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관 6층에 가본 사람이라면 몇 개의 동아리와 학내 언론 공간 사이에 있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단체를 눈치챘을 것이다. 바로 자치도서관이다. 자치도서관은 총학생회의 산하 기구 중 하나로서 학생사회가 생산하는 모든 기록물을 수집하고 보관하고 있다.

자치도서관에는 타자기를 사용하던 시대의 타이프 자료부터 최근의 디지털 자료까지 수십 년간 축적된 수많은 기록물이 보관되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체학생대표자회의 자료집이다. 총학생회 홈페이지에서는 열람하기 힘든 과거의 안건지와 회의 의사록을 확인할 수 있기에 학생 운동사를 연구하거나 학생회칙의 제∙개정 맥락을 쫓아가기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될 자료다. 뿐만 아니라 그 가치가 서울대학교의 울타리를 넘어서는 자료들도 있다. 실제로 군사독재 정권에 저항했던 민주 열사들의 의문사에 대한 경찰 수사기록이 보관되어 있을 정도인데, 이런 자료는 한국 현대사 연구 사료로서 그 가치가 높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런 기록물 중 내가 찾고자 하는 기록물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직접 찾아가서 자료 목록을 하나하나 뜯어보거나 자치도서관의 운영위원에게 연락하는 수밖에 없다. 전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비효율적인 방법이고 후자는 학생회 전반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을 생각해 볼 때 운영위원 개인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다가오는 방법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치도서관 기록물을 데이터화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는 서울대 기록관 측에서 관심만 가져준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기록관에서는 서울대의 다양한 사료를 전자책, 스캔본, 사진 등의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자치도서관의 자료는 충분히 서울대 기록물로 인정받을 만한 것이기에 기록관의 자료 목록에 충분히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수년 전 자치도서관의 자료 수용공간이 부족해 상당한 양의 자료를 기록관에 이관한 전례가 있기에 실현 가능성은 충분하다.

물론 자치도서관 내의 수많은 자료 모두를 한 쪽씩 스캔하는 식의 중노동을 바로 실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우선 자료 목록과 표지, 목차만이라도 데이터화 하면 어떨까. 최소한 어떤 기록물이 있는지를 미리 확인할 수만 있어도 접근성이 향상됨은 물론이거니와 학생 운동사나 현대사를 공부하는 연구자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학교에 출입하기가 힘든 요즈음 자치도서관 내 자료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대로 운영위원에게 연락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신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코로나19의 위험을 무릅쓰고 학교로 가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아무리 좋은 자료라도 찾기 힘들고, 읽기 위해 많은 품이 든다면 그 의미나 가치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데이터화를 통해 자치도서관의 자료들이 널리 쓰임과 동시에 지금과 같은 비상 상황에도 자료의 접근성이 보장되기를 바란다.

이범휘

인류학과·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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