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경제의 문을 연 데이터 거래소
플랫폼 경제의 문을 연 데이터 거래소
  • 오승윤 기자
  • 승인 2020.05.17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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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데이터 거래소, 보이지 않던 가치를 창출하다

지난 10일(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빅데이터 기반의 플랫폼 경제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기조를 밝혔다. 이에 발맞춰 작년 12월 출범한 유통·소비 분야의 ‘한국데이터거래소’(KDX)에 뒤이어 기업이 소유한 방대한 금융정보를 암호화해 사고팔 수 있는 ‘금융데이터거래소’(FinDX)가 지난 11일 출범했다. 데이터 거래소 출범에 따라 방대한 데이터를 이용해 소비자에게 맞춤형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개인정보와 사생활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학신문』이 데이터 거래소의 출범 배경과 기대 효과, 우려되는 지점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까지 짚어 봤다.

 

정보가 곧 돈이 되는 세상

데이터 거래소는 재작년 8월부터 추진된 데이터경제 활성화 정책 중 하나로, 서로 다른 산업 간 데이터를 공유·결합해 새로운 상품 개발과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다. KDX 설립에 참여한 MBN의 민경영 기자는 데이터 거래소를 “금융, 통신, 기업정보 등의 데이터를 거래할 수 있는 중개 플랫폼”으로 소개하며 “유통·소비·금융권을 망라하고 있어 개인과 기업 모두 데이터 상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거래소에서는 공급자와 수요자를 상호 매칭해 비식별정보, 기업정보 등의 데이터를 거래할 수 있는 중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비롯해 데이터 가격 체계 마련, 표준화와 규격화 지원, 데이터 전송 및 보안 등 사업 전반을 수행한다. 데이터 거래소 출범에 대해 KDX 윤지수 최고전략책임자는 “데이터를 찾아 헤매던 기업들이 거래소에서 데이터를 구매할 수 있게 돼 비용과 시간을 크게 절감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데이터 거래소의 출범에는 지난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이터 3법’의 역할이 컸다.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의 총 3가지 법령 개정안을 지칭한다. 데이터 3법 개정 이전에는 정보의 가명 처리와 관계없이 기업과 기관이 실명정보와 익명정보만 이용할 수 있었다. 실명정보 이용 시엔 개인으로부터 모두 동의를 받아야 해 자료수집이 사실상 힘들었으며, 익명정보는 기존 이용 목적 외의 정보 결합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그 가치가 낮았다. 데이터 3법이 통과되면서 식별자를 일련번호 등으로 대체해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게 처리한 ‘가명정보’가 △통계 작성(상업적 목적 포함) △연구(산업적 연구 포함) △공익적 기록 보존 목적에 한해 본인 동의 없이 활용 가능해졌다. 다만 데이터 3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8월 전까지 데이터 거래소는 익명정보를 거래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미 개인정보 활용 제한 기준이 조정된 미국과 중국에서 데이터 거래소는 매우 보편적이다. 그들보다 한국의 데이터 거래소 출범이 늦은 것은 사실이나 한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양질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OECD 주요 국가 중 신용카드 사용 비중과 의료 데이터를 전자화해 보존하는 ‘전자의무기록’ 도입률이 가장 높다. 이에 더불어 윤지수 최고전략책임자는 “그동안 국가기관이 데이터를 관리해 왔다 보니 이미 데이터가 규격화돼 있어 데이터 전처리가 필요 없거나 쉽다”라고 분석했다. 이에 힘입어 현재 정부는 통신·금융·문화 등 10개 분야의 데이터 플랫폼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데이터 거래소는 어떻게 운영될까? 데이터 거래소의 정보 매매 방식은 현재 대부분의 데이터 거래소가 채택하는 ‘원본 데이터 직접 판매 방식’과 올해 8월 데이터 3법 본격 도입 후 구체화될 ‘데이터 재가공·융합 결과 판매 방식’으로 이원화된다. 윤지수 최고전략책임자는 두 번째 방식에 대해 “데이터 분석과 결합은 보안 시설을 갖춘 국가지정 데이터 전문기관에서만 가능하다”라고 언급했다. 여기서 데이터 전문기관은 올해 8월 공포될 데이터 3법 시행령에 따라 차후 지정돼, 서로 다른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결합하고 승인을 거쳐 실어 내는 역할을 맡는다.

 

마이더스의 손 혹은 마이너스의 손

데이터 거래소의 발전은 산업 경제에 새로운 혁신을 불러올 것이다. 먼저 데이터 거래소는 각 기업이 소유한 데이터를 한곳에 모으는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데이터 공유가 단절됐던 과거에는 산업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자사의 데이터만으로 그 원인을 찾아야 했고, 실제적인 원인 규명이 어려웠다. 이에 대해 민경영 기자는 “데이터 거래소를 통해 비식별화된 타사의 데이터를 분석·활용하면, 원인 규명이 쉬워지고 비용도 절감된다”라고 설명했다. 민 기자는 “실제로 MBN은 소유했던 영상자료를 기반으로 딥마이닝 학습자료를 제작해 데이터 거래소에 판매했고, 그 결과 이를 구매한 타사의 문제해결에 도움을 줬다”라고 덧붙였다.

데이터 거래소는 단순히 플랫폼 역할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제·산업 정보 창출의 주체가 돼 산업에 상승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민경영 기자는 금융 결제·거래 데이터를 사례로 들었다. 그는 “금융 결제·거래 데이터는 금융 데이터인 동시에 해당 제품 또는 소비자 행동을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기도 하다”라며 “이를 활용해 여러 분야에서 개인별 맞춤형 상품 등 다양한 사업을 창출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금융기업의 금융 데이터와 지리·학군·상권 등의 외부 데이터를 결합해, 소비 계층에 따라 맞춤형 마케팅 정보를 내놓는 식이다.

하지만 데이터 거래소의 안정적인 정착과 운영을 위한 준비 부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데이터를 공정하게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미비할 경우 이는 기업정보 노출과 소수 대기업 중심의 거래소 운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성엽 교수(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는 “법안은 마련됐지만 데이터 거래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이 부족하다는 점이 여전히 문제로 거론된다”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데이터 거래소 운영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존재한다. 왜냐하면 데이터 활용은 필연적으로 개인정보 침해 논란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민경영 기자는 "여러 가명정보를 결합할 경우 개인이 특정될 확률이 높아져 결국 개인정보가 침해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라고 말했다. 데이터 거래소에서 개인의 정보가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해 제대로 된 통제장치 없이 무분별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데이터경제 시대를 꿈꾸며

개인정보 보안 문제에 대해서 윤지수 최고전략책임자는 이런 의문이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 책임자는 “데이터 거래소에서 다뤄지는 정보는 성별·지역 등으로 매우 포괄적으로 범주화된 데이터”이며 “데이터의 결합 및 가공은 국가가 지정한 전문기관을 통해서만 이뤄진다”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거래소는 개인의 가명정보를 개별적으로 다루지 않으며, 가명정보의 경우 공신력 있는 전문기관이 2차 가공한 데이터를 사용하기에 개인 데이터의 외부 유출이나 특정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성엽 교수도 “재식별화 처리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형사처벌과 정보보호 법령의 강화로 데이터 보호의 법적, 기술적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에 해당 문제는 제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이성엽 교수는 정보 주체의 정당한 정보 주권을 보장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소개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정보의 주인에게 데이터 주권을 돌려줘야 한다는 기조 아래 추진됐다. 지금까지 개인의 데이터 저작권은 개인이 아닌 기업과 기관이 가졌다. 조성준 교수(산업공학과)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흩어져 있던 개인정보를 수집해 정보 주체에게 제공하고, 정보 제공 여부를 개인이 스스로 관리할 수 있게 한다”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나아가 금융회사 등 기업뿐 아니라 정보 주체인 개인이 데이터를 활용해 자신의 신용관리·재무분석 등에 활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가계부 앱 ‘뱅크샐러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뱅크샐러드는 서비스 사용자들의 금융정보를 안전하게 수집해 이를 기반으로 보험 등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이런 방식으로 개인이 정보 관리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정보 활용의 가치를 높인다. 

이와 더불어 실제 현장에서 데이터 거래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 조성준 교수는 “시장에 이제껏 데이터 거래소가 없었던 데다, 데이터의 종류와 성격도 다양해서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정책과 유인책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정유신 교수(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는 데이터 거래소의 시장 규모를 키우기 위한 ‘마켓메이커 제도’의 도입을 제안했다. 마켓메이커란 초기 단계의 시장에서 거래 형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 데이터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 줌으로써 가격 산정과 거래 성립을 돕는 시장참여자를 말한다. 정 교수는 “마켓메이커에게 중개 활동의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시장 참여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도모하고 자생적인 질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대 사회를 데이터경제 사회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데이터 유통시장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활용 측면에서도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그 가치 체감 차가 매우 크다. 때문에 데이터 거래소는 일상의 데이터를 단순 판매하기보다는 데이터 간 융합을 통해, 그 가치를 높이는 것을 장기적 목표로 둬야 한다. 실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양질의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데이터경제를 이끌어 갈 데이터 거래소의 밝은 미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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