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최초로 실시되고 만 18세로 선거 연령이 하향되는 등 여러 변화가 눈에 띈 제21대 총선이 막을 내렸다. 이번 총선은 선거 제도를 둘러싼 여러 변화에 다양한 사회적 화두가 겹쳐져,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28년 만의 최고치인 66.2%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민주당 계열 정당이 16년 만에 의석의 과반을 넘기고 역대 최다 의석을 차지하게 된 이번 총선은 정치사적으로 큰 의미를 내포했고, 현재 다양한 해석이 시도되고 있다.

여당은 야당의 견제를 물리치고 뜻하는 대로 입법을 추진할 수 있는 자리에 올랐다. 이 결과를 표면적으로 보면 여당의 ‘전례 없는 승리’라고 해석할 수 있지만, 그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배경에서 위성정당 창당이라는 ‘전례 없는 선거제 악용’의 그림자를 놓쳐서는 안 된다. 당초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민들의 의사를 보다 효과적으로 반영해 국회의 대표성을 높이고, 제3정당, 소수 정당에 거대 정당들을 견제할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받았다. 우리나라의 정치를 순식간에 몇 걸음 더 진보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법은 통과되는 과정부터 논란이 일면서 순탄치 않은 길을 걸었고, 총선에 가까워지며 더욱 격한 혼란에 휩싸였다. 미래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은 선거제의 허점을 꿰뚫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했다. 이를 두고 강력히 비판하며 민주주의의 원칙을 강조하던 더불어민주당은 적폐세력을 견제한다는 명목으로 도리어 자신들도 비례위성정당 창당에 참여했다. 정의당을 비롯해 소수정당들은 그 행태를 맹렬히 비판하며 자신들에게 힘을 달라고 유권자에게 호소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현실에서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거대 양당의 비례위성정당을 밀어주었으며, 선거 결과 소수 정당들에게는 이전과 다름없는, 혹은 더 열악한 결과가 남게 됐다. 개혁의 취지는 사라지고, 여당의 압도적인 승리만이 남았다.

이제 의석수를 더하고 빼는 산술은 잠시 접어두고, 결과에 이른 과정을 되돌아봐야 한다. 국민들은 표면적 결과 이면에 존재하는 모순을 기억해야 하고, 여당은 압도적 승리보다 그 승리에 이른 기괴한 과정을 마주봐야 한다. 선거가 끝난 지금, 중요한 것은 선거제 개혁의 취지를 바로세우는 일이다. 이번 총선에서 목격한 꼼수을 다시금 만나지 않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방책을 마련하고 힘 있게 추진해야 한다. 그 과업엔 부당한 열매를 수확한 여당뿐 아니라 정계 전반이 참여해야 할 것이고, 국민은 그 진척을 감시해야 할 것이다. 

한국 정치에서 반복돼 온 양극 정치의 부작용을 극복하고, 보다 다양한 논쟁과 토론을 뿌리 내리게 하기 위해, 그리고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제의 성공적인 정착이 필수적이다. 지난겨울부터 선거제 개혁을 시도하며 내건 대의를 이제야말로 실현해야 한다. 지역구에 비해 턱 없이 적은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하고, 그 의석이 지역구 의석에 제한 없이 연동돼 국민의 뜻을 온전히 반영할 수 있도록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과 같은 편법이 다시는 카드로 쓰일 수 없도록 ‘정당법’을 개정해 불상사를 원천적으로 봉해 놓아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번 선거에서 보인 태도를 반성하는 일도 필수적일 것이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것도 할 수 있다는 반민주주의적인 행태가 관습이 되고, 시민들에게도 그것이 익숙하게 받아들여지는 순간, 선거에서 어떤 정당이 이길지라도 우리의 정치와 민주주의는 패배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선거가 끝나고 정치적 이해관계를 둘러싼 먼지가 가라앉은 지금, 선거를 찬찬히 되돌아보며 개선을 절실히 고민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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