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유례없는 위기에 봉착했다.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정보를 소비하는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신문의 발행 부수와 뉴스 시청률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신뢰의 문제다. 사람들은 언론을 믿지 않는다. 영국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동으로 조사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9’에 따르면 한국인의 뉴스 신뢰도는 22%로, 4년 연속 전 세계 꼴찌를 기록했다. 언론의 신뢰도 저하와 가속화되는 ‘포스트 진실’(post-truth) 경향이 맞물려 언론을 향한 시선이 날로 냉담해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언론 위기’에 대응해 언론 자체적으로 개혁을 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대학신문』은 포스트 진실 시대를 맞은 언론의 자구책을 살피며 그 현재와 미래를 짚었다.

진실의 추락과 가짜뉴스

포스트 진실은 여론이 객관적인 사실보다 감정과 개인적 신념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세태를 뜻하며, 옥스퍼드 사전 2016년 ‘올해의 단어’로 꼽혔다. SNU팩트체크센터 정은령 센터장은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와 미국 대통령 선거를 경험하면서 허위 정보가 실제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인식이 공유됐다”라며 포스트 진실 논의의 배경을 설명했다. 예컨대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힐러리 클린턴이 IS에 무기를 팔았다’라거나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한다’라는 근거 없는 ‘가짜뉴스’(fake news)가 횡행했고, 진실과 거짓의 경계는 모호해져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는 공백 상태가 발생했다. 그 공백에서 정치적 성향이나 사고방식에 따라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이 진실을 압도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제 포스트 진실은 일시적인 사회 병리 현상을 나타내는 말을 넘어 현 시대를 규정하는 단어로 자리 잡았다.

포스트 진실의 중심에는 가짜뉴스가 있다. 가짜뉴스는 일반적으로는 특정한 의도로 생산돼 뉴스의 형태로 전파되는 거짓 정보를 이른다. 사실 거짓 정보가 문제로 지목된 것은 근래에 한정된 현상이 아니다. 리 매킨타이어의 저작 『포스트트루스』에 따르면, 거짓 정보는 인간에 내재한 인지 편향을 악용한 것으로, 역사적으로 반복해 나타났다. 그럼에도 최근 가짜뉴스가 쟁점으로 급부상한 것은 새로운 미디어 환경으로 인해 그 생산과 확산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정은령 센터장은 “약간의 지식만 있으면 누구라도 유령 뉴스 사이트를 만들 수 있을 만큼 가짜뉴스 생산의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정치적 양극화가 심할수록 자극적인 가짜뉴스에 많은 접속자가 몰린다”라면서 “접속 자체가 돈이 되기에 가짜뉴스의 비즈니스 모델이 성립한다”라고 분석했다.

기존 미디어에 대한 불신, 새로운 매체의 미흡한 자정작용,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가 맞닿아 가짜뉴스는 성행하고 있다. 정은령 센터장은 “유튜브 채널과 「위키트리」 「인사이트」와 같은 소셜 미디어 매체는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을 그대로 적거나 기존 보도를 짜깁기해 기사를 작성하는 경우가 잦다”라고 진단했다. 이런 매체들은 신문, 방송과 같은 기존 매체보다 진실 검증에 대한 책임이 가볍기에, 사실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가짜뉴스들이 유통되는 장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 수용자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공신력 있는 매체보다도 믿고 싶은 것을 말하는 매체를 더 믿게 됐다. 실제로 「시사IN」이 실시한 ‘2019 대한민국 신뢰도 조사’에서 가장 신뢰받는 언론·매체로 유튜브가 2위를 차지해 KBS보다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 

요컨대 포스트 진실 현상이 두드러진 데는 언론의 책임이 작지 않다.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은 단원고 학생을 전원 구조했다는 오보를 내는가 하면 정부의 발표를 의심이나 검증 없이 보도해 ‘기레기’라는 경멸적인 호칭을 얻었다. 그뿐 아니라 ‘조국 사태’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같이 정치적으로 굵직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언론의 보도 행태는 도마 위에 올랐다. 유용민 강사(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는 “소셜 미디어에서 가짜뉴스와 거짓 정보가 유통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언론과 전문가들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면 포스트 진실 시대는 열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언론은 바닥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언론사들은 진실의 가치를 되찾을 방안으로 ‘팩트체크’ 코너를 신설했으며 폐지 추세였던 언론 비평을 부활시키고 데이터 기반 탐사보도를 실시하고 있다.

진실의 거름망, 팩트체크

팩트체크 기사는 발언자가 말한 내용을 그대로 옮기는 대신 인용구 안의 말이 사실인지 점검하는 데 집중한다. JTBC 팩트체크팀 이가혁 팀장은 “팩트체크 기사는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발언이 사실인지 검증하고 그 결과를 객관적인 근거, 정확한 배경과 맥락을 토대로 설명하는 보도”라며 “잘못 알려진 통념, 온라인 공간에서 사회문제가 될 수준으로 퍼진 미확인 정보도 검증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팩트체크 기사는 기존의 받아쓰기 보도를 보완하는 역할을 맡는다. 정은령 센터장은 “팩트체크는 뉴스가 사실만을 전달하고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는 객관주의 저널리즘*의 부작용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이라며 “발언의 진위를 언론이 직접 평가한다는 점에서 기존 보도와 큰 차이를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가혁 팀장은 “일반 기사도 사실 확인이 중요하지만 팩트체크 기사는 특정 발언이나 주장의 진위를 검증하는 그 자체가 내용”이라며 “전문가에게 자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문가의 의견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과거 기사와 관련 연구자료를 모두 찾는다”라고 밝혔다. 나아가 팩트체크 기사는 근거 자료들을 모두 게시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팩트체크 기사가 기존의 사실 중심 보도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정 센터장은 “마감 시간의 압박이 있어 기존 받아쓰기 형태의 기사를 그만둘 수는 없다”라면서 “팩트체크 기사와 받아쓰기 기사의 이원화를 통해 사실의 엄정성을 높일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한국 팩트체크의 역사는 길지 않다. 2014년 JTBC가 저녁 뉴스 시간에 〈팩트체크〉 코너를 시작했지만, 언론계 전반으로 흐름이 퍼지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2017년 조기 대선을 거치면서 후보들을 둘러싼 낭설들이 퍼져나갔고, 여러 언론사가 팩트체크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와 언론사들이 협업해 SNU팩트체크센터를 조직했고, 현재 30개 언론사가 센터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팩트체크센터는 단기적 이슈에 따라 부침하지 않는 상시적인 팩트체크를 한국에 정착시키기 위해 설립됐다. 그러나 한국의 팩트체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정은령 센터장은 “미국에서는 1920년대부터 언론사가 자사의 기사를 미리 점검하는 팩트체커라는 직업을 뒀다”라며 “한국 언론은 그와 같은 내부 팩트체크를 경험하지 못했기에 외부적·사후적 사실 확인만을 하고 있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전 세계 팩트체크의 허브 역할을 하는 ‘국제 팩트체킹 네트워크’(IFCN)의 인증을 받은 언론사는 JTBC뿐이다.

팩트체크 기사는 뉴스 포털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만큼 그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와 관련한 유언비어가 떠돌자 그를 검증하는 기사가 많아졌다. 하지만 팩트체크의 양적 성장과 견줄 때 질적 성장은 미흡한 상황이다. 과열된 단독 보도 경쟁처럼 [팩트체크]라는 말머리만 붙이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가혁 팀장은 “일부 매체는 보도자료를 그대로 복사하거나 인터뷰, 브리핑 기사의 앞에 팩트체크를 붙여 기사를 내보낸다”라면서 “[단독]처럼 [팩트체크]도 그저 클릭을 유도하는 장치가 된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정치적으로 여론이 대립할 때도 팩트체크라는 용어가 오용된다”라며 “한쪽에 편향된 인물의 말만을 담아 팩트체크를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는 때도 있다”라고 부연했다. 이런 경향은 팩트체크 기사 전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이 팀장은 “엉터리 팩트체크를 보는 시청자들은 팩트체크도 특별할 것 없다고 인식하게 된다”라면서 “팩트체크에 참여하는 언론사들이 일정 수준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팩트체크의 오남용을 수습하기 위해 SNU팩트체크센터는 불편부당성을 제1원칙으로 하는 엄중한 기준을 마련했다. IFCN이 제시한 △불편부당성과 공정성 △취재원 투명성 △재정과 조직 투명성 △검증 방법의 투명성 △공개적이고 정직한 수정의 5개 원칙을 준용해 한국적 기준을 마련했다는 것이 정은령 센터장의 설명이다. 팩트체크는 기존 보도의 한계를 극복해 적극적으로 진실을 찾으려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 센터장은 “팩트체크가 완전무결한 도구는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더 발전시켜 나갈지 궁리하는 것”이라고 강조 했다. 팩트체크가 진실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팩트체커들의 책임감과 윤리 의식을 높여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진실의 상호검증, 언론 비평

민주 사회에서 언론은 3부(행정·사법·입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제4부의 역할로 인식됐지만, 언론의 영향력이 커지며 언론 역시 적극적인 감시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언론이 언론을 상호 검증하는 언론 비평이 요구된 것이다. KBS 〈저널리즘 토크쇼 J〉의 김양순 팀장은 “언론 비평은 일차적으로 각 언론사의 프레임을 거쳐서 나온 언론의 구성물을 재관찰하는 작업이다”라면서 “프레임으로 재현된 현실이 진실과 가까운지 관찰하는 역할”이라고 정리했다. 중요한 것은 언론 비평이 언론계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언론 상호 비평은 언론 자유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부패를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는 도구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초부터 신문과 신문 간, 신문과 방송 간의 상호 비평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겨레」는 창간 때부터 여론매체부를 두고 신문과 방송에 대한 비평을 시작해 언론 비평의 문을 넓혔다. 대표적인 언론 비평 전문 매체인 「미디어오늘」이 창간된 것도 이 시기다. 2000년대 들어 방송에서도 비평 프로그램이 경쟁적으로 생겨났지만, 낮은 주목도와 경영진 교체로 대부분 종영되고 말았다. 그러다 최근 언론의 자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KBS는 〈저널리즘 토크쇼 J〉를 편성했고, 「미디어스」 「미디어워치」와 같이 언론 비평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매체들도 여럿 생겨나는 등 부활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언론 비평을 둘러싼 관심이 비약적으로 증가한 데는 〈저널리즘 토크쇼 J〉의 공이 크다. 비평 프로그램은 딱딱하고 지루하다는 인식을 벗어나 토크쇼의 형태를 취했으며, 유튜브와 소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탄탄한 지지층을 구축했다.

하지만 언론 비평은 그 필요성에 비해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다. 지상파 방송사의 언론 비평 프로그램은 〈저널리즘 토크쇼 J〉 하나뿐이며, 대부분의 비평은 비평 전문 매체에서 이뤄지고 있다. 남재일 교수(경북대 신문방송학과)는 “타사의 보도나 논조를 비판하는 일이 동업자 간의 마찰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기에 언론사에도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언론인들 사이에서도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 기자는 “비평가가 취재 현장에 대해 잘 모르며 사실관계 확인이나 출처 표기의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라고 비평 매체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언론 비평의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되는 것은 편향성이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언론을 조망해야 함에도 진보 매체에서는 보수 매체만을, 보수 매체에서는 진보 매체만을 비판하는 비평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진보적인 시각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미디어오늘」과 〈저널리즘 토크쇼 J〉의 경우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 매체와 끊임없이 날을 세우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중앙일보」는 〈저널리즘 토크쇼 J〉가 편향적인 프로그램이라며 폐지돼야 한다는 기사를 냈고, 「조선일보」는 자신들이 발주한 연구를 인용해 〈저널리즘 토크쇼 J〉를 비판하는 기사를 작성했다. 하지만 정은령 센터장은 “비평에도 당연히 관점이 있을 수 있다”라며 “더욱 큰 문제는 정치적 입장을 숨기고 공공선과 객관성을 가장하는 것”이라고 편향성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김양순 팀장은 “특정한 언론 비평이 편향성을 갖고 있다고 보는 것 자체가 편향의 결과일 수 있다”라고 추측했다. 수용자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비평을 향한 시선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언론 비평의 역할이 규정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정 센터장은 “개별 언론사, 개별 기사에 대한 지엽적인 비평에 더해 언론이라는 민주적 제도가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라면서 언론의 잘못된 보도 관행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비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 팀장 역시 “시민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인 언론의 역할을 재점검하는 것을 비평의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진실의 새로운 창, 데이터 저널리즘

미국 뉴욕대학이 발표한 ‘20세기 미국 100대 저널리즘’에서 10위 안에 들어간 기사 가운데 9개가 탐사보도일 만큼 탐사보도는 오래전부터 언론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으로 여겨졌다. 탐사보도는 기자가 범죄, 부패, 비리 등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는 주제를 독자적으로 조사하는 형태의 저널리즘으로, 숨겨진 사회문제를 폭로해 사회 개혁을 촉진하는 데 방점을 둔다. 남재일 교수는 탐사보도를 “언론이 사회정의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실천의 한 방법”이라고 소개하며 “다른 취재원에게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기존 보도와 달리, 탐사보도는 직접 조사한 내용이 토대가 된다”라고 차별점을 설명했다.

최근 탐사보도는 새로운 흐름을 맞았다. 데이터 저널리즘과 융합한 탐사보도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SBS 데이터 저널리즘팀 심영구 팀장은 데이터 저널리즘을 “데이터에서 숨겨진 의미를 찾고 이를 시각화해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데이터 저널리즘의 가장 큰 특징은 정보원이 사람이 아니라 데이터라는 점이다. 이준환 교수(언론정보학과)는 “기자의 능력만으로 정보를 선택하고 해석하기에는 정보의 양이 너무 많아졌다”라며 “데이터 과학의 방법론을 통해 이를 보완하는 것”이라고 데이터 저널리즘의 의의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저널리즘의 핵심 가치를 독자와의 소통으로 봤다. 이준환 교수는 “상호작용적인 인터페이스가 데이터 저널리즘의 새로운 핵심”이라면서 “그를 통해 독자가 적극적으로 정보를 탐색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여러 매체에서 만든 코로나19 지도를 통해 수용자는 지역별 확진자 수와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찾아가며 확인할 수 있다. 심영구 팀장은 “언론의 신뢰가 떨어진 데는 독자와의 소통이 미비한 점도 큰 부분을 차지했다”라며 “데이터 저널리즘은 공급자 중심의 기사 생산에서 수용자 중심의 기사 생산으로 이행하는 지점”이라고 주장했다. 데이터 저널리즘을 통해 수용자가 수동적으로 기사를 읽는 것을 넘어 주체로서 기사와 상호작용하며 원하는 정보를 직접 찾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준환 교수 역시 “데이터 저널리즘에서 독자는 사용자에 가깝다”라면서 데이터 저널리즘을 통한 주체적인 소통에 주목했다. 수용자에게 한 걸음 다가가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데이터 저널리즘을 이해하는 것이다.

해외 언론들은 온라인에서 데이터 기반 탐사보도를 오래전부터 선보여왔다. 「프로퍼블리카」 「뉴욕타임스」 「가디언」과 같은 매체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비교적 최근에 데이터 저널리즘이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이준환 교수는 그 원인으로 자원의 부족을 지목했다. 그는 “데이터 탐사보도 기자들은 몇 개월, 몇 년 단위로 기사를 작성한다”라며 “한국의 경우 인력과 지원의 부족으로 많은 사람이 탐사보도 팀에 배치될 수 없었기에 격차가 발생했다”라고 짚었다. 한편 심영구 팀장은 “데이터 저널리즘의 역사는 탐사보도와 함께하는데 한국에서는 정권에 따라 탐사보도 부서의 폐지와 부활이 반복됐다”라면서 “데이터 저널리즘이 자생하기 어려웠던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뉴스타파」와 같은 비영리 독립 매체가 설립돼 데이터 기반 탐사보도의 선두를 이끌었고, 언론사들도 뒤따라 탐사보도와 데이터 저널리즘 팀을 폭넓게 운영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데이터 저널리즘에 수용자들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심영구 팀장은 “들이는 노력에 비해 데이터 저널리즘 기사의 조회수가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새로운 형식에 이끌리는 것이 아니라 소재에 따라 흥미가 좌우되는 것 같다”라고 원인을 가늠했다. 짧은 스트레이트 기사에 익숙해진 이들이 긴 분량의 기사를 꺼리는 것이다. 이준환 교수는 “미디어 환경이 변하면서 수용자들은 뉴스의 제공을 넘어 해석까지 바라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그런 수용자들에게 스스로 정보를 찾고 해석해야 하는 인터랙티브 기사는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기사의 질을 높이는 것과 더불어 사용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인터페이스의 개선”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며 “데이터를 해석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를 위해 데이터 리터러시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심영구 팀장도 “기자들의 역량을 과시하기 위한 데이터 기사가 많다는 점에 대해 전반적인 반성이 필요하다”라며 “수용자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다 같이 이어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신뢰를 잃은 언론의 입지는 날로 위태해지고 있다. 언론은 포스트 진실 시대에 역설적으로 진실을 통해 저널리즘의 가치를 회복하려 한다. 유용민 강사는 “언론이 진정한 의미의 진실을 확립하려는 노력을 보인다면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언론이 내놓은 방안들은 완벽하지 않다. 오히려 문제점만 두드러져 부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언론을 바로잡는 것이 민주 사회에서 필수적인 지금, 언론의 새로운 시도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필요하다. 시민들의 뒷받침 위에서 자구책을 통해 신뢰와 진실을 되찾은 언론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존재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박지민 기자 dangel8163@snu.ac.kr

삽화: 김채영 기자 kcygaga@snu.ac.kr

레이아웃: 신동준 기자 sdj386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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