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입한 강사로 지목된 B씨는 “허위 사실”이라며 항변

A특위 소속 강사 성희롱 가해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론화

지목된 B씨는 반박에 나서

“문제의 본질을 흐리지 말아 달라”

서어서문학과 A교수의 성폭력 및 인권침해 사건이 공론화된 지 1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관계자의 소송과 재판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 4월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인권침해 근절을 위한 특별위원회’(근절특위)의 전신인 ‘A교수 사건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A특위) 내부자에 의한 성희롱 등 피해사실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오며 또 다른 국면이 전개됐다. 이에 『대학신문』은 공방의 내용을 짚고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따라가 보았다.

학내 커뮤니티에서 고발과 반박 공방전

지난 4월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과 ‘스누라이프’에 ‘A특위 내부자에 의한 성희롱 등 피해 사실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류영지 씨(서어서문학과 석사과정)는 서어서문학과 강사였던 B씨의 후배이자 제자다. 류 씨는 게시물에서 A교수 사건 피해자의 대리인이었던 B씨의 △언어적 성폭력 △A교수 연구실 점거 동참 강요 △A교수 이메일 무단 열람 행위를 폭로하며 B씨와 주고받은 메신저 캡쳐 이미지를 첨부했다. 

같은 날 B씨는 ‘2020.4.10. 자 “A특위 내부자에 의한 성희롱 등 피해사실을 고발합니다”에서 피해자 대리인 선생님으로 언급되는 본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류 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B씨는 “언어적 성폭력은 허위 주장”이라며 사실 입증을 위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B씨의 법률대리인은 『대학신문』에 “이런 허위 사실 유포는 학내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사람에 대한 공격”이라며 B씨가 해당 글을 올린 이유를 설명했다.

류영지 씨는 지난해 5월 낙성대의 한 음식점에서 B씨가 특정 서어서문학과 남자 교수를 지목한 뒤 류 씨에게 “그 교수에게 성폭력을 당하고 오면, 학계에서 그 교수를 제거할 수 있다”라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류 씨는 “B씨는 중견 연구자로서 학계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며 불안함을 토로하면서도 “정의를 위해서 B씨는 자신이 행한 잘못을 책임져야 한다”라며 해당 사건을 공론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에 B씨 측 법률대리인은 “당시 음식점에 함께 간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발언을 하지 않았다”라며 “그런 사실이 있다면 녹취 파일 등의 근거를 제시하라”라고 류 씨의 주장을 일축했다. 

또한 류 씨에 따르면 A교수 연구실 점거 당시 B씨가 “직접 나서기에는 위험성이 크다”라며 류 씨에게 A교수 연구실의 문을 열 것을 종용했다. 당시 류 씨는 A특위 소속이 아닌 일반 학부생이었음에도 A교수 연구실 점거를 강요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B씨 측 법률대리인은 “연구실 점거 동참 요구에는 위력이 전혀 없었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B씨가 A교수 이메일을 탈취한 혐의로 고소되면서 검찰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정보통신망 침해 등)’으로 B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으며, 오는 19일(화) 1심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다. “A교수의 이메일 계정에 무단으로 침입해 얻은 자료를 인권센터에 제출한 것을 인정하는가”라는 기자의 물음에 B씨 측 법률대리인은 “사실관계는 B씨가 A교수의 이메일 계정에 무단으로 접속한 것”이라며 “B씨가 인권센터에 관련 자료를 제출한 사실은 없다”라고 A교수 이메일에 무단으로 접속한 혐의만 인정했다.

‘A교수 연구실 점거’ 배후 논란

이외에도 류영지 씨는 서어서문학과 교수 집단 간 알력 다툼이 존재하고, 그 집단 중 A특위에 입김을 불어 넣은 조력 집단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류 씨는 “당시 친밀한 관계였던 B씨에 의해 조력 집단에 타의적으로 소속돼 있었다”라면서 “A교수 연구실 점거는 학생들의 총의가 반영되지 않은 행동”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B씨 측 법률대리인은 “알력 다툼에서 이기기 위해 B강사가 A특위를 도왔다는 것은 서어서문학과 일부 교수진이 유포한 허위 사실”이라며 “B씨는 A특위에 A교수 연구실 점거를 지시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이를 두고 당시 A특위 공동대표였던 윤민정 씨(정치외교학부·15)는 “누군가가 시켜서 학생들이 행동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근절특위 박도형 공동대표(지구과학교육과·18) 역시 “연구실 학생공간 전환은 △연구실 점거 △총장잔디 점거 △본부 앞 연좌농성의 세 가지 안을 갖고 일주일 간 학생들과 치열하게 논의한 결과”라며 “온전히 학생들의 아이디어와 논의 및 의결로 결정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A교수의 연구실을 점거한 혐의로 본부로부터 징계를 받은 당시 인문대 학생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징계 진술서를 게시해 “전체학생총회 이후 △교육부총장실 점거 △총장실 점거 △본부 점거 △총장 잔디 점거 △대학본부 건물 고공농성 △정문 점거 △A교수 연구실 학생 공간 전환 등의 행동 방안이 제시됐지만 이 중 어떤 방안도 본인 또는 인문대 학생회에서 제시한 것이 아니다”라며 “기층에서부터 학생 대표들까지 다양한 학생이 제시한 방안이지만 인문대 학생회 내부에서는 과격하다고 여겨지는 행동 방안을 피해왔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지도교수의 강제추행 사실"

어느 누구도 쉽사리 입장을 굽히지 않는 상황이다. 류영지 씨는 “정의를 원한다”라며 “권력형 ‘성폭력’에 반해 투쟁한 사람이 자신이 규탄하는 대상과 동일한 잘못을 저질렀는데, 이것을 묵인하는 것이야말로 부정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B씨는 법률 대리인을 통해 “중요한 것은 지도학생에 대한 지도교수의 강제추행 사실이며 이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며 “다른 허위 정황으로 문제의 본질을 흐리지 말아 달라”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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