조 일병이 군 생활에 대한 단조로움과 대인관계 단절 등에 대한 스트레스 및 개인적 취약성이 악화돼 사망에 이르렀기에 조 일병의 사망을 순직으로 인정할 수 없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조 일병의 변호를 맡은 김정민 변호사는 “조 일병이 개인적인 스트레스만으로 죽음에 다다랐다고 보긴 어렵다”라며 이를 반박했다. 조 일병이 군 복무 중 작성한 일기에 따르면 일주일에 세 번 당직에 투입된 사실이 적혀 있는데, 김 변호사는 “이틀에 한 번 당직을 서면서 극심한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일병 소속대의 병사가 아홉 명인데도 조 일병 혼자 일주일 중 절반에 가까운 3일 동안 당직을 맡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한편 유가족은 수방사가 최초 수사 당시 일부 진술을 배제하는 등 수사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적절히 수집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조 일병의 모친은 아들이 군 복무 당시 “간부들이 괴롭힌다” “간부가 마시는 물도 내가 떠다 줘야 하나” “군대도 최소한의 합리성은 있으면 안 되나” 등 부대에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유가족은 수방사 수사관에게 앞선 아들의 발언들을 전달했으나, 담당 수사관은 “(조 일병의) 친구들의 진술 조서만으로 충분하다”라며 조 일병 모친의 추가 진술을 조서로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수방사에서 진술 조서를 작성한 정환철 씨가 “조 일병이 친구들에게 군대 내에서 부조리를 겪은 사실을 따로 이야기한 적이 없어 조사를 받을 땐 다들 부조리가 없다고 진술했던 것으로 안다”라고 말한 것에 비춰 볼 때, 친구들의 진술 조서가 조 일병의 자살 원인을 완벽히 규명하기엔 불충분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 일병의 사인에 대한 명확한 규명은 9개월이 지난 지금도 결론 나지 않았으나, 유가족은 최소 1년 이상 조사본부의 재조사만을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자연대 학생회에서는 유가족의 답답한 상황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군 부당대우에 대응하기 위한 TF’를 만들어 추가적인 대응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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