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이 불충분한 상황에서 도서관 이용 우선권은 재학생에게

개방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열람실을 이용하는 외부인들이 세금을 냈고, 서울대는 세금에서 일정 정도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도 도서관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가에서 서울대를 지원하는 이유가 도서관이나, 혹은 학내의 여러 시설들을 지역 주민에게 개방하도록 하기 위함은 아니다. 서울대는 존재 목적이 있으며, 이 목적 때문에 세금 지원을 받는 것이다.

또한 나는 학교의 자원 이용의 우선권은 재학생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좌석이 충분하여, 외부인들로 인한 재학생들의 불편이 일정 수준에 그친다면 열람실을 개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할 수 있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한 상황에선 열람실을 개방해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것보다는 본래의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부 지원을 받는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그 학교 학생들이 체육수업을 하는데, 세금을 냈다는 이유로 일반인들이 축구시합을 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외부인의 법적인 권리가 아닌 우리들의 도의적 책임을 근거로, 지역 사회에 대한 기여에 무게를 두고 도서관 개방을 지지하는 주장도 있다. 대학이 사회에 대한 일정한 정도의 책임을 가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원론적인 주장을 도식적으로 적용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열람실 개방이 지역 사회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가? 당장 둘러보아도 고시생들에 비해, 일반인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지역 주민들이 책이 있는 서가도 아니고, 책상과 의자만 놓여 있을 뿐인 열람실에 들어와서 무엇을 하겠으며, 굳이 그런 공간이 따로 필요해 서울대까지 찾아올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런 지역 주민이 있다고 해도 가까운 곳에 관악구민회관·도서관이 있는데 굳이 우리가 피해를 감수해 가며 도서관을 개방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주먹구구식으로 대학의 공공성을 판단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기보다는, 좀 더 작은 일이라도 진정으로 시민들에게 필요한 일, 지역 사회에 제대로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진용환 물리학부·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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