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준 교수(농경제사회학부)
김의준 교수(농경제사회학부)

도시 성장의 핵심은 사람과 활동의 집적화에 있다. 사람들이 도시로 모여들어 각자가 얻게 되는 편익이 커지고, 소비할 수 있는 유형도 다양해지면, 도시는 어떤 형태로든 확장된다. 이것을 집적 이익이라고 하는데, 사당동 가구거리와 동대문 패션타운처럼 유사한 성격의 사업체들이 서로 경쟁하는 가운데 생길 수도 있고, 코엑스처럼 전혀 다른 시설들이 한 곳에 모여서 경제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이처럼 도시와 지역이라는 공간이 진화하는 과정은 모여드는 기업의 유형과 인적 자본의 양상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지역학자들이 주목하는 문제는, 인구 밀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도시는 오히려 손실을 경험하면서 축소된다는 점이다. 집적의 불경제로 인해 도시의 이익이 비용보다 작아지는 것이다. 

수도권의 인구 과밀화는 우리나라 모든 지역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생산과 소비뿐만 아니라 교육, 문화, 의료 등이 서울, 인천과 경기도에 편중돼 있다 보니, 비수도권 지역들은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기 쉽지 않다고 주장한다. 수도권 집중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향후 20년 이내 인구 절벽과 고령화 추세가 더해지면 대다수 시·군·구들은 지방 소멸을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정부는 꾸준히 국토균형개발정책에 주력해, 서해안 개발을 비롯해 지금의 세종시인 행정중심복합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비수도권 곳곳에 새로운 유형과 기능과 권한을 담아내는 도시 개발을 강력하게 추진해 왔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까지는 이런 노력들이 실효를 거두고 있다는 지표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비수도권 인구는 계속해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 성장만이 비수도권 지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한 지역의 번영과 쇠퇴는 가까운 이웃 지역과의 입지 경쟁력과 영향력 안에 놓여 있다. 구도심 가까운 거리에 혁신도시가 들어서면 구도심이 줄어드는 것이 그런 예다. 지역 성장은 사람과 자본이라는 기본적인 생산 요소뿐만 아니라 연구·개발과 고등 교육, 창의성과 혁신, 도로와 철도 등 사회기반시설의 네트워크 등에도 영향을 받는다. 한번 투자하면 옮기기 어려운 물적 시설을 제외한 제도적 요인과 인적 자본 등은 언제든지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수도권은 도쿄, 뉴욕, 로스앤젤레스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지역경제권이다. 런던, 오사카-고베뿐만 아니라 심지어 네덜란드 국가경제 규모보다 크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의 47%는 수도권에서 만들어지는데, 이는 도쿄의 일본 경제 성장기여도 34%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이런 수도권이 정상적인가? 수도권 인구는 경제적으로 적정한 수준에 와 있는가? 일반적으로 지역의 적정 인구는 주어진 제약 조건에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인구 규모를 말한다. 따라서 적정 수준은 인구 한 사람이 발생시키는 비용과 편익의 움직임, ‘적정’의 기준이 말하는 제약 조건과 목표 내용 등에 따라 얼마든지 상이해진다. 

수년 전 우리나라 경제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인구 규모를 총인구 중 최소 1%에서 최대 5% 정도까지 줄여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수도권 경제가 인구수 기준으로 집적의 불경제 과정에 놓여 있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인구를 5천만 명이라고 가정해 볼 때, 관악구와 같은 자치 단체 한 개에서 다섯 개까지의 지역 인구가 줄어야 우리나라 지역이 효율적인 구조로 변한다. 총인구가 정체돼 가는 상황에서 비대해진 수도권은 비수도권의 저성장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수도권 인구 관리는 공간 정책 성패의 열쇠다. 수십 년간 치열하게 다퉜던 수도권 개발에 대한 논쟁을 마무리할 수 있고, 점차 불확실해지는 미래를 생각하면 더욱 필요하다. 지금까지 규제 일변이었던 수도권 지역 정책을 새로운 시각에서 세워 나갈 수 있는 계기도 된다. 우리나라 지역 간 불균형만큼 심각한 수도권 내부 격차 문제를 스스로 풀어낼 수 있도록 수도권의 자율성을 회복시키려는 국가의 노력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 그런데 과연 현실에서 볼 수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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