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 5·18 40주년 토론회

 

 

 

 

 

 

 

 

 

 

 

지난 12일(화) 광주광역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과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특별위원회’ 이형석 위원장 주최로 ‘5·18 40주년 입법과제 및 진상규명 지원방안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열린 토론회는 지난 11일 출범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5·18 조사위)의 운영과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특별법) 개정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위원장은 “진상규명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법률로 제정해, 5·18 민주화운동으로 인한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토론회의 취지를 밝혔다.

◇5·18 민주화운동, 남은 과제는?=5·18 40주년을 맞은 지금까지도 광주에서 벌어진 국가 주도의 폭력에 대한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에 대한 왜곡과 폄훼가 비일비재하게 자행돼 왔다. 지난달 28일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헬기 사격을 전면 부인하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2018년 3월 14일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특별법이 제정됐다. 이후 법안을 보완하기 위해 수차례 개정안이 제시됐고 작년 12월에 최종적으로 개정돼 지금에 이르렀다. 특별법 제1조는 진상 규명의 목적이 국민 통합에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5·18 조사위 안종철 부위원장은 “국민 통합이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화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진상규명이 국민 통합을 위한 선결 과제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에 5·18 조사위는 광주에서 벌어진 비인도적 범죄의 책임자와 실행자에 대한 법적 증거를 찾고 사건을 소상히 재구성해, 모든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객관적인 국가 보고서를 발행하는 것을 목표로 출범했다.

◇5·18 조사위, 어떻게 운영될까?=토론회에서는 특별법에 5·18 조사위의 인원과 활동 기간이 지나치게 제한돼 있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됐다. 특별법은 5·18 조사위의 전체 인원을 30명으로 규정하고 있고 위원을 제외한 조사관은 34명으로 제한했다. 법무법인 이우스의 김정호 변호사는 “조사관 인원을 최소 100명 정도로 정하거나 인원 제한 규정을 없애 인력을 탄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라며 조사 인원을 제한하는 조항의 개정을 주장했다. 특별법 제8조에 따라 2년으로 정해진 5·18 조사위 활동 기간에 대해서도 안종철 부위원장은 “위원회 활동은 적어도 5년 정도로 늘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5·18 조사위에 어느 정도의 조사 권한을 부여할지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송갑석 의원은 “5·18 조사위에 강제 조사권이 부여되지 않았다”라면서 활동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김정호 변호사는 “헌법에 압수수색 권한은 검사만이 청구 가능하도록 명시돼 있다”라면서도 “직접 영장을 청구하는 대신, 정당한 이유 없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기관에 대해 검찰에 압수수색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진상규명 조사 범위를 어디까지로 한정할 것인지에 대한 토론도 진행됐다. 지난해 2월 더불어민주당은 북한이 5·18 민주화운동에 개입해 폭동을 조장했다는 ‘북한군 개입설’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특별법 개정안을 제출한 적이 있으나, 토론회와 같은 날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송 의원은 이를 포함해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국가보고서의 목적은 모든 내용을 낱낱이 밝혀 진실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북한군 개입설을 반증하는 내용을 국가보고서에 포함하는 편이 좋다”라고 부연했다.

◇특별법, 개정해야 할까?=토론회에서는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 차이가 나타나기도 했다. 안종철 부위원장은 “조사 인력, 기간, 권한 등의 제한은 위원회가 스스로 극복할 것이 아니라 법률 개정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다”라며 특별법 개정 없이는 5·18 조사위가 제대로 활동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현시점에서 특별법 개정을 논하기보다는 5·18 조사위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희송 교수(전남대 5·18 연구소)는 “법률 개정을 이야기하기에는 시기적으로 빠르다”라며 “지금 법률을 개정한다면 이후 진상조사의 정당성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특별법 개정 외의 방법으로 진상규명 활동을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대표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외국 기밀 자료나 기밀 해제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 5·18 기념재단 조정태 상임이사는 “작년에 미국 정부에 5·18 기록문 공개를 요청해 둔 상태”라며 “관련된 미국 기록문의 확보는 법 개정 없이도 정부가 추진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1980년 당시 가해자들의 증언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도 논의됐다. 김정호 변호사는 “가해자들이 양심의 가책과 불이익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례가 많다”라며 “형벌을 감해주는 소극적 태도가 아니라 적극적인 시혜 조치를 통해 이들의 양심선언을 유도해야 한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올해로 5·18 민주화운동은 불혹의 나이가 됐지만, 광주에는 여전히 40년 전 5월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토론회가 특별한 홍보 없이 간소하게 진행됐음에도 토론회에 참석한 광주 시민들은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광주 시민에게 5월이 더 이상 고통의 기간이 아니라 따스한 봄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길 기대한다.

 

사진: 최해정 기자

chj028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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