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이 되면서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라는 애니메이션에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애니메이션 속 지구는 환경오염, 기후변화, 전쟁 등으로 파괴됐고,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타고 우주로 나간다. 이외에도 2020년대의 모습을 예측한 영화들은 매우 다양하다. 영화 안에서는 외계인이 돌아다니고, 도시는 첨단 기술로 뒤덮인다. 허무맹랑한 얘기도 많지만 영화 속 첨단 기술 중 일부는 이미 우리 사회에 실현됐다. 2020년이 된 지금, 『대학신문』은 이러한 과학 기술들이 지금 어느 단계에 이르렀는지, 과연 영화의 상상은 실현 가능한 이야기였는지 확인해보고자 한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 더그 라이만 감독, 2014, 12세 관람가, 113분
엣지 오브 투모로우, 더그 라이만 감독, 2014, 12세 관람가, 113분

지구에 침략한 외계인이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자 전 세계의 국가들은 외계인과 대적할 군대를 만든다. 그중 유럽에서는 전쟁 무기로 사용하기 위해 외골격형 웨어러블 기기인 ‘엑소수트’를 개발했고, 덕분에 군인들은 수트를 입고 다양한 무기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주인공은 전쟁 중 우연히 외계인에게서 얻은 타임 루프 능력을 활용해 인간의 승리를 이끈다.

‘웨어러블 기기’는 몸에 착용해 사용하는 기기 모두를 통칭하는 말로 그 범위는 스마트워치부터 영화 속의 수트까지 매우 넓다. 웨어러블 기기는 형태에 따라 액세서리형, 의복형, 신체 부착형, 외골격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중 영화 포스터 속 수트처럼 단단한 재질로 만들어져 기기 자체가 큰 힘을 내고, 착용한 사람이 그를 조작하는 형태는 외골격형 웨어러블 기기라고 불린다.

웨어러블 기기 산업의 선두주자인 일본과 미국에서는 다양한 업체들이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했고 보급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의 웨어러블 기기 산업 규모는 작은 편이다. 홍용택 교수(전기·정보공학부)는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웨어러블 기기 연구는 발달했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규모나 수 측면에서 선진국보다 뒤처지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기계연구원의 박철훈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가 “의복형, 신체 부착형 같은 부드러운 재질의 웨어러블 기기 분야에서는 선두주자”라며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알렸다.

웨어러블 기기 산업의 전망은 매우 밝다. 시장조사업체 ‘Data Bridge Market Research’는 2018년도 조사에서 글로벌 웨어러블 외골격 로봇 시장이 2025년에는 9조 96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영화 속 웨어러블 기기의 실현 가능성도 크다. 이기욱 교수(중앙대 기계공학부)는 “현재 기술로는 영화 속의 수트처럼 반응이 빠른 웨어러블 기기는 불가능하지만 군인들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정도의 웨어러블 기기는 10~15년 안에는 실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기계연구원의 의복형 웨어러블 기기다. 형상기억합금 스프링을 이용해 옷처럼 가볍지만 착용한 사람의 근력을 보조할 수 있다.

실리콘 소재로 만들어진 신체 부착형 웨어러블 기기를 손 위에 붙인 모습이다. 피부에 닿는 부분에 있는 센서에서 인식한 신체 신호와 컴퓨터 신호가 상호작용한다. 손가락의 움직임이 컴퓨터의 마우스 역할을 하거나, 컴퓨터의 신호를 받아 근육의 움직임을 제어한다.

 

 

소일렌트 그린, 리처드 플레이셔 감독, 1973, 아동 관람 부적합(해외), 97분
소일렌트 그린, 리처드 플레이셔 감독, 1973, 아동 관람 부적합(해외), 97분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지속된 기후 변화로 인해 지구는 더 이상 농축산물을 생산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그런 지구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은 원료를 알 수 없는 ‘소일렌트’라는 비스킷 모양의 유일한 식품을 배급받아 먹으며 살아간다. 그동안 식품 배급사 통제 속에 알려지지 않았던 식품의 원료가 인간의 시체였다는 사실이 대중에게 알려지자 모두가 충격에 휩싸인다.

영화에서 사람들에게 배급되는 식품의 형태를 현재의 개념으로는 ‘간편대용식’이라 부를 수 있다. 간편대용식은 데우거나 조리하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는 식사 대용 식품을 말한다. 흔히 볼 수 있는 물에 타 먹는 쉐이크, 푸드 바 같은 제품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제품들은 초콜릿 바 등의 기호식품과는 달리 식사를 대체하기 위한 제품이라 충분한 영양분을 포함하고 있다. 간편대용식 개발 및 판매사인 코코랩의 김원석 대표는 “제품을 섭취했을 때 포만감뿐만 아니라 한 끼 식사에 필요한 열량과 영양분을 충족시킬 수 있는지는 제품 개발 시 중요하게 고려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18년 자료를 보면, 국내 간편대용식 시장의 규모는 2009년 7,000억 원에서 2018년 3조 원가량으로 급속도로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의 증가로 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김원석 대표는 “쉽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간편대용식의 특징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현대인들에게 큰 장점이 됐다”라며 “덕분에 간편대용식의 시장이 커졌고, 현재 국내에서는 20개 이상의 기업이 간편대용식을 판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간편대용식의 시장이 커지고 있더라도, 모든 사람이 한 가지 간편대용식만 먹으며 살아가는 세상은 오지 않으리라 예측했다. 남양유업의 박종수 연구소장은 “사람은 나이와 성별에 따라 영양 요구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한 가지 제품만으로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최소한 나이대별로 다양한 제품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식사는 단순히 영양분 섭취만을 위한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재난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영화 속 내용이 실현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코랩에서 판매하는 파우더 형태와 푸드 바 형태의 간편대용식이다. 간편대용식에는 씹는 행위로 식사의 충족감을 주기 위해 토핑이 포함돼 있다.
코코랩에서 판매하는 파우더 형태와 푸드 바 형태의 간편대용식이다. 간편대용식에는 씹는 행위로 식사의 충족감을 주기 위해 토핑이 포함돼 있다.

 

 

그녀, 스파이크 존즈 감독, 2014, 15세 관람가, 125분
그녀, 스파이크 존즈 감독, 2014, 15세 관람가, 125분

인간관계에 지친 사람들은 사람 대신 인공지능과 대화하기 시작했다. 아내와 별거하면서 외로움을 느끼던 주인공은 대화형 인공지능을 접하게 된다. 대화형 인공지능은 여성으로서 정체성을 가지며 주인공에게 먼저 말을 건네주고, 그를 걱정해준다. 주인공은 대화형 인공지능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며 그녀와 감정적인 교류를 나누고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핸드폰, 스피커, 심지어는 세탁기나 냉장고 같은 가전 기구에 인공지능이 적용되는 세상이 됐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정의된다. 쉽게 말하자면 인공지능은 단순 계산을 넘어 정보를 인식하고 그를 이용해 다양한 결과를 만드는 인간의 ‘뇌’가 하는 행위를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모방한 것이다. 대화형 인공지능은 사람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공지능으로, 인공지능 산업 중 가장 대중화된 분야 중 하나다.

현재 인공지능은 글, 사진은 물론 사람의 소통 수단인 소리까지 구분하고 분리 및 재합성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이교구 교수(융합과학부)는 “심지어 일본에서는 인공지능의 작품이 문학상 1차 심사를 통과하거나, 인공지능의 미술 작품이 고액에 낙찰되는 등의 사례가 있다”라며 “이는 인간의 고유 능력이라고 여겨지던 독창성 분야까지도 인공지능이 어느 정도 도달했음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또한 인공지능 일상대화 챗봇 개발사 스캐터랩의 김종윤 대표는 “현재 대화형 인공지능은 사용자의 말에 대답하는 것은 물론, 사용자에게 먼저 질문을 던져 짧은 텀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가능할 정도로 발전했다”라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Statista’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인공지능 시장 규모는 2018년 8조 2650억 원 정도에서 2025년 101조 363억 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영화처럼 감정적 교류를 나눌 수 있는 대화형 인공지능은 현실로 나올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기술적 측면에서 인공지능이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이교구 교수는 감정을 표현하는 인공지능을 사람들이 과연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스캐터랩의 대화형 인공지능 ‘핑퐁’의 대화 모습이다. 사용자의 말에 사진을 사용해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사진 제공: 스캐터랩)
스캐터랩의 대화형 인공지능 ‘핑퐁’의 대화 모습이다. 사용자의 말에 사진을 사용해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사진 제공: 스캐터랩)

 

인공지능은 다양한 소리가 섞인 음원(왼쪽 파형) 속에서 사람의 목소리(오른쪽 파형)를 분리해낼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사진 제공: 이교구 교수)
인공지능은 다양한 소리가 섞인 음원(왼쪽 파형) 속에서 사람의 목소리(오른쪽 파형)를 분리해낼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사진 제공: 이교구 교수)

 

 

 

리포 맨, 미구엘 사포크닉 감독, 2010, 청소년 관람불가, 120분
리포 맨, 미구엘 사포크닉 감독, 2010, 청소년 관람불가, 120분

세계 전쟁이 끝난 후, 생명공학 기술은 매우 발전했다. 한 대기업은 기계식 인공장기를 매우 비싼 금액에 판매하기 시작한다. 인공 췌장이 약 7억 원에 거래될 정도로 비싸기 때문에 많은 사람은 인공장기를 구매하지 않고 대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싼 대여금을 지불하지 못하고, 인공장기 회수 요원인 주인공은 사람들이 빌려 간 인공장기를 회수해간다.

‘인공장기’란 기능이 불완전한 인간의 조직과 장기를 복원, 재생, 대체하기 위해 같은 기능을 갖도록 인공적으로 제작한 기기를 의미한다. 현재 이식 가능한 인공장기의 종류로는 펌프를 이용한 인공심장 같은 기계식 인공장기, 다른 종의 장기를 이식하는 이종장기를 포함한 생체 인공장기, 줄기세포를 이용한 바이오 인공장기가 있다. 그중 바이오 인공장기는 바이오 소재를 이용한 3D 프린팅 인공장기와 줄기세포를 3차원적으로 배양, 재조합해 만드는 장기 유사체인 ‘오가노이드’를 포함하는 것으로 최근 주목받는 분야다.

우리나라의 바이오 인공장기 기술 수준은 최근 들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는 어떤 종류의 세포나 조직으로도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로 인체 유사 장기를 만들기 위한 체외 성숙화 기술을 세계 최초로 보고했다. 또한 3D 프린팅을 통해 인공장기를 만드는 기술도 상당히 발달했다. 조동우 교수(POSTECH 기계공학과)는 “현재 3~4개 종류의 세포를 한 번에 프린팅할 수 있는 정도로 기술이 발달했다”라며 “아직 인공‘조직’을 제작하는 데 그치는 수준이지만 치료에는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바이오 인공장기 산업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2019년에 발표한 향후 10년 내외에 큰 변화를 가져올 ‘KISTEP 10대 유망기술’ 중 하나로 선정됐다. 조동우 교수는 “장기이식 수요는 점차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인공장기 산업은 특히 바이오 인공장기를 중심으로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처럼 인공장기의 거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규제 및 허가와 관련된 법률 제정이 필수적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손미영 책임연구원은 “급속도로 기술 개발이 이뤄지는 만큼 그 흐름에 맞춰 연구기관과 규제기관이 인허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체외 성숙화 기술로 만들어진 장 오가노이드의 모습이다. 이 연구는 우리나라의 바이오 인공장기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진 제공: 손미영 책임연구원)
체외 성숙화 기술로 만들어진 장 오가노이드의 모습이다. 이 연구는 우리나라의 바이오 인공장기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진 제공: 손미영 책임연구원)
3D 프린팅으로 만든 심근조직 패치를 쥐 심장에 부착한 모습이다. 장기의 문제 부위 위에 부착돼 회복이나 움직임을 돕는 역할을 한다. (사진 제공: 조동우 교수)
3D 프린팅으로 만든 심근조직 패치를 쥐 심장에 부착한 모습이다. 장기의 문제 부위 위에 부착돼 회복이나 움직임을 돕는 역할을 한다. (사진 제공: 조동우 교수)

그동안 정말 많은 영화들이 2020년대를 예측해왔다. 과거에 그렸던 미래의 모습은 상상으로 남기도 하고, 그대로 현실에 나타나거나 예상과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미래를 향한 끝없는 상상력은 기술 발달의 원동력이 됐을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영화는 다양한 기술들을 예상할 것이고, 그와 비슷한 기술들이 사회에 점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레이아웃: 신동준 기자 sdj3862@snu.ac.kr

삽화: 김지온 기자 kion27@snu.ac.kr 김채영 기자 kcygaga@snu.ac.kr 송채은 기자 panma2000@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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