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에도 총학생회(총학) 선거가 예정돼 있지만 선뜻 출사표를 던질 선거운동본부(선본)의 등장은 확신하기 힘들다. 막대한 총학 선거 운동 비용은 학생들이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가로막는 장벽 중 하나다. 선본에게 선거 운동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선거공영제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꼽힌다. 선거공영제는 정말 총학 선거의 허들을 낮출 수 있을까? 『대학신문』이 선거공영제에 대한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들어 봤다.

현행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선거시행세칙) 제56조는 “후보자 사이에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고, 총학 선거에 금전이 장벽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선거공영제를 실시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최소 지원 금액은 10만 원으로, 선거가 끝난 뒤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잔여 예산 내에서 선본의 당락 여부와 상관없이 각 선본에게 동일한 금액을 환급한다. 다만 선거의 성사나 무산이 선언되기 전에 사퇴하거나 등록이 말소된 선본에는 금액의 절반만 지급한다. 총학 선관위 양어진 위원장(국악과·18)은 “제61대 선거와 재선거에 출마한 선본들은 중도에 사퇴했기에 25만 원씩 지급했다”라고 전했다. 

총학 선거 비용이 1,000만 원을 웃도는 가운데 지금의 선거공영제가 실효성을 갖는지는 의문이다. 제61대 총학 선거에서 「NOW」 선본의 정후보로 출마했던 윤민정 씨(정치외교학부·15)는 “총학 선거에 대략 1,100~1,200만 원 정도를 사용했다”라며 “단과대 학생회장 선거에 비해 더 큰 비용이 들었는데 지원금은 별 차이가 없어 의아했다”라고 말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NOW」 선본은 당시 선거 이후 50만 원을 지급받았다. 제58대 총학 「디테일」 3기 김민석 전 부총학생회장(정치외교학부·14) 역시 “선거 비용은 1,000만 원을 상회했고 지원금은 15만 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지원금의 액수가 실질적으로 선본의 부담을 덜어 주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후보들은 1인당 몇백만 원에 이르는 선거 비용을 스스로 마련할 수밖에 없다. 제57대 총학 「디테일」 2기 주무열 전 총학생회장(물리·천문학부 졸업·04)은 “한 학기 내내 과외만 하며 돈을 벌었다”라고 회상했다. 현실 정치에서는 정당이나 후보자가 공개 후원을 받기도 하지만, 총학 선거는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되기 때문에 학생들로부터 따로 후원을 받기도 어렵다. 윤민정 씨는 “선본원들에게 자율적인 후원을 부탁하기도 했지만 남은 금액은 후보가 각각 3~400만 원씩 내서 채웠다”라는 경험을 전했다. 이들은 선거 비용 지원이 확대된다면 선거 출마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거공영제 확대의 핵심은 재정 마련이다. 선관위 잔여 예산으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구조상 무턱대고 최소 지원 금액을 늘리면 선관위를 원활하게 운영하기 어려워진다. 양어진 위원장은 “학생회 예산도 부족한 상황에서 선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만큼 지원금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학생회와 선관위의 예산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는 학생회비 징수 확대가 제시됐다. 김민석 씨는 “외부에 기대기보다는 자체 재원으로 지원금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학생회비 납부 의무화가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금전적 지원을 제공하는 대신 총학생회 차원에서 선본의 홍보 활동을 돕는 방법도 있다. 각 선본의 홍보 인쇄물 제작을 비롯한 선거 운동의 일부를 총학생회가 나눠 맡는다면 선본의 부담을 크게 덜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주무열 씨는 “선거 비용은 대체로 선본원 관련 지출과 선거 홍보 인쇄물 제작, 플로터 임대 및 자보 출력 비용으로 구성된다”라며 “학생회의 인쇄물 및 자보 출력 지원을 중심으로 선거공영제를 확대한다면 학생들의 거부감도 덜할 뿐만 아니라 자금 사용의 투명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반적인 선거 비용 축소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선본 간 과도한 홍보 경쟁을 막기 위해 이미 선거시행세칙에서 선거 운동 방법이나 선거 비용 총액에 제한을 두고 있지만, 지속적인 합의를 거쳐 불필요한 관습을 덜어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민정 씨는 “예컨대 선본원들이 선본복을 입는 대신 띠지만 두르는 것으로 합의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선거공영제의 실질적 도입까지는 여러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선거공영제가 학내 의제로 자리잡아 제도의 필요성과 선본 지원 방법에 대한 학생들의 논의부터 선행돼야 한다. 본부 또한 학생사회 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공영제의 활성화나 재정 지원 여부를 논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효지 학생처장(보건학과)은 “총학 선거는 학생회가 자율적으로 주관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결정하기 전 외부에서 개입할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두 차례의 단일 선본 사퇴와 그에 따른 총학생회 선거 무산을 겪으며 무너진 학생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먼저라는 의견도 있다. 2020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최대영 의장(원자핵공학과·17)은 “이번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 총학생회 공직자 윤리 규정 신설안을 상정했다”라며 “이 같은 제도가 정착된 후 선거공영제가 논의돼도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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