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15일) 치러진 제21대 총선 결과를 두고 다양한 비평들이 쏟아져 나왔다. 비례위성정당을 합해 범여권 180석 의석을 쟁취한 여당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을 어떻게 원호할 수 있을지, ‘보수’라는 가치를 잃어버린 채 대안적 시대정신을 제시하는 데 실패한 미래통합당의 미래는 어떠할지에 대한 기자와 정치평론가들의 분석이 여러 신문에서 제시되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악용한 거대 양당의 ‘꼼수’와 논란 있는 비례대표 후보 선정 등의 이유로 저조한 성적표를 집어든 정의당에 대한 우려 혹은 비판 기사도 한쪽에 있었다. 한편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각국이 선거를 연기하는 와중에 총선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점에 대한 외신의 반응을 근거로 자화자찬하는 기사들도 많았다. 

이렇듯 기성언론이 총선이라는 큼지막한 화젯거리를 여러 각도에서 씹고 뜯고 즐기고 있지만, 유독 총선에 관계된 어떤 사람들만큼은 언론의 눈에서 살짝 비켜나있는 것 같다. 바로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근 20여 년만의 최고 투표율로 총선이 무사히 진행될 수 있도록 이면에서 고생한 이들이다. 총선이 무사히 진행된 데 대해 많은 사람들이 정부의 신속하고 정확한 의료체계를 칭찬하거나 방역에 협조하는 유권자들의 시민의식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렇지만 보이지 않는 배후에서 이번 총선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애쓴 이들의 노고 또한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번 총선은 예년에 비해 훨씬 많은 지원 인력을 필요로 했다. 우선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투표소를 경유한 집단감염을 저지하기 위해 각 투표소에서 체온을 측정하고 일회용 비닐장갑을 나눠주는 방역 인원이 현장에 다수 투입되었다. 한편 비례대표 선거에서 투표지분류기를 사용하지 못해 7만 4천여 명의 인력이 전수 수개표 과정에 동원되기도 했다. 자가격리자들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임시기표소를 운영하기 위해 파견된 이들도 있었다. 예년 대비 추가로 투입된 인원뿐만 아니라, 통상적으로 선거 진행을 지원해오던 이들도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여러 가지 고생을 겪어야 했다. 선거관리위원회 소속 공무원들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인파가 몰리지 않도록 ‘사회적 거리두기’ 방식의 유세를 감시하고 도와야했다. 투표소에서 투표를 돕는 자원봉사자들도 기존의 투표 감시 및 진행 보조의 업무를 넘어서 안전하게 선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권자들을 안내하고 방역에 힘쓰는 일을 맡았다. 도서지역의 투표를 보조하는 해경들은 폐쇄적인 섬 안으로 바이러스가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원이 방호복을 입고 방역을 마친 상태로 투표함을 인수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선거를 별 탈 없이 마무리한 점에 대해 많은 이들이 찬사를 보내고 있지만, 그 배후에서 고생한 사람들의 노고에 대해서는 스포트라이트가 거의 비춰지지 않는다. 어쩌면 내가 올 연말부터 선관위 소속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소화하기로 예정돼 있기에 이들에게 가장 먼저 시선을 돌리고 공감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르리라. 그렇지만 이 사람들의 수고로움이 있었기에 우리는 21대 국회가 무사히 출범하고 민주정치가 시일에 맞게 원만히 작동하는 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시민들의 참정권 행사가 원만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한 모든 이들에게, 다음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그들처럼 노력하고 있을 미래의 내가 감사의 말을 전한다.

 

박훈창 간사

삽화: 김지온 기자 kion27@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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