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기고 | 중앙동아리 ‘총문학연구회’

페니윙클은 외동아이로 부모님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났습니다. 나무요정 마을은 마법의 숲 가장 깊숙한 곳에 있어 백년에 한 번 인간이 올까말까 합니다. 마을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요정들이 살고 그들은 아주 천천히 나이가 들며 늙어 죽는 일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단 한 요정, 나무요정의 여왕1만은 누구보다도 나이가 많으나 외모가 영원히 변치 않습니다. 여왕의 궁전은 마법의 숲에서 가장 오래된, 시간의 고목나무 안에 있습니다. 그 나무 자체는 아주 작고 초라하여 전혀 눈에 띄지 않지만 비밀 출입구 안으로 들어가면 끝없는 공간이 이어져 있다고 합니다. 여왕의 허락 없이 함부로 고목나무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는 나오지 못한 수많은 장난꾸러기 요정들 때문에 아기 요정들은 시간의 고목나무에는 절대 허락 없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듣는다고 합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요정 마을이지만 페니윙클은 그곳이 따분하기 짝이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페니윙클은 태어날 때부터 꼬리를 달고 태어나 주위 요정들의 미움을 받았습니다. 페니윙클이 사실은 요정이 아니고 꼬마 악마라는 것 따위의 소문이 그의 주위를 계속 맴돌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페니윙클은 여왕님 외의 모든 나무요정들은 지루하고 쓸모없는 족속들이며 불의 나라 요정이야말로 진정한 요정이라고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페니윙클은 자신이 더 크고 날개가 강해지면 자신을 따르는 꼬마 나무요정들을 데리고 불의 나라로 갈 계획이라고 떠벌리고 다녔습니다.

페니윙클은 그가 삼만 오천살이 되는 해에 불의 나라로 떠나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나무요정도 불의 나라로 가는 방법은커녕 마법의 숲 밖으로 나가는 길도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 페니윙클은 누군가가 불의 나라로 가는 길을 안다면 그것은 여왕님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여왕님은 공식적인 행사 외에는 거의 모습을 볼 수가 없고 행사 때에는 여왕님을 사랑하는 수많은 요정들이 몰려 대화를 나누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페니윙클은, 수많은 그의 선배 장난꾸러기들이 그러했듯이, 삼만 사천 구백 구십 구살 어느 날 자정에, 허락 없이 몰래 시간의 고목나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페니윙클이 어떻게 시간의 고목나무의 비밀 출입구를 찾았는지는 전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페니윙클은, 수많은 그의 선배들이 그러했듯이, 시간의 고목나무 안에서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허락 없이 시간의 고목나무에 들어온 자는 길을 잃게 되는 저주가 있다는 것은 나무요정들 사이에선 상식이었는데 페니윙클은 이는 아이들을 겁주기 위한 거짓말이라고 확신했습니다.2 그리고 그는 그 확신을 계속 유지하며 시간의 고목나무를 모험했습니다. 나무 안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신비로운 방들이 이어졌고 그 안에는 환상적인 마법과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보석들, 아름답고 치명적3인 동물들이 있었습니다. 페니윙클은 넋을 잃고 나무속을 떠돌다 삼년이 지나 버려서 그가 불의 나라로 떠나기로 한 나이를 넘겨 버렸습니다. 하지만 페니윙클은 그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그동안 그가 한 여행은 너무나 많고 설명하기 힘들어서 몇 개만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만 소개하자면 그가 나무를 헤맨 지 두 번째 해에 그의 선배 장난꾸러기들이 모두 모여 있는 방에 다다른 일이 있습니다. 그들은 영겁의 시간 동안 나무를 떠돌면서 그 끝없는 신비에 미쳐버려 생각을 잃고 알 수 없는 마법에 이끌려 한 방에 모두 앉아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나무요정 뿐만 아니라 페니윙클이 알지 못하는 수많은 종족의 요정들이 있었습니다. 페니윙클은 여기에 허락 없이 들어올 정도면 자신의 친구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기에 어떻게든 이들을 깨워 불의 나라로 데려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페니윙클이 아무리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어도 이들 눈의 불은 켜지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밤들을 페니윙클은 눈물로 지새우며 자신의 동족들을4 깨워보려 했지만 허사였습니다. 결국 그 방에 도달한 지 백일이 되는 아침에 그는 떠났습니다. 이는 페니윙클의 나무속에서의 삼년을 통틀어 가장 슬픈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페니윙클은 자신이 그들처럼 될까봐 겁을 먹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페니윙클의 무엇이 그의 선배들과 달랐을까요. 그것은 알 수 없지만 페니윙클의 모험의 끝은 그들과 상당히 달랐습니다. 세 번의 봄과 일곱 번의 밤이 지난 후, 페니윙클은 드디어 시간의 고목나무의 가운뎃방에 다다랐습니다. 페니윙클은 그 방이 다른 어떤 방보다도 지저분하고 추한 문에 문고리 대신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보고 이것이 가장 특별한 방임을 확신했습니다. (이 확신은 페니윙클이 비밀 출입구를 찾을 수 있게 한 확신과도 비슷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페니윙클은 오른쪽 눈을 감고 그 구멍 사이로 왼쪽 눈을 댔습니다. 그 안에는 나무요정 마을의 여왕님과5 그녀의 아름다움에 비할 만 한 요정 두 명이 더 있었습니다. 그들은 오래된 말로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페니윙클은 수많은 밤과 낮을 잠도 자지 않고 숨도 쉬지 않으며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는데 그동안 그가 절대 알아서는 안 될 세계의 수많은 비밀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백 하고도 쉰여섯 밤이 지나자 이야기가 끝이 났습니다. 이야기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던 정신이 풀리자 세 요정은 즉시 페니윙클의 존재를 알아차렸습니다. 그들은 나무요정의 여왕, 불요정의 여왕, 안개요정의 여왕이었습니다. (이들은 각각 생명, 파멸, 그리고 비밀을 관장하는 존재들로 때로는 셋 때로는 하나 때로는 천 이십사 명의 요정이 된다고 합니다. 하나는 창조를 할 때, 셋은 세계를 보살필 때, 천 이십사는 최후의 전쟁을 할 때라고 페니윙클은 말합니다.) 노한 불요정의 여왕님은 당장 페니윙클의 존재를 태워버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자애로운 나무요정의 여왕님은 외롭고 따돌림을 당하는 딱한 페니윙클의 잘못이 아니라고, 그를 해쳐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현명한 안개요정의 여왕님은 일단 페니윙클이 무엇을 하러 여기까지 왔는지를 물어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안개요정의 여왕님이 말하자 나무요정의 여왕님이 앞으로 나서 페니윙클에게 물었습니다, “외롭고 딱한 페니윙클아. 무엇을 찾기에 여기까지 왔니.” 페니윙클은 자신에게 왜 꼬리가 달려 있는지를 묻고 싶었으나 많은 질문이 허락될 것 같지 않았기에 대답했습니다, “불의 나라로 가는 길을 알고 싶어요.” 여왕님의 눈썹 양 끝이 내려가며 그녀는 말했습니다, “나무요정이 불의 나라로 가는 순간 그 불꽃을 견디지 못하고 날개와 심장이 불타 악마만도 못한 존재가 된단다.” 페니윙클은 지지 않고 대답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갈 거예요. 어떤 삶도 나무마을에서의 삶보다는 나을 거예요.” 여왕님의 눈이 자애로운 결의로 빛나며 그녀는 선언했습니다, “내가 나의 백성 중 누구도 그런 존재가 되게 할 수 없느리라. 딱한 페니윙클에게는 나무 마을 옆에 그의 작은 왕국을 만들어 그가 영원히 나이 들지 않는 장난꾸러기 요정으로 남게 하겠노라. 사랑하는 페니윙클아, 너의 왕국에는 네가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도록 네가 원하는 물건이 열리는 소원의 나무를6 심어주도록 하겠노라.” 이렇게 이야기하고 여왕의 지팡이를7 휘 돌리자 이 모든 것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뛸 듯이 기뻐한 페니윙클은 여왕님의 볼에 끝모를 사랑의 입맞춤을 남긴 뒤에 그의 왕국으로 서둘러 가려고 날개를 펼쳤습니다. 그 순간 안개의 여왕님이 손을 들어 말했습니다, “잠깐 기다리거라. 너는 세계의 비밀을 너무 많이 알아버렸다. 시간의 고목나무, 영원의 불꽃, 비밀의 안개기둥, 셋이지만 하나, 그리고 또 천 이십사의 공간, 그 속에서의 너의 기억들은 내가 가져가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페니윙클이 책에 남긴 기억들은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페니윙클은 이것이 안개요정의 여왕님의 비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자신이 시간의 고목나무에서 있었던 일을 누설하는 순간 자신과 자신의 왕국은 재로 변할 것이라고 페니윙클는 확신합니다. 그 이후로 페니윙클은 가끔 또는 자주 나무요정 마을에 들러 못된 장난을 치고 아이들을 홀려 간다고 합니다.


[1] 역주. 요정에게는 성별이 없으나 요정의 지도자는 ‘Queen’이라고 불린다 있다.

[2] 역주. ‘persuaded that it is a lie’라고 표현되어 있음. 이후 등장하는 ‘확신’은 모두 ‘persuasion’의 번역.

[3] 역주. ‘lethal’의 번역.

[4] 역주. ‘his kind’의 번역.

[5] 역주. 페니윙클이 늘 자신을 1인칭으로 칭하기에 성별이 드러나지 않지만 이 경우에는 여왕이 여성 대명사 ‘her’로 지칭되고 있다.

[6] 역주. ‘The Tree of Wishes’의 번역으로 원문에는 고유명사라는 것이 보다 명확하게 드러남.

[7] 역주. ‘the royal wand’의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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