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정 총장, “공공성 강화 통해 서울대 인식 제고할 것”
오세정 총장, “공공성 강화 통해 서울대 인식 제고할 것”
  • 박정훈 취재부 차장
  • 승인 2020.04.1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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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취임 1주년 인터뷰
사진 제공: 서울대 홍보팀
사진 제공: 서울대 기획처 소통팀

 

오세정 총장이 취임한 지도 어느새 1년이 지났다. 이미 개강을 하고 학생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어야 할 학교는 여느 때와 달리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조용하기만 하다. 오 총장이 강조했던 서울대 공공성 강화 프로젝트는 잘 진행되고 있는지, 작년 한 해 큰 이슈였던 강사법과 성적장학금 문제는 어떻게 돼 가는지, 코로나19 대응에 어려움은 없는지 등 학생들이 궁금해할 질문을 묻고 총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임기 첫해를 돌아보며

◇총장으로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간의 소회를 밝히자면=총장 공백기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던 서울대를 정상 궤도로 올리는 것이 취임 첫해의 가장 큰 목표였다. 특히 작년에 노사 문제나 성추행 교수 징계 문제 등 학내에 크고 작은 사건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에 잘 대응했고 현재는 많이 정상화됐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안 해결을 우선시하다 보니, 장기적으로 서울대를 세계 최고 대학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변화를 더 추진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보다 미래 지향적으로 학교의 여러 시스템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예를 들어 학교의 현행 일부 학사제도는 학생에 무의미한 제약을 가하고 있다. 복수전공·부전공 등 다전공 선발을 성적순으로 진행하다 보니 학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전공을 택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앞으로 다전공 선발과 관련한 여러 제약을 해제하고 지원자가 몰리는 전공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 1년 동안 가장 만족스러운 점을 꼽자면=국립대학법인 비과세를 위해 세법을 개정한 것이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011년에 법인화되면서 서울대는 면세 지위를 잃고 세금을 내야 할 위기에 처했다. 법인화 당시 국립대학법인은 기존 권리와 의무를 계승한다고 명시돼 있어 면세 권리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대법원에서는 관련 세법을 바꾸지 않으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세법을 바꾸는 것이 일종의 특혜로 비칠 수 있었기에 상당히 조심스러운 문제였으나, 여러 도움을 통해 서울대나 인천대와 같이 법인화된 국립대학법인은 과거의 면세 지위를 인정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세법이 개정됐다. 세법 개정을 통해 서울대의 과세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됐고 시흥캠퍼스(시흥캠) 추진 등의 계획에도 차질이 없어졌기에 중요한 일을 해냈다고 자평한다.

총장 후보 공약을 살펴보며

◇연구 부문에서 양적으로 많은 업적을 내기보다 장기적 전망 속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연구가 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본인이 계획한 대로 연구 부문의 혁신이 잘 이뤄지고 있는가=논문 수만 고려하면 서울대도 해외 명문대학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상위권에 속한다. 문제는 서울대에는 세계 무대에 자신 있게 내놓을 대표적인 연구 분야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총장 후보 당시 내놓았던 계획대로 열 개의 분야가 세계 10위권 내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10-10 프로젝트’를 추진해 세계적 수준의 학문 분야를 육성하려고 한다. 우수한 학자를 초빙하거나 다른 대학에서는 하지 않는 특수 분야를 연구함으로써 학과마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서울대가 세계 최고 수준의 독창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타전공 학생들 간 소통을 늘리고자 관악캠퍼스(관악캠) RC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는데 관악캠 RC에 관한 입장은 그대로인가=대학은 기본적으로 지식의 전수 이상의 역할을 하는 생활 공간이 돼야 한다. 페이스북의 창립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뛰어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학생들이 모여 있는 상황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공유할 때 생기는 장점이 많기에 RC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외국 대학과 같이 모든 학생을 기숙사에 수용하면 현실적으로 교수가 이를 책임지기 힘들다. 과거 시흥캠에서 RC를 추진하려던 계획에 반발이 몹시 커 그 대안으로 관악학생생활관(관악사)에서 RC를 실시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기숙사에서 신입생 세미나를 진행하는 것도 구상하고 있다. 기숙사생 중 원하는 학생이 있으면 일과 시간 외에 기숙사에서 교수가 세미나를 주관하는 것이다. 현재 신입생 세미나를 관장하는 기초교육원에서 관련 프로그램을 정비 중인데, 그 과정이 끝나면 이르면 내년쯤부터 파일럿 프로그램이 시작될 수도 있다. 파일럿 프로그램이 잘 되면 기숙사를 더 건설해 확대 진행할 계획도 있다.

◇서울대의 공공성이 강화돼야 함을 역설했는데 공공성 강화 프로젝트는 어떻게 돼 가는가=국가의 정책 이슈와 의제를 분석할 수 있는 공론장을 조성하고 서울대의 집단 지성을 활용해 다차원적인 해결책을 선도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작년 9월 ‘SNU 국가전략위원회’를 발족했다. 과거에도 ‘국가전략포럼’을 통해 우리나라의 중요한 이슈와 관련해 포럼을 개최했으나 이는 보통 일회성에 그쳤다. 작년 ‘SNU 국가전략위원회’를 만들며 내가 당부한 것은 포럼과 연구를 하되 남에게 훈수만 두지 말고 서울대만의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달라는 것이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에는 서울대가 인구 감소 문제에 대응할 방법과 입시 제도의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더 시급한 현안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가정책의 방향’에 관해 포럼과 연구를 진행해 우선적인 해법을 내놓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서울대 공공성 강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이유는 국회 내에서 느낀 서울대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서울대를 기득권 집단이라고 여긴다. 서울대가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예산의 필요성을 주장하면 서울대가 나라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서울대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서울대만이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그런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다. 

강사법과 성적장학금

◇작년부터 강사법이 시행되고 있는데 서울대에서는 비교적 잘 운영되고 있는 것 같다. 혹시 강사법 도입으로 인해 재정상의 어려움이 발생하지는 않았나=강사법 도입 이후 강사 수를 유지하는 데 생기는 추가 비용은 충분히 감수하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한 학생들은 보통 강사를 통해 경력을 시작하기에 강사 수를 줄여서는 안 된다.

재정 문제는 현재까지 잘 해결해 왔으나 비전업강사의 강의료가 인상되면서 재정상의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원래 비전업강사는 따로 직업이 있기에 강의료를 적게 지급했으나 최근 법원에서 비전업강사의 강의료를 다른 강사들과 동등하게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로 인해 발생할 추가 비용이 어느 수준일지 아직 가늠되지 않아 재정 마련 계획을 잘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년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성적장학금을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당시 학내 여론에 막혀 계획이 취소됐는데 현재 성적장학금 문제에 대한 기조는 무엇인가=원래 장학위원회가 제시한 안은 성적장학금 폐지가 아닌 축소였다. 단번에 폐지하는 것은 지나치게 급작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뷰 당시엔 개인적 소신상 폐지가 옳은 방향이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대답했다. 전 세계적으로 장학금 제도는 성적 기반에서 수요 기반으로 움직이는 추세다. 과거에는 모든 학생이 경제적으로 어려워 공부를 잘하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줬다면, 이제는 학생들의 경제적인 상황이 많이 변했기에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우선으로 장학금을 주는 게 옳다고 본다. 그 대신 좋은 성적을 받은 학생들에게는 ‘딘스리스트’(Dean̓s list)와 같이 성적표에 별도로 표기를 해주는 식으로 보상을 할 예정이다. 성적장학금 비중을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는 방향성에 단과대 학원장들도 동의했으나 학생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부족해 문제가 됐다. 

성적장학금 축소에 대한 입장은 고수할 예정이지만 그 속도는 학내 구성원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속도로 나아가야 하지 않나 싶다. 학생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상태로 제도 변화를 추진하면 결국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오거나 부작용만 발생한다는 것을 느꼈다. 전반적인 방향성을 정해두고 제도 변화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임기 안에 꼭 폐지하겠다는 목표를 정해두기보다는 학생들과 공감대를 쌓고 반대하는 학생을 설득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대응을 묻다

◇4월 중순까지 서울대 차원에서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이 적절히 이뤄졌다고 평가하는가? 일각에서는 직원들의 출근 관련 지침이 여타 기관보다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현재까지는 학생 확진자도 관리가 잘 됐고, 강의도 큰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어 최소한의 대응은 잘하지 않았나 싶다. 다만 학교의 업무 특성상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이 많기에 직원들의 재택근무는 쉽지 않았다. 한두 개 부서에서 재택근무를 시범 운영하긴 했으나 업무 효율이 떨어져 현재로서는 특별히 상황이 악화하지 않는 한 정상 근무를 원칙으로 할 것이다.

◇비대면 수업 무기한 연장이 생각보다 늦게 선언됐다. 그 이유는 무엇이며 대면 수업으로의 전환 가능성은 앞으로 없는가=비대면 수업 무기한 연장이 더 일찍 결정됐다면 좋았겠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예측할 수 없게 진행되면서 학생들의 건강 문제와 수업권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했다. 실험·실습·실기 수업의 경우 대면 수업이 필수적이다.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방침이 생활방역으로 바뀌면 5월 초부터 해당 교과목을 대면 수업으로 진행할 계획이지만, 이론 수업의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종강까지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대면 수업이 언제부터 진행 가능할지는 확언하기 어렵다. 세계적인 추세로 봤을 때 여름에도 이 사태가 종식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번 여름에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는 취소한 상태며, 교환학생 관련해서도 해결할 문제가 많다. 다만 여름 계절학기 진행 계획은 너무 늦지 않게 결정해 공지하도록 하겠다.

◇비대면 수업하에서는 실험·실습·실기 과목이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 이에 미대와 음대에서는 ‘공동 등록금 보상 요구 TF’를 발족하기도 했다. 등록금 환불 요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물론 학생들의 요구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대면 수업이 진행돼도 상당한 비용이 들며 온라인 강의 시스템 구축 등으로 인해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서울대에서 내린 지침 사항은 타 대학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섣불리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현재 등록금 환불과 관련해 정부에서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정부에서 내리는 지침에 따를 것이다.

 

지난 2018년 오 총장은 국회의원직을 중도 포기하고 다시 총장직에 도전했다. 그는 서울대가 총체적인 위기에 처해 있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돌아왔다고 해명했다. 그런 그에게 서울대 총장으로서 맡은 바 임무를 다한 뒤 다시 정계에 복귀할 가능성은 없는지 묻자, 그는 “서울대 총장직은 자신의 마지막 자리라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라며 본인의 신념을 밝혔다. 그가 말한 마지막 자리는 곧 명예로운 자리인 동시에 그만큼 책임을 요하는 자리, 본인의 역량을 모두 쏟아야 할 자리일 테다. 오 총장이 3수만에 잡게 된 서울대 총장직에서 약속한 모든 것을 실현한 뒤 호연하게 자리를 떠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제공: 서울대 기획처 소통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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