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교수(의학과)가 서울대병원장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김연수 병원장은 지난 1년간 △파견∙용역 비정규직 노동자 직접 고용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생활치료센터 최초 개설 등의 굵직한 성과를 이뤄냈을 뿐만 아니라 △수술실 CCTV 설치 △의대 정원 증원 △원격 의료 등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밝히며 의료계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울대병원장 취임 1주년을 맞았는데=병원장으로 선출돼 하고자 했던 대부분의 일을 수행하고 있다. 1년 동안 병원장 업무를 수행하면서 ‘서울대병원장’이라는 자리의 무게감을 크게 느꼈다. 한 병원의 최고 책임자로서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우리나라 의료계가 잘 정비돼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런 심각한 사태에도 잘 대응하고 있다는 것에 뿌듯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에 서울대병원의 적절한 역할 수행과 임무가 부각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의료를 책임지는 주요 기관으로서 의료계 전체와 보조를 맞추고 그들의 동참을 이끌어 내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본원은 국립대병원 최초로 비정규직 직원을 직접 고용했다=지난해 9월 ‘파견∙용역 정규직 전환 노사합의서’에 서명하면서 비정규직 근로자 약 600명을 직접 고용하게 됐다. 병원 직접 고용 문제에서 가장 큰 쟁점으로 논의된 직종은 청소근로직과 시설유지직이었다. 병동 청소가 필요한 이유는 환자를 감염 물질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다. 시설 유지도 마찬가지다. 이에 청소근로직에는 ‘환자안전지원직’, 시설유지직에는 ‘환경유지지원직’이라는 새로운 명칭을 부여해 이들 근로자에게 더 큰 책임감을 불어 넣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의해 강압적으로 진행된 일이 아니다. 시작은 정부 지침에 있을지언정, 청소와 시설유지라는 업무에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함으로써 이런 업무를 병원의 고유 업무 범위 안에 포함하고자 했다. 분당 서울대병원 역시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한편 보라매병원의 경우 장례지도사를 고용하는 문제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장례 지도가 병원의 고유 업무인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상태지만, 곧 타결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중요한 것은 수술실 CCTV 설치 여부가 아니라 ‘CCTV를 수술실 어디에 달 것인가’이다. 국민들이 수술실 CCTV 설치를 요구하는 이유는 ‘의사 바꿔치기’ 때문이 아닌가. 따라서 수술실의 외부인 출입 여부를 확인하고 동시에 환자와 병원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수술실 출입문에 CCTV를 달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CCTV를 수술실 내부에 설치하면 많은 사람이 의사의 수술 과정을 감시하고 의심하게 되면서 의사가 자신 있게 자신의 수술을 집도하기 어렵고 새로운 수술 방법도 시도해볼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환자의 프라이버시까지 침해될 수 있다. 수술실 CCTV 설치의 목적이 ‘의사 바꿔치기’ 확인에 있다면 CCTV를 수술실 출입문에 설치하는 것까지는 동의하지만, 그 목적이 의사의 수술 집도 과정 감시에 있다면 그에 대해서는 명백히 반대한다.

◇의대 정원 증원 필요성을 언급했다=사회가 고령화되면서 기대 수명은 늘어났지만, 건강 수명은 그렇지 못했다. 대한민국 65세 이상 노인 열 중 아홉은 병을 갖고 있으며, 그중 일곱은 두 가지 이상의 병을 갖는다. 이에 사회는 앞으로 더 많은 의료 서비스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우리나라 의료계는 그에 발맞춰 준비하고 있지 못한 상태다. 지난 17년간 의대 정원은 연 3,000명으로 전혀 늘지 않고 있다. 의사가 70세까지 매주 5일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1년에 500명 정도의 인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의사협회는 2013년에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2018년 의사 잉여 인력이 15,000명 이상이라며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고 있다. 과거의 데이터를 두고 판단하는 것은 굉장한 오산이다. 현재 서울대 의대 졸업생의 수는 매년 140명 정도인데, 서울대병원 전공의는 180명 선발한다. 졸업생 모두가 서울대병원으로 들어와도 전공의 정원을 채울 수 없는 실정이며, 이들 모두가 의사가 되기를 강요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의대에 재학하는 동안 학생들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왜 그런 병이 생길까’ 등 인간에 대해 충분히 이해함으로써 의사가 아닌 다양한 진로로 나아갈 수도 있어야 한다. 

◇종합병원 최초로 경북 문경에 생활진료센터를 열고 원격 화상 진료를 시작했다=코로나19 환자 중 80%는 증상을 보이지 않거나 경증을 보이며, 15%는 입원해야 할 정도의 중증을, 그리고 나머지 5%는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할 정도의 중증을 앓는다. 코로나19 환자의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은 편인데 이들 모두가 중환자실에 입원할 수는 없기에 병원으로서 막중한 임무는 이들의 치료 장소를 결정하는 일이다. 이에 문경 인재원에 생활치료센터를 열어 비교적 증상이 경미한 80%의 환자를 격리해 치료했다. 또한 버스에서 엑스레이 사진을 촬영해 그것을 웹으로 전송한 후 AI 알고리즘을 거쳐 정상 여부를 판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중환자실 환자 문진을 위해 카카오톡을 활용하기도 했다. 중환자 한 명을 진료하기 위해 하루 30벌 정도가 필요했던 방호복의 수가 카카오톡 기능을 통한 화상 진료 시행 이후 3벌로 줄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병원이 많은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이런 것을 시험해볼 기회가 되기도 한 것이다.

◇정부에 전화 상담 및 전화 처방 등 원격 의료를 건의했다=제한적인 허용을 요구했던 것은 초진 환자가 아닌 재진 환자에 대한 상담이다. 환자가 자주 가는 병원에서 그 환자가 어떤 병을 갖고 있으며, 어떤 약을 먹는지 알고 있다면 환자가 굳이 직접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나 처방을 받아야 할까? 현재 우리가 가진 다양한 인터페이스와 기술을 활용하면 환자가 굳이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대면 상담과 거의 동등한 수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이런 원격 의료는 상급 병원 차원에서 제한적으로 특수 질병 환자에 관해 시행할 수 있다. 예컨대 체내에 심박동기를 심어둔 환자의 경우 그 환자가 자택에 있어도 병원 인터페이스를 통해 충분히 상황을 통제하고 선제적으로 조치할 수 있다. 

◇코로나19의 미래를 전망하자면=아직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기에 이태원발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집단감염 현상은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은 방역 시스템을 잘 유지한다면 많은 전문가가 경고하고 있는 가을 2차 대유행을 막거나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계는 하루 최대 100명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대응할 수 있는데, 2차 대유행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하루 150명이 확진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하루 15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을 가정하면, 150명 중 70~80명은 수도권에서 발생할 것이고, 그중 60명은 생활치료센터, 10명은 의료원급의 병원, 그리고 나머지 3~4명은 중환자실로 가게 된다. 확진자 한 명이 중환자실로 들어가면 다시 나오는 데 약 30일이 걸리는데, 매일 중환자실에 3~4명이 입원해 축적되는 경우의 수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비해야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에 정부에 이런 대응책을 마련할 것을 건의하고 있다.

◇시흥에도 서울대병원이 건립될 예정인데=서울대병원의 많은 내부 구성원과 ‘시흥에는 어떤 서울대병원을 지어야 할까’라는 고민을 계속해서 해왔다. 일반 종합병원이 아닌 특정 분야에 특화된 병원을 만들 것을 계획하고 있으며, 치매, 뇌졸증 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만들겠다는 고민에서 뇌인지 분야에 집중하기로 했다. 시흥시에 건설될 배곧서울대병원은 실험실과 병실이 별도로 분리되지 않으며, 다양한 실험과 연구 성과가 적용될 수 있는 병원으로 구축해 병실에 환자뿐만 아니라 엔지니어, 연구원, 의사 모두가 공존하는 현장을 구현할 것이다.

김연수 병원장은 앞으로 서울대병원은 다섯 가지의 영역에서 크게 성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료 수준 △인재 양성 △데이터사이언스 축적 △연구 역량 △사회봉사 영역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분당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 설립 예정인 배곧서울대병원뿐만 아니라 다른 국립대학병원과의 공조를 통해 서울대병원이 국민들에게 더 신뢰받는 병원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사진: 원가영 기자 irenber@snu.ac.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