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유빈 사진부장
손유빈 사진부장

현재 미대는 코로나19로 인해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50동으로만 출입이 가능하며, 들어가기 전에는 출입대장에 이름을 쓰고 체온을 재야 한다. 며칠 전 취재를 위해 52동에 가야 할 일이 있었는데, 52동 앞에 도착하고 나서야 그 사실을 깨달았다. 덕분에 나는 가방을 멘 채 한 손에는 카메라,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50동으로 향했고, 구름다리를 돌고 돌아 겨우 52동에 도착했다. 그리고 취재가 끝난 후 밖으로 나오기 위해 다시 50동으로 향하는데, 갈 때는 그렇게 오래 걸렸던 길이 그렇게 짧을 수가 없었다. 멍하니 걷다 보니 어느새 50동 출입구에 도착해있었다.

시험 기간만 되면 관정도서관으로 향하는 게 일과였다. 관악사에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오면, 관악사 삼거리로 향하는 오르막길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신발을 질질 끌며 관정을 향해 걸어가는 내내 든 생각이라고는 ‘너무 멀다’라는 생각뿐이었다. 관정도서관에서 정신없이 공부하다 보면 어느새 10시 55분이 되고, 곧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곧 관정도서관이 문을 닫으니 모든 학생들은 밖으로 나가 달라는 내용이다. 짐을 챙겨 관악사로 돌아가는 길은 언제나 달이 비추고 있다. 달을 보며 걷다 보면 금방 관악사 앞에 도착하고 만다. 비밀번호를 입력하면서 항상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갈 때는 그렇게 멀었던 길이, 올 때는 왜 이리 짧은지.

항상 그랬다. 어디론가 향하는 길은 너무 멀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데, 그곳에서 돌아오는 길은 너무 짧고 금방이었다. 그게 너무 신기했다. 분명 똑같은 거리인데, 왜 다르게 느껴질까? 답은 간단하다. 한 번 가봤기 때문이다. 50동에서 52동으로 가는 길을 한 번 헤맸었기 때문에 돌아오는 길이 쉬웠던 것이고, 그래서 짧게 느껴졌다. 아침에 가기 싫은 몸을 억지로 끌고 나서는 것은 어려웠지만, 일단 그 길을 지나쳐 관정에 갔기 때문에 돌아오는 길은 짧았던 것이다.

인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무언가를 목표로 삼고 그것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은 오래 걸리지만, 목표에 도달한 후 뒤돌아보면 의외로 별거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수능을 보기 전까지는 수험생 생활이 너무 지치지만 막상 수능이 끝난 후 고등학교 생활을 뒤돌아보면 짧게 느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험 보기 전까지는 공부하는 게 너무 지치지만, 시험이 끝난 후에는 그 기간이 순식간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대학신문』 퇴임을 3주 앞두고 있는 지금, 기자 생활을 돌아보면서 다시 한번 그런 생각이 든다. 수습기자 그리고 정기자였던 시절 4학기라는 임기는 너무 길었다. 기자 생활의 끝이 도저히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끝에 다가와 보니, 2년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지기도 한다.  『대학신문』의 퇴임으로 향하는 길은 멀게만 느껴졌는데 돌아가는 길은 금방일 것 같다.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것이다. 지금 걸어가고 있는 길이 힘들고 목적지가 보이지 않을지라도 그곳에 도착하고 나면 돌아가는 길은 금방일 것이다. 안달 내지 않고 천천히 걷다 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그리고 이미 한 번 걸어본 길이기 때문에 돌아가는 길은 한층 더 쉽게 그리고 빠르게 느껴질 것이다. 그 길이 시원섭섭하게 느껴질지라도, 실망하지 말자. 그 길의 진가는 당신의 경험에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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