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하나. 친구와 함께 찾은 샤로수길의 한 카페. 네온사인 조명과 군더더기 없는 플레이팅, 전신 거울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익숙한 풍경이 펼쳐진다. 분명 처음이지만 왠지 당신은 이곳에 와 본 적 있는 것 같다. 

장면 둘. 당신은 서점에서 에세이를 한 권 구매했다. 내용도 좋지만 무엇보다 감성적인 제목과 표지 덕에 사진을 찍으니 제법 괜찮아 보인다. 당신은 ‘#북스타그램’과 함께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업로드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두 장면의 공통점을 찾아보자. 바로 대표적 소셜미디어 중 하나인 인스타그램이 빚어낸 현상이라는 점이다. 오늘날 인스타그램은 가상 공간의 울타리를 넘어 현실을 바꾸고 있다. 특히 인스타그램의 주 사용자인 밀레니얼 세대에게 ‘인스타그래머블할 것’은 새로운 삶의 지침이자 미덕이 됐다. 무엇이 인스타그래머블하고, 그것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꿔놓았을까? 밀레니얼의 피드 속 인스타그래머블한 세상을 들여다봤다.

#감성_넘치는_이곳_인스타_각이네!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은 인스타그램과 ‘~할 수 있는’이라는 의미의 접미사 ‘-able’의 합성어로, ‘인스타그램에 찍어 올릴 만한’이라는 뜻의 신조어다. 이미지로 소통하는 소셜미디어인 인스타그램에서 자신의 개성, 취향, 경험을 표현하는 이미지를 일컬어 인스타그래머블하다고 한다. 물건이나 공간 외에도 인물, 체험, 생각 등 인스타그램 피드에 올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모두 인스타그래머블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모든 이미지가 인스타그래머블하다고 인정받을 수는 없다. 음식, 여행, 전시회 등 주제마다 정형화된 인스타그램의 시각적 코드와 일치하는 이미지만이 인스타그래머블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크림이 흘러내리는 팬케이크, 하늘과 맞닿은 듯한 인피니티 풀, 색색의 빛으로 꾸며진 갤러리 등이 그 예다.

인스타그래머블한 이미지는 세 가지 특징을 지닌다. 먼저, 가상 공간에서 디지털 이미지로 재현되거나 재현될 것을 전제한다. 인스타그램 속 이미지는 대부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힌 디지털 이미지다. 이런 특징은 현실의 사물까지 디지털 환경에 적합하게 변화시킨다. 가구, 소품과 같은 인테리어 요소들은 인스타그램 피드의 정사각형 프레임을 염두에 두고 배치되며, 인스타그램용 포토존은 색채, 조명 등을 이용해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 속 모습이 실제보다 더 그럴듯해 보이게 한다. 

더불어, 인스타그래머블한 이미지는 시각적인 즐거움을 제공한다. 이미지는 보는 것이며, 이미지를 받아들일 때 사용하는 주된 감각은 시각이다. 따라서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 이미지는 그 내용이 흥미롭기에 앞서 시각적으로 특별해야 한다.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최지혜 연구위원은 “화려하게 플레이팅된 음식 사진처럼 인스타그래머블한 이미지는 사람들의 시각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시각적으로 완전한 이미지는 구도, 거리, 초점, 배경 등의 요소를 고려한 카메라 기법을 통해 만들어지며 적절한 보정을 거쳐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기 위한 것이다. 인스타그래머블한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이유는 타인에게 그것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특별함을 과시하기 위함이다. 윤혜경 강사(미학과)는 “팔로워 수, ‘좋아요’ 표시 기능처럼 타인의 평가를 나타내는 인스타그램 장치는 이미지를 통해 타인에게 인정받으려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보여준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므로 단순히 아름답기보다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특별함을 뽐낼 수 있는 이미지야말로 인스타그래머블의 규칙에 더욱 부합한다. 

하지만 배경부터 포즈까지 인스타그래머블의 문법에 꼭 맞춘 이미지들은 복제품처럼 양산되며, 인스타그램에 의해 개성은 ‘강요’되기에 이른다.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전미영 연구위원은 “인스타그램에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특별한 취향을 뽐내려 한다"라면서도 "본래 비슷한 취향을 가졌던 이들은 인스타그램 내에서 그룹 지어지며 오히려 더 비슷해진다”라고 지적했다.

#밀레니얼을_사로잡은_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래머블’에 가장 열광하는 이들은 인스타그램의 주 사용자인 밀레니얼 세대*다. 디지털 미디어렙 나스미디어가 국내 PC·모바일 이용자를 대상으로 벌인 ‘2018 인터넷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20대와 30대의 인스타그램 이용률은 각각 74.0%, 61.3%를 기록하며 모든 연령대 중에서 가장 압도적인 이용률을 보였다. 2·30대 인스타그램 사용자의 증가는 인스타그램이 ‘최근 이용률이 가장 많이 성장한 소셜미디어’로 발돋움하는 데 크게 영향을 끼쳤다. 

이처럼 인스타그램이 밀레니얼 세대에게 압도적으로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밀레니얼들의 욕구를 가장 효과적으로 충족시키는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의 소통 방식은 밀레니얼의 소통 방식에 부합한다. 인스타그램은 그 어원(Instant Camera+Telegram)에서도 알 수 있듯이 텍스트를 최소화하고 이미지를 중심으로 소통하는 플랫폼이다. 윤혜경 강사는 “인스타그램에 사용되는 텍스트는 이미지를 설명하는 보조적 기능을 할 뿐이며 이미지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체”라고 정리했다. 이미지 위주의 커뮤니케이션은 멀티미디어에 익숙하고 시각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박상우 교수(미학과)는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기기를 일상적으로 사용한 밀레니얼 세대는 활자보다 사진과 영상에 익숙하다”라며 “이들은 이미지를 통한 직관적인 소통을 선호한다”라고 덧붙였다. 

인스타그램에서의 네트워크는 밀레니얼 세대의 인간관계와도 닮아있다. 현재 2·30대는 불필요한 인간관계에 피로감을 느끼고, 물리적으로 가까운 친구보다 취향과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 공동체를 선호한다. 『90년생이 온다』(2018)를 저술한 임홍택 작가는 “밀레니얼 세대는 얕은 인간관계에 시간을 투자하기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더 유익하다고 생각한다”라고 그 원인을 설명했다. 따라서 지인과 교류하기보다 자신이 관심 있는 콘텐츠를 골라보기에 적합한 인스타그램이 이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 기능은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쉽고 빠르게 검색(searching)할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관심 분야의 트렌드를 둘러보기(browsing)에도 용이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트위터처럼 콘텐츠 공유(repost)가 자주 일어나지 않고 일상 같은 자전적 콘텐츠가 주를 이루는 특징 또한 개인주의적인 밀레니얼 세대에게 인스타그램이 매력적인 이유다. 

인스타그램은 밀레니얼 세대가 자신의 내밀한 삶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는 전시 공간을 마련해 줬다.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일상의 모든 순간이 인스타그램의 콘텐츠가 되기 때문이다. 『가상은 현실이다』(2019)를 쓴 주영민 작가는 “인스타그램은 삶이 온전히 스트리밍되는 공간”이라며 “어떤 디지털 공간도 인스타그램만큼 우리 삶을 생생하게 저장하지 못한다”라고 강조했다. 업로드 후 24시간이 지나면 게시물이 자동 삭제되는 ‘스토리’ 기능과 실시간 방송인 ‘라이브’ 기능은 인스타그램의 동시성(liveness)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능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이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자신의 일상을 끊임없이 공유하고 전시함으로써 인정 욕구를 실현한다. 손동영 교수(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사적인 정보를 공유하려는 심리는 타인에게 자신의 정체성과 사회적 지위를 인정받고 싶은 본능적 욕구에서 비롯된다”라고 설명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인스타그램에서 삶을 생중계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발견해나간다. 

인스타그램은 밀레니얼 세대가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에게 인정받으면서 정체성을 형성하는 공간이 됐다. 2030 세대가 인스타그램에 더 오랜 시간을 투자할수록 더 많은 밀레니얼이 인스타그램으로 유입됐다. 임홍택 작가는 “밀레니얼 세대가 인스타그램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 또래 혹은 나와 취향이 같은 누군가가 반응해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페이스북처럼 인스타그램에도 기성세대가 많아지면 이들은 곧 다른 소셜미디어로 옮겨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사각형에_갇힌_세상

인스타그램이 밀레니얼 세대의 삶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가상의 인스타그램은 그들의 현실까지도 인스타그래머블하게 바꿨다. 그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현실 공간의 변화다. 음식점, 카페, 전시회 등 마케팅을 인스타그램에 의존하는 상업 공간은 물론 개인적 공간인 집까지 ‘인스타그램 셀피존’으로 꾸며지고 있다. 전미영 연구위원은 “파티 문화가 없었던 한국 사람은 과거엔 집을 내밀한 사적 공간으로 인식해 타인에게 보여주길 꺼렸지만, 인스타그램이 등장한 후 집을 자랑하는 경향이 늘었다”라며 “인스타그램이 홈 인테리어 시장의 변화를 이끄는 주역”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변화의 정도가 지나칠 때 공간은 본래 목적을 잃고 인스타그래머블한 사진의 배경으로 전락한다.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러 가는 ‘인스타 성지’에서는 공간이 만들어진 취지는 사라지고 겉모습만 남아 소비된다”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를 끈 인테리어 요소들은 그것이 생겨난 맥락에서 분리돼 다른 공간에 무차별적으로 재사용되기도 한다. 공간의 고유한 특성을 무시한 채 마구잡이로 끌어온 인스타그램의 클리셰들은 서로 조화되지 못하고 익숙하면서도 어색한 분위기를 풍긴다. 예컨대, 콘크리트가 드러난 벽면 귀퉁이마다 화분을 놓고, 로즈골드 금속 식기를 대나무로 엮은 그릇과 함께 제공하는 식이다. 공간의 ‘인스타그래머블화’ 현상은 건물, 나아가 도시 전체로까지 확대되며 각 도시가 가진 오랜 역사와 문화의 다양성을 위협한다. 전종현 저널리스트는 “서로 다른 기후, 지리, 역사, 문화적 맥락을 지닌 도시 공간이 인스타그램에서 유행하는 몇 가지 트렌드에 따라 재편됨으로써 인스타그램에 의해 전 세계가 일원화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삶과 사고방식도 인스타그래머블하게 변화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타인과 관계를 맺고 자아 정체성을 형성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소셜미디어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경험만 의미 있다고 여기기 쉽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수 없는 일은 하지 않는’ 밀레니얼 세대의 태도는 그들의 소비 생활에서도 드러난다. 전미영 연구위원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구매 경제에서 여행과 같은 체험 경제로 이동하는 추세다”라며 “과거와는 달리 인스타그램을 통해 경험을 시각적으로 자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과거에는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자격증을 준비했다면 요즘에는 결과물을 찍어 올릴 수 있는 원데이클래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라고 예를 들어 설명했다. 이와 같은 소비 트렌드의 변화는 인스타그램이 사람들이 문화적 수준을 과시하는 새로운 통로가 되고 있음을 알려 준다.

하지만 인스타그래머블한 삶의 방식은 가상과 현실의 주객전도를 야기한다. 즉, 삶을 공유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업로드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업로드하기 위해 삶에 이벤트를 기획하는 것이다. 주영민 작가는 “개인 소셜 계정이 항상 활성화될 수 있도록 우리는 끊임없이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는 ‘업로드 노동’을 수행한다”라고 진단했다. ‘사람이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닌 사진이 사람을 찍는’ 역설적 상황은 흔히 나타난다.  천 여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허윤희 씨(22)는 “일주일에 두세 번은 반드시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카페, 전시를 찾는다”라며 “친구들과 만나도 사진 찍기 좋은 곳을 찾아가고, 옷도 ‘인스타그램 핫플’에 어울리는 것으로 미리 정해둔다”라고 이야기했다. 자신의 삶을 인스타그램에 맞추는 사람들에게 자신은 인스타그램 피드 속 ‘전시물’이다. 이들은 타인의 인정을 통해서만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기 때문에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 쓰게 된다. 

궁극적으로, 인스타그래머블한 삶에서 소셜미디어 속 가상의 ‘나’가 현실의 ‘나’를 대체하기도 한다. 온라인에서 보이는 내 모습이 실제보다 더 진정한 것이라고 여기는 경우다. 주영민 작가는 “오늘날에는 사람을 직접 만나기보다 소셜미디어 속 사진을 통해 타인과 더 많이 교류한다”라며 “우리는 현실의 ‘나’보다 사진 속의 '나'를 더 중시하게 됐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에 표현된 자신과 타자가 온전히 진실한 모습이 아님을 알면서도 가상 이미지에 강하게 끌린다”라며 “때문에 우리는 더욱 매력적인 아바타를 연출하기 위해 노력한다”라고 덧붙였다. 가상의 자아가 현실 자아만큼 중요하게 여겨지면서 취업 시장에서는 지원자의 소셜미디어를 확인하기도 한다. 2018년 잡코리아가 기업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지원자의 평판을 조사한다고 응답한 이들 중 27.2%가 ‘지원자의 소셜미디어를 방문하는 방법을 사용한다’라고 밝혔다. 

가상 자아와 현실 자아 사이의 괴리를 느끼거나, 스스로를 인스타그램 속 자신의 모습처럼 바꾸려는 이들도 등장하고 있다. 소셜미디어가 인간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멀티 페르소나*’ 현상이 나타나 분화된 정체성끼리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최지혜 연구위원은 “사람들은 완벽하게 보정된 자신의 모습과 현실의 불완전한 모습 사이에서 갈등해 자아분열을 경험한다”라며 “편집되고 연출된 온라인상의 자신의 모습을 진짜라고 믿는 ‘디지털 허언증’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증세는 외모의 영역까지 확대돼 밀레니얼 세대에서는 사진 보정 어플로 찍은 자신의 얼굴처럼 성형해달라는 ‘셀카 이형증*’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예쁘고 행복한 모습만 있는 인스타그램 속 나에게 몰두하다 보니 내 본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라는 허윤희 씨의 말처럼 인스타그램 속의 아바타는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진짜 ‘나’는 누구인지를 의심하게 만든다.

#인스타그램에서_벗어난_삶을_생각하다

가상의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은 우리의 현실 공간, 삶의 방식, 사고와 경험, 그리고 정체성까지 모두 인스타그래머블하게 바꿀 것을 주문한다. 그러나 인스타그램이 주조한 삶의 방식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것은 병리적인 사회현상의 원인이고 개인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에 많은 밀레니얼 세대는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소셜미디어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하며 ‘인스타그램에서 벗어난 삶’을 선언하고 있다. 3년 전 모든 소셜미디어 이용을 중단했다는 강지윤 씨(23)는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이전보다 마음도 편하고 자존감도 높아진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자신을 위한 ‘의지적 고독’ 상태는 언제나 온라인으로 타인과 연결돼 있을 것을 강요받는 현시대에 귀한 가치를 지닌다. 고독할 때 우리는 비로소 이미지의 세계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을 체험할 수 있으며 인스타그래머블한 것에 대한 집착에서 탈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를 완전히 끊어내는 대신 이를 오프라인 모임을 마련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가상 공간에서의 관계를 현실 공간으로 끌고 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오프라인 ‘글쓰기 모임’은 인스타그램에 검색하면 관련 해시태그가 10,000개 이상이 나올 정도로 성행 중이다. 액티비티 기반의 소셜 클럽 ‘프립’, 문화 예술 오프라인 모임 ‘문토’ 등 취미가 비슷한 사람을 오프라인 모임으로 연결해주는 플랫폼도 인기다. 김은미 교수(언론정보학과)는 “온라인 친구가 실제 친구를 대체할 수는 없기에 온라인-오프라인 소통 간의 균형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미디어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 못지않게 현실과의 교류를 잃지 않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스타그래머블의 함정을 꿰뚫어 보기 위해서는 이미지의 피상성을 이해하고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진실과 거짓을 담고 있는 이미지를 구별하지 못하고 종종 왜곡된 이미지에 더 쉽게 설득된다. 박상우 교수는 “이미지는 왜곡의 가능성이 높은 매체”라며 “이미지는 보여줄 뿐 설명하지 않기에 명확하지 않고 표면적 진실에 머무른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간파할 수 있다. 김은미 교수는 “미디어를 무조건 나쁘게, 혹은 좋게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인 사고가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미디어를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몫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삶의 공간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놓았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바야흐로 가상 현실의 시대를 맞아 우리는 인스타그램과 우리의 삶, 가상과 현실의 관계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인스타그래머블한 삶은 정말 행복한 삶일지에 대한 꾸준한 성찰이 필요하다.

 

*밀레니얼 세대: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집단을 이르는 말

*멀티 페르소나: 『2020 트렌드 코리아』에서 제시한 키워드로, 가면을 바꿔 쓰듯 매 순간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며 서로 다른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다층적 자아를 의미한다. 

*신체 이형증(Body dysmorphic disorder): 자신의 신체적 특징 혹은 작은 결함에 집착하며 이를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강박성 정신 장애

삽화: 김지온 기자 kion27@snu.ac.kr

레이아웃: 신동준 기자 sdj386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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