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 ‘그것을 알려드림’ 유튜버 진용진을 만나다

“맛없으면 공짜라고 써놓은 가게, 정말 맛없다고 하면 환불해줄까?” “교도소를 다녀오면 정말 이름에 빨간 줄이 그어져 있을까?”

모두가 한 번쯤 궁금해 봤을 것들이다. 이런 사소하지만 흥미로운 호기심을 해결해주는 사람이 있다. 유튜브에서 ‘그것을 알려드림’ 콘텐츠로 현재 구독자 168만 명을 모은 유튜버 진용진 씨(29)다. 다른 사람의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이는 어떤 사람일까. 지난 8일(금), 서울의 한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방황하던 청년은 어떻게 대형 유튜버가 됐을까

유튜버가 되기 전 그의 인생은 방황의 연속이었다. 공부와는 거리가 먼 학창 시절을 보냈던 그는 군 제대 후 배달기사, 유튜브 편집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고등학생 때 생긴 래퍼라는 꿈을 위해 노래를 만들어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별다른 노력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살았어요. 그러다 보니 어디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꼴찌 인생이었죠.” 유튜버들에게 영상 편집을 의뢰받아 프리랜서 편집자로 일하던 진 씨는 ‘남의 것만 하지 말고 내 것도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일기 형식의 브이로그 영상 ‘진용진의 일기장’을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유튜브 영상으로 처음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았다.

소소하게 시작한 유튜브였지만 갈수록 욕심이 생겼다. 그는 ‘진용진의 요리교실’ ‘돠dream’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며 채널을 키워나갔다. 특히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주는 ‘돠dream’은 수익을 내기는커녕 사비를 들여 촬영해야 했지만 지금까지도 가장 애착이 가는 콘텐츠가 됐다. 그는 “유튜브에 누군가를 도와주는 콘텐츠가 없어서 ‘돠dream’을 시작했다”라며 못질이 어려운 할머니를 도와 벽에 선반을 달아주고, 친구가 없는 대학생과 함께 게임을 하며 노는 등 다양한 사람들을 도와줬던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안정적인 생활도 잠시, 그는 지인에게 거금을 빌려줬다가 빚더미에 앉게 됐다. 밥 먹을 돈조차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는 필사적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했다. “제가 편집을 맡았던 유튜버들의 어떤 콘텐츠가 인기가 많았는지, 그 비결은 무엇인지 밤을 새워가며 공부했어요. 이래도 안 되면 그냥 유튜브를 그만두자는 생각으로요. 유튜브 계정이 정지당하더라도 무조건 조회 수가 많이 나오게 하자고 마음먹을 정도로 절박했어요.” 그렇게 지금의 대표 콘텐츠인 ‘그것을 알려드림’이 탄생했다. 매 영상의 앞부분에 나오는 ‘클릭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말도 절박함에서 나왔다. “너무 간절하다 보니까 영상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오프닝 멘트조차도 신경을 썼던 거죠. ‘좋아요’와 ‘구독’은 많이 말해도, 클릭해주셔서 감사하다고는 아무도 안 하잖아요.” 그 마음이 통했던 걸까. ‘그것을 알려드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채널 구독자 수는 10만 명이 됐고, 1년이 지난 지금은 160만 명을 돌파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상위 1%의 대형 유튜버가 된 후에도 진용진 씨는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계속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라며 “언제나 구독자 0명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임한다”라고 답했다. 

세상의 모든 궁금증 제가 해결해드립니다

‘궁금하긴 하지만 굳이 내가 알아보고 싶지는 않은’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콘텐츠 ‘그것을 알려드림’은 초창기에 호스트바, 가출 청소년 성매매, 불법 유흥업소 등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며 유명해졌다. 범죄에 노출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진용진 씨는 현장에서 잠입 취재를 하며 생생한 사실을 담아내려 했다. “처음에는 장비도 없어서 옷에 구멍을 뚫고, 그 아래 스마트폰을 청테이프로 고정해 영상을 촬영했다”라는 그는 성매매 시도 현장을 덮치고 장기매매범과 통화하는 등 위태로운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목숨이 몇 개냐’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수십 통의 협박 문자를 받거나 관련 인물이 집에 찾아온 적도 있었다. 그런데도 진 씨는 “그다지 무섭지 않았다”라며 “잠입 취재 사실을 들키더라도 불법을 저지른 것은 상대방이기 때문에 오히려 당당했다”라고 태연하게 말했다. 

요즘에 그는 가벼운 예능 형식으로 콘텐츠의 방향을 틀고 있다. ‘그것을 알려드림’은 원초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로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그는 “주제를 선택할 때 시청자의 입장에서 영상을 클릭할지, 아니면 지나칠지 생각해 본다”라며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주제를 찾는다”라고 설명했다. 주제는 댓글과 제보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조금씩 가공해 완성한다. ‘나방은 왜 불에 달려들까’라는 궁금증에서 곤충이라는 아이디어를 가져와 ‘하루살이는 정말 하루를 살까’라는 주제로 변형하는 식이다. 주제가 정해지면 그는 기자처럼 발로 뛰며 인터뷰 대상을 섭외한다. 직접 확인한 사실만을 이야기하는 이유에 대해 진 씨는 “영상을 나중에 다시 봤을 때 스스로 창피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괜히 거짓말해서 사실을 부풀려봤자 알 사람은 다 알아요. 진정성 있게 하는 게 사람들에게 밉보이지 않기 위해서도, 자기 자신에게 떳떳하기 위해서도 유리한 거죠.”

그는 지하철 잡상인 편을 ‘그것을 알려드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꼽았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깊이 알려고 하지 않았던 이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보고, 그들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지하철 잡상인이 퇴근할 때 벤츠를 타고 간다는 속설도 있잖아요. 그런데 알고 보니 수입도 적은데 마땅한 노인 일자리가 없어서 그 일을 하시는 거더라고요. 사람들이 그런 사정이 있는 줄 몰랐다고 말해주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정말 뿌듯했어요.” 사람들의 호기심을 해결해주기 위해 시작한 콘텐츠지만, 이로 인해 얻은 소중한 경험은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줬다. 

영상으로 가장 진실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호기심을 해결해주는 유튜버로 알려졌지만, 진용진 씨는 다큐멘터리 제작자라는 더 큰 꿈을 품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휴먼 다큐멘터리를 즐겨본 그는 “모든 관심이 일상적 리얼리즘에 있다”라며 “지루하지 않고 재밌는 다큐를 만들고 싶다”라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런 소망이 반영된 콘텐츠가 ‘인간 리뷰’다. 영화를 리뷰하듯 한 사람의 삶을 제3자의 입장에서 리뷰하는 리얼 다큐다. 폐지를 주우며 사는 6·25 참전 용사 할아버지,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한 고(故) 윤창호 씨의 친구처럼 기구한 사연의 소유자부터, 중고차 딜러, 유튜버 등 평범한 사람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가장 진실한 삶의 모습을 담기 위해 한 달 가까이 주인공을 따라다니기도 했다는 진 씨는 촬영 기간 내내 주인공과 대화하고, 주변 인물과의 관계를 파악하며 그들의 삶을 이해하려 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다양한 인생의 가치를 깨닫고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법을 배웠다. “전에는 철없이 사는 친구들을 무시하기도 했는데, ‘인간 리뷰’를 찍고 나서 ‘이게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구나, 나름대로 행복이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앞으로 그는 너무 슬픈 인생을 산 사람보다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을 리뷰하고 싶다고 한다. “인생이 뻔해 보여도 한 명씩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 영화거든요. ‘인간 리뷰’를 통해 우리 모두가 소중한 존재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싶어요.”

그는 유명 유튜버이기 전에 영상 제작자로서 인정받고자 한다. “지드래곤보다는 봉준호가 되고 싶다”라는 그는 “‘진용진이 어떤 여자를 만난대, 어떤 옷을 입었대’라는 말보다는 ‘이 작품을 진용진이 만들었대’라는 말을 듣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유튜브라는 플랫폼도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플랫폼과 상관없이 영상 자체로 진용진이라는 사람의 가치가 인정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유튜버로 활동하는 한 그는 대체할 수 없는 유튜브의 ‘레전드’가 되고 싶다고 했다. “오직 진용진만 만들 수 있는, 다른 사람은 따라 하려야 할 수 없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라는 그의 포부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인터뷰 내내 스스로 ‘적당한 양심과 도덕성을 가진 평범한 사람’이라고 칭하는 그에게서는 진실한 사람 냄새가 났다. “콘텐츠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이지, 착한 사람은 아니에요. 돈도 좋아하고, 욕도 하고요.” 자신의 부족한 점을 가리지도, 포장하지도 않는 그의 모습은 화려하진 않지만 진솔한 그의 영상과 닮아있었다. 인터뷰가 끝나자 그는 기자를 배웅하며 “다음 콘텐츠에 서울대생이 필요하면 도와달라”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앞으로 그는 어떤 새로운 콘텐츠로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할까. 꾸밈없는 일상을 담는 그의 다음 영상이 기대된다.

사진: 송유하 기자 yooha614@snu.ac.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