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제로페이 르포

정부 주도의 간편 결제 서비스 ‘제로페이’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낳은 뜻밖의 수혜자가 됐다.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없애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제로페이는 그간 큰 호응을 얻지 못했고, 사용자가 없어서 ‘제로’페이 아니냐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재난 지원금이 지역사랑 상품권으로 발행되며 그와 연계된 제로페이의 사용도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직 제로페이 사용이 불편하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학신문』은 샤로수길, 녹두거리, 삼성동 시장 등 서울대 주변 상권에서 제로페이를 직접 사용해보며 사용자와 상인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제로페이, 의외로 편하네?

서울시가 지급하는 재난 긴급 생활비는 선불카드와 서울사랑 상품권 중 하나를 선택해 받는다. 모바일로 지급되는 서울사랑상품권을 선택하면 지원금을 10% 추가로 받을 수 있으며, 제로페이를 통해 이를 사용할 수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제로페이의 가맹점 수와 결제액도 급격히 늘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8일(금) 제로페이 가맹점이 50만 개를 돌파했으며, 지난 한 해 약 767억 원에 그쳤던 결제액이 4월 한 달간 1021억 원을 넘었다고 밝혔다. 

제로페이는 별도의 앱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기존에 사용하던 시중은행 앱이나 네이버페이, 페이코와 같은 간편 결제 앱을 통해 제로페이를 이용할 수 있다. 기자는 제로페이 전문 앱 ‘비플제로페이’를 설치한 후, 간단한 인증 과정을 거쳐 계좌를 등록해 제로페이를 체험할 준비를 마쳤다. 지난 13일 샤로수길로 향하니 제로페이 스티커가 부착된 매장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그중 한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제로페이 앱을 켠 후 QR코드를 스캔하자 직접 송금할 금액을 입력하는 창이 나타났고 이를 종업원에게 보여줬다. 실제로는 카드 결제보다 간편 송금 시스템에 가까웠다. 최근 제로페이로 결제하는 사람이 늘었냐는 질문에 종업원 박모 씨(28)는 “제로페이 결제가 많아야 한 달에 한두 건이었는데, 요즘은 거의 매일 이뤄진다”라고 답했다.

제로페이를 이용하기 가장 편리한 곳은 편의점이었다. 편의점의 경우 기자가 돌아본 10곳 이상의 매장 모두 제로페이 결제를 지원했다. 편의점에서의 제로페이 사용방식은 다른 매장보다 훨씬 편리하다. QR코드를 스캔할 필요 없이 앱에 나타나는 바코드를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편의점과 같은 바코드 방식은 아니지만, 프랜차이즈 카페, 음식점, 빵집 등에서도 제로페이를 사용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녹두거리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 씨(42)는 “본사 차원에서 제로페이 가맹을 권유하고 있기에 큰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모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재난 긴급 생활비를 서울사랑 상품권으로 받았다는 황재민 씨(29)는 “가맹점을 찾는 과정이 번거로워 대부분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제로페이로 결제하고 있다”라며 “쓰다 보니 의외로 편리하고 할인이나 환급 혜택도 많이 누릴 수 있어 꾸준히 사용할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제로페이는 결제 금액의 30%를 소득에서 공제해주며, 서울사랑상품권도 1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해 사용할 수 있다.

 

실용성 제로?

그러나 기자가 이틀 정도 제로페이를 사용해보니, 이용자의 편의를 배려했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우선 결제에 걸리는 시간이 상당히 길어 비효율적이었다. 제로페이 결제를 위해서는 앱에 접속해 ‘내 계좌에서 제로페이 결제’를 누르고 6자리 거래승인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편의점처럼 바코드를 제시해 결제하는 방식이 아니라면 QR코드를 인식하고 금액을 입력해 송금을 완료했다고 보여주기까지 해야 한다.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앱에 접속할 때 로그인 정보가 만료됐으니 다시 접속하라는 창이 뜨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자잘한 절차가 많다 보니 “제로페이로 결제할게요”라고 말하고 결제가 끝나는 데 30초 이상이 걸린다. 평소에 삼성페이를 사용한다는 이원호 씨(31)는 “제로페이를 쓰니 결제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라며 “계산을 기다리는 뒷사람 눈치가 보여 신용카드를 꺼낸 적도 있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키오스크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키오스크에서 제로페이 결제를 선택하고 바코드를 계속해서 읽혔으나 인식되지 않았다. 종업원에게 문의하니 제로페이는 계산대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답을 받았고 결국 계산대에서 제로페이로 결제했다. 이 지점만 결제가 안 되나 했더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키오스크에서 제로페이를 쓸 수 없었다는 후기들이 나왔다. 삼성페이, 카카오페이와 같은 다른 간편 결제 시스템은 키오스크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점과 견줄 때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어디서 쓰지?

사용처를 찾는 일은 제로페이 사용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검색을 통해 가맹점을 확인하는 과정도 번거로운데, 확인한 가맹점에서도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분명히 가맹점으로 등록된 개인 카페에서 제로페이 결제를 요청하자 아르바이트생이 난색을 보였다. “제로페이 결제가 너무 적어서 QR코드를 치워뒀다가 분실했고, 지금은 다시 신청한 상태라 사용이 어렵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원호 씨는 “제로페이 가맹점이 많지 않아 어디서 사용해야 하는지 일일이 알아봐야 한다”라며 “심지어 가맹점에서도 결제할 수 없었던 적이 많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기자가 방문한 중소 매장 10곳 중 3곳꼴로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없었다. 이용자 사이에서 가맹점에 대한 불만이 계속되면 제로페이 결제가 보장된 프랜차이즈 매장으로 상품권 사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도 제로페이에 대한 원성은 높았다. 기자가 삼성동 시장에 방문해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한 곳을 찾았지만, 시장 가운데쯤 위치한 대형마트를 제외하고 제로페이 QR코드가 눈에 띄는 곳은 한두 군데뿐이었다. 노점을 운영하는 최순자 씨(64)에게 제로페이에 관해 묻자 “나이가 있는 상인들은 이런 것에 익숙하지 않다”라면서 “지원금 때문인지 시장에 사람은 늘었는데 다 제로페이를 지원하는 마트로 가는 것 같다”라며 수익이 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삼성동 시장 근처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이모 씨(51)도 “젊은 사람들은 제로페이를 요구하기도 하는데 어르신들은 존재 자체를 모르신다”라며 “재난지원금이 시장 자영업자들에게는 미치는 효과가 크지 않은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서울대 내에서도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는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있지만 생활협동조합(생협)에서 운영하는 학식은 제로페이로 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생협 관계자는 “직영 매장에 제로페이를 도입할 계획은 없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제로페이는 사용처가 한정돼 있을뿐더러 결제도 간편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호소한다. 단점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제로페이는 코로나19 특수를 맞아 단기적으로 반짝 떴다가 지는 탁상행정의 대표적인 예시로 남을 것이다. 제로페이가 꿔다놓은 보릿자루에서 벗어나려면 끊임없는 개선과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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