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신원 기자
취재부 신원 기자

취재수첩에는 크게 두 가지를 쓰는 것 같다. 하나는 기사에 쓰지 못한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취재를 하며 겪은 비하인드 스토리다. 전자를 쓰자니 복잡한 노동법 지식 때문에 독자들이 눈을 돌릴 것 같아 후자를 쓰려고 한다. 

이 기사를 쓰면서 두 가지 욕심을 가졌다. 하나는 ‘꿀 알바’라는 인식 뒤에 숨겨진 현실을 밝히는 것이었고, 하나는 내 전공 학문인 인류학의 관점을 신문 기사에 적용하겠다는 것이었다. 내 전공 학문에서는 개인이 현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그걸 어떻게 경험하는지에 중점을 둔다. 이 관점을 바탕으로 꿀 알바를 하는 학생이 실제로 어떤 경험을 했는지 밝히고자 했다. 

이를 위해서는 사례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경험을 질적으로 재구성해야 했다. 하지만 사례는 생각보다 찾기 어려웠다. 겨우 사례를 구해 인터뷰를 했지만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한 사례를 최대한 자세히 묘사하겠다는 쪽으로 서술 가닥을 바꿨다. 이를 위해서는 글의 ‘생동감’을 잘 살려야 했다. 독자들이 글을 읽는 동안 사례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느끼도록 흡입력 있고 긴장감 넘치는 문체 구사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는 나에게 꽤 버거웠다. 논픽션 종류의 글은 처음이었고, 문장력도 부족해 어떻게 써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르포 기사로 유명한 몇몇 기자들의 글도 참고했고, 동료 기자가 추천해준 소설 형식의 기사도 꼼꼼히 분석했다. 잘 쓴 글을 흉내낸다는 느낌으로 사례를 서술해 나갔다. 그렇게 쓰고 나니, 글이 생각보다 괜찮은 듯 보였다.

하지만 완성된 초안을 데스크에 제출했더니 ‘사례는 충분한데 해결책이 없다’는 피드백이 돌아왔다. 문제점만 있고 해결책이 없다보니 읽다 만 찜찜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다. ‘사례만 잘 그려내면 됐지 해결책이 꼭 있어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사례조차 ‘얇게’ 썼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 현장에 대한 깊이 있는 조사와 분석, 통찰 없이 글을 쓰다 보니 ‘당연한 얘기’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급하게 전문가들 인터뷰를 하고 관련 기사 및 연구를 다 뒤지기 시작했다. 근거를 찾기 위해 노동 관련 법규와 논의들까지 공부하다 보니 취재가 끝날 때쯤 노동 분야에 꽤 해박해진 듯한 착각이 들었던 것 같다.

물론 이를 글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았다. 복잡한 노동법을 일반 학우들이 봐도 이해할 수 있게끔 풀어내는 게 가장 어려웠다. 나도 잘 알지 못하는 걸 쉽게 설명해야 한다니, 초고를 혼자서 백 번 이상은 고친 것 같다. 처음에 목표로 했던 경험 중심 서술에 대한 욕심도 남아 있어 글 쓰기가 더욱 고통스러웠다.

결국 완고를 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노동권은 아직 법에 의해 충분히 보호받지 못한다. 본 기사는 그런 현실을 드러내는 데 온 힘을 쏟았고, 생생한 사례와 날카로운 분석을 조화시켜 읽는 이가 가슴으로 공감하며 고민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개인적으로 많은 아쉬움이 남는 기사다. 하지만 ‘첫 기사니 이 정도면 할 만큼 했다’라는 마음으로 훌훌 털어버리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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