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준 사회부장
박경준 사회부장

평소 스포츠 경기를 보는 것을 매우 좋아하고, 꽤 자주 교내 동아리에 나가서 시합을 뛰며 운동을 즐긴다. 그러면서 느낀 것은 강팀들은 경기가 끝날 때마다, 그리고 시합이 끝나고 나서 항상 공통된 특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바로 자신들의 경기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다. 자신들의 플레이를 하나하나 분석하며 이 상황에서 더 좋은 플레이를 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승리했어도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면 결코 만족하지 않는다. 내가 소속돼 있는 팀이 학교 내에선 꽤 강팀이라서 지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그럼에도 훌륭한 팀원들은 항상 자신들의 실수를 곱씹고, 경기력이 안 좋은 날이면 ‘상대팀이 못해서 이긴 것’이라며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승자와 패자가 대부분의 경우 극명하게 나뉜다. 하지만 공통점은 거기까지다. 패자와 패배의 책임이 있는 정치인은 사과와 함께 자리에서 물러나지만, 승자는 보통 “국민들의 선택에 감사를 표한다”라는 말을 남기며 바로 대권에 도전할 것만 같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뉴스 화면을 가득 채운다. 이번 21대 총선이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로 끝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다만, 과연 그들이 소회를 밝히는 대로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3년 차에 들어선 현 정부의 능력에 공감하며 정부에 힘을 실어주려고 한 것일까?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 여당과 정부는 스포츠의 세계를 보고 많은 것을 느껴야 한다. 이번 경기가 과연 순전히 그들의 뛰어난 실력으로 이긴 경기일까? 이번 선거에서 그들의 상대팀이었던 미래통합당의 모습은 ‘최약체’에 가까웠다. 공천을 둘러싸고 일어난 내부 분열, 리더십 없이 사고만 치고 다니는 당 대표, 총선을 앞두고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할 막말을 일삼는 후보들. 이런 모습들은 현 정부에 부정적인 유권자마저도 야당이 힘을 실어줄 만한, 견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대안 세력인지 망설이게 만들었다. 조국 사태, 코로나19의 창궐, 정권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 선거법 논란, 한국경제위기론이라는 일말의 기회를 대하는 야당의 자세는 “상대가 문전에서 패스미스로 골 찬스를 줘도 똥볼을 차고, 접전 상황에서 자책골을 넣는 아마추어”에 가까웠다. 약팀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승자는 ‘결과’만을 이유로 스스로의 실력에 감탄하며,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망각하는 오만과 독선에 빠져서는 안 된다.

2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TK와 제주를 제외한 모든 광역자치단체장을 석권했으며, 유권자들은 여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물론, 이번 총선도 여당의 승리로 끝났지만, 확실한 것은 여론조사 지지율의 하락으로 보건대, 지난 선거에서 지지를 보냈던 유권자 중 상당수가 정권의 무능에 실망해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여당과 정부가 잘한 부분도 있지만, 잘못한 부분도 많다. 그들이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은, 이번 총선에서의 ‘승리’가 그동안의 잘못을 모두 묻어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승리’라는 결과가, ‘정의’를 무시하고 ‘내로남불’의 상징인 조국을 옹호하는 것(더불어민주당 김남국, 김용민 당선인)이나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것(더불어시민당 우희종 공동대표)과 같은 독선을 정당화하는 명분을 주지는 않는다.

스포츠의 세계에서 명문팀, 강팀이 약팀으로, 승자가 패자로 전락하는 것은 짧은 시간 안에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정치 역시 비슷하다. 국민들은 항상 정권을 지켜보고 있으며, 이들이 국민의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하거나, 이들보다 나은 대안이 등장했다고 생각하면 언제나 등을 돌릴 수 있다. 스포츠의 세계에서든, 정치의 세계에서든, 몰락을 피하려면 ‘승자’의 본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국회에서 모든 권한을 독식한 결과가 비극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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