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는 수강신청제도, 자세히 들여다보니…

새로운 수강신청제도 도입이 급물살을 타 이르면 이번 동계 계절학기부터 시범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새롭게 도입되는 수강신청제도는 장바구니 제도와 선착순 제도가 혼합된 ‘혼합형 수강신청제도’로, 두 차례에 걸쳐 수강신청이 진행된다. 수강신청제도의 변화와 함께 수강신청 시기와 시작 시각 역시 바뀐다. 이 같은 소식을 몰랐던 학생들에게 새로운 수강신청제도에 대해 묻자 대개는 처음 접하는 소식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변경된 방식이 기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도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새로운 수강신청제도, 도입 이유는?=이번 제도의 도입은 본부가 2016년에 추진한 수강신청제도 변경사업의 연장선에 있으나 ‘혼합형 수강신청’이라는 구체적인 방식은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새롭게 고안됐다. 본부는 2016년에 처음 수강신청제도 변경사업에 나서면서 당시 총학생회와 함께 ‘수강신청운영개선 TF’를 운영해 희망 교과목을 담는 ‘장바구니 제도’를 개선안으로 마련했다. (『대학신문』 2016년 5월 23일 자) 하지만 당대 총학생회가 시행한 학생 설문조사에서 현행 선착순 제도에 대한 학생들의 선호가 높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해당 사업이 중단됐다. 이후 2018년 수강신청 방법과 관련한 학생들의 불편이 여전하다는 논의가 확대되면서 본부는 당시 총학생회인 「파랑」과 함께 수강신청 제도 변경사업을 다시 추진했다. 학사과 관계자는 “2016년에는 많은 학생의 지지를 얻지 못했으나, 수강신청 방식과 관련된 불만이 계속해서 제기되면서 이를 개선하고자 ‘혼합형 수강신청제도’를 고안했다”라며 “제도 개선안은 지난해 말에 확정됐다”라고 설명했다.

▶바뀐 제도 아래 수강신청방법은?=이번에 도입되는 수강신청제도는 수강희망교과목을 장바구니에 담아 신청하는 ‘1차 수강신청’(장바구니 제도)과 1차에서 정원이 초과한 과목에 대해 선착순으로 강의를 신청하는 ‘2차 수강신청’(선착순 제도)으로 구성된다. 또한 기존 방식과 달리 재학생, 신·편입생, 홀·짝수 학번 구분 없이 전체 재학생이 동시에 1, 2차 수강신청을 진행할 예정이다. 학생들은 우선 1차 수강신청에서 정원에 구애받지 않고 장바구니에 수강희망교과목을 넣어 신청한다. 정원이 남은 강의를 신청한 경우 신청한 그대로 수강 내역이 확정되지만, 장바구니에 넣은 강의의 정원이 초과된 경우 2차 수강신청에서 현행 제도와 같은 선착순 제도를 거쳐 신청을 확정해야 한다. 1차 때 정원이 초과한 강의는 1차 수강신청에서 해당 강의를 장바구니에 담아둔 학생만 신청할 수 있지만, 1차 때 정원이 미달한 강의는 2차 수강신청 때도 별도의 제한 없이 잔여석에 대해 수강을 신청할 수 있다. 수강신청 기간 및 변경 기간에 학생들이 수강을 취소해 발생한 잔여석에 대해서는 1일 1회 지정된 시간에만 수강신청할 수 있도록 제한할 방침이다. 

▶몇 날, 몇 시에 시작하려고?=이번 수강신청제도 변경과 함께 수강신청 시기와 시작 시각이 늦춰지면서 글로벌인재특별전형 가을학기 입학생도 정상적으로 수강신청을 할 수 있게 됐다. 수강신청 시기는 계절학기 수업이 진행 중인 1월 말과 7월 말에서 2월 중과 8월 중으로 변경되며, 시작 시각도 오전 7시에서 오전 8시 30분으로 미뤄진다. 학사과 관계자는 “수강신청이 계절학기 수업 기간에 시행될 뿐만 아니라 오전 7시에 시작되는 것에 제기되는 불만이 많아 학생 편의를 위해 수강신청 시기와 시작 시각을 바꿨다”라면서 “현행 수강신청 시기가 일러 원활히 수강신청을 하기 어려운 글로벌인재특별전형 가을학기 입학생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라고 기대했다. 정보화본부 관계자는 “해당 제도는 오는 11월 2020년도 동계 계절학기 수강신청기간에 시범적으로 운영한 뒤 2021년도 1학기부터 본격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여론 수렴, 정말 충분했는가?=그러나 이번 개선이 학생사회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박세빈 씨(사회학과·19)는 “수강신청제도가 바뀐다는 소식을 처음 듣는다”라며 당혹감을 보였다. 학사과는 지난해 12월 재학생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진행해 변경된 수강신청제도에 대해 설명했다는 입장이다. 이때 2020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연석회의) 부의장 자격으로 공청회에 참석했던 연석회의 최대영 의장(원자핵공학과·17)은 “당시 성적장학금 문제가 학생사회의 주요 화두로 떠올라 수강신청제도 개선안 등 다른 의제는 주목받지 못했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선례를 참고하면 문제는 해결될까?=혼합형 수강신청제도가 과열 경쟁을 누그러뜨리고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조혜민 씨(윤리교육과·16)는 “선착순 제도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불필요한 절차를 하나 더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라며 “바뀐 수강신청제도가 학생들의 경쟁열을 잠재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고려대는 ‘수강희망과목 등록’이라는 이름으로 앞으로 서울대에 도입될 새로운 제도와 동일한 혼합형 수강신청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선착순 제도로 과열된 수강신청 경쟁열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상태다. 이태준 씨(고려대 경제학과·19)는 “수강희망과목 등록과정이 있어도 결국 인기 강의의 수강 가능 여부는 선착순 제도로 결정된다”라며 “혼합형 수강신청제도가 선착순 제도와 뚜렷한 차별점이 없는 것 같다”라는 경험을 전했다. 이에 학사과 관계자는 “서울대에서 개설된 수업의 경우 수강신청 시 정원이 초과하는 강의가 전체 강의 중 20~30%밖에 안 된다”라며 “1차 수강신청을 통해 경쟁열이 어느 정도 완화된 이후 선착순 제도를 진행하는 것이기에 지금처럼 경쟁이 극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