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는 ‘선 장바구니제, 후 선착순제’를 골자로 하는 새로운 수강신청제도를 동계 계절학기부터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2016년 처음 논의된 장바구니 제도는 당시 학생들의 지지를 얻지 못해 추진이 중단됐지만, 그 후로도 수강신청을 둘러싼 여러 문제가 꾸준히 드러나면서 2018년 다시 본부 주도로 논의됐다. 그리하여 지난해 말 학사과는 공청회를 통해 장바구니제를 포함한 제도 개선안을 확정하고 이를 발표했다. 지금은 정보화본부에서 관련 시스템 개발에 들어간 단계다. 본부는 이번 제도 변경이 수강신청 경쟁을 완화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지만, 새로운 제도가 충분한 효과를 낳을 것인지, 학생들의 의견을 적실히 반영하고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학신문』 2020년 4월 20일 자)

‘장바구니제’ 도입이 취지대로 수강신청의 과열 양상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학사과는 장바구니 제도를 시행하면 수강 정원이 차지 않은 다수의 강의가 고정된 상황에서, 수강 정원을 초과하는 20~30%의 강좌에 대해서만 선착순을 시행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곧 지금보다 정제되고 완화된 상황에서 선착순 신청을 할 수 있어 극심한 경쟁이 완화되리라는 예측이다. 하지만 ‘2차 수강신청’에서 정원 미달 강의는 제한 없이 추가 신청할 수 있기에 ‘1차 수강신청’에서 대다수 학생은 소위 인기 강의만을 ‘장바구니’에 담아 둘 것이다. 더구나 1차에서 정원을 초과한 강의는 2차 신청 시 새로 장바구니에 담을 수 없어, 1차에서는 가능한 많은 인기 강의를 담아두는 것이 요령으로 알려질 것이다. 필요 이상의 가수요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인기 강의에 대한 경쟁률이 더 상승할지도 모른다. 

본부는 새로운 수강신청 제도에 관한 학생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지난해 말 공청회를 열었다. 그러나 정작 학생들 대다수는 공청회가 있었다는 사실은커녕 수강신청 제도 개편안이 마련되고 있다는 것조차 잘 알고 있지 못하다. 학생들에게 제도 변경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학사과의 설명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당장 올해 동계 계절학기부터 변경된 제도가 도입될 예정인데 전체 학생 수에 비해 동계 계절학기 신청자가 극히 제한적임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학생은 내년 1학기 수강신청에 즈음해서야 변경된 제도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학생과의 소통 과정이 부재한 제도 변경이 학생들에게 환영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본부는 새로운 수강신청 제도를 위한 시스템 개발을 서두르기보다는 지금이라도 공론장을 다시 마련해 학생들에게 새로운 제도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제공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제도에 반영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새로운 제도가 가져올 문제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하고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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