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임다연 기자
취재부 임다연 기자

기사를 위해 돌린 전화만 수십 통. 막상 기사를 쓰려니 쓸 문장도 잘 떠오르지 않았다. 주제를 정했을 때부터 기사 마감일인 금요일이 되도록 끝나지 않는 취재에 지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기사 마감을 끝내지 못한 금요일, 내일도 기사 마감과 신문 편집을 위해 신문사에 출근해야 한다. 부랴부랴 12시 막차를 타며 생각해본다. ‘노동 환경 변화로 인한 노동자 불만’을 주제로 한 이번 주 기사는 꽤 고생하며 썼다. 노사 갈등에 관한 기사는 노동자 측과 이를 고용하는 사업자 측의 입장을 모두 들어야 한다. 또 이 사이에서 진실을 찾고 균형을 잡아야 한다. 쓰면서도 한숨이 나온다. 당연하지만 참 쉽지 않은 얘기다.

처음 대학노조에서 관악사가 관악사 내 체력단련실에서 민간 업체에서 운영하는 체육 시설로 사생들을 옮기기 위해 유도한다는 의혹을 제기하셨을 때 그들이 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함께 화가 나고 정의감이 솟구쳐 올랐다. 의혹에 불과하므로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보고, 진실인지를 따져봐야 함에도 말이다. 관악사는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었으며, 오히려 새로운 운동 기구까지 비치했다고 답했다. 언어교육원 계약직 강사분에 대한 문단은 거의 모든 부분이 수정되었다. 대학노조는 무기계약직 강사분들이 일부러 휴직하셔서 계약직 분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주장했다. 대학노조의 비중을 9로 언어교육원의 비중을 1로 다룬 내 기사는 15번 갈아엎어졌다. 인터뷰이의 목소리를 담으면서도 기자의 말로 진실을 다루도록 노력했다. 노사의 입장을 절충하는 과정에서 기사는 완성되었다.

호암교수회관 직원들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호암교수회관 노동조합은 이렇게 말했다. “무급 휴직 등 임금 저하에 대해 우리 조합원들은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도의 의견들이신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원이 아닌 직원의 이야기는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아 연락했더니 대답은 이러했다. “3개월씩 무급으로 쉬라고 하니까 불만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직장 내에 붙어있는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이기도 하죠. 불만 있을 거예요. 겉으로 표현을 안 하는 거지.” 한 번 더 같은 번호로 전화가 왔다.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려고요. 직원들, 힘들어서 아르바이트 나가고 이래요.”

진실을 전달해야 하는 기자의 성격에서 벗어나서 왜 자꾸 감정적으로 되고, 왜 계속 한편에만 서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균형’을 잡는 게 몹시 어렵다. 나는 좋은 말로는 열정적이고 나쁜 말로는 충동적이다. 성격이 급하고 불같으며 어떨 때는 눈물이 많고 여리다. 그래서 균형을 잡기에 취약한 기자다. 궁극적인 꿈을 기자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내 성격이 기자의 자질에 맞는지 자꾸 의문이 든다. 하지만, 그저 나는 내가 새우는 하루의 밤이 누군가가 힘들어하는 수많은 순간을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도움은 신문 한 어귀에 실리는 글 한쪽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 밤을 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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