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과 지원 미비 속에 방칡구조조정 등 발전방안 모색해야

◆ 연합전공, 몰라서 못한다?

2005년 연합전공 선발 결과에 따르면 기술경영에는 4명, 생물공학에는 1명의 학생이 지원했으며 한국학은 지원자가 없어 올해 폐지됐다. 그나마 상황이 나은 정보문화학도 21명이 지원해 정원인 25명에는 미치지 못했다.

매년 지원자가 미달되는 이유에 대해 관계자들은 “인력과 재정 상황이 열악해 자체 홍보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술경영과 생물공학의 경우, 주임교수와 조교가 거의 모든 일을 전담해야 하는데다 본부의 지원비로는 연합전공을 운영하기도 빠듯해 홍보는 거의 포기한 상태다.

서울대 홈페이지에 있는 연합전공에 대한 설명도 피상적인 수준이다. 이수를 위한 자격 요건이나 신청 시기 등은 게재돼 있지만, 교과 과정이나 교육 내용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생물공학을 전공하는 윤석민씨(생명과학부[]01)는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연합전공을 알리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 개설만 해놓고 수수방관

본래 연합전공은 이기준 전 총장이 강력하게 추진했던 사업이지만, 이기준 총장 퇴진 후에는 본부의 체계적인 지원 없이 그 운영이 주관학과에 맡겨졌다.

현재 본부에서 지급되는 기본적인 지원비는 연합전공을 제대로 운영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기술경영 주임을 맡고 있는 박용태 교수(산업공학과)는 “철저하게 본부에 의해 만들어졌는데도 사후 지원은 거의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생물공학 주임을 맡고 있는 강사욱 교수(생명과학부)도 “생물공학의 경우 실험할 일이 많아 실험비를 따로 책정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며 “2006년부터 실험을 아예 없앨 작정”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 교무처장 변창구 교수(영어영문학과)는 “연합전공에 대한 실태 분석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없다”고 말했다.

◆ 여전한 학과이기주의

연합전공의 필수 조건인 학과 간 연계도 학과 사이의 장벽이 여전히 높은 서울대에서는 유명무실하다. 연합전공을 ‘전공 침해’로 여기거나 서로 책임을 맡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물공학의 경우, 연구 영역이 겹치는 학과(부)가 여러 개 존재해 문제가 되고 있다. 강사욱 교수는 “공대의 응용화학부나 농생대의 응용생물화학부에서 영역 침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공대와 경영대가 참여하는 기술경영은 교수들 간의 교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책임을 서로 방기하고 있는 상태다. 이경재씨(공대 박사과정[]기술경영협동과정)는 “기술경영에 대한 잠재적 수요는 분명히 있지만, 관심있는 학생을 이끌어줄 만한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 독자적인 커리큘럼의 부족

참여 학과의 무관심은 커리큘럼의 부실로 이어진다. 윤석민씨는 “생물공학 연합전공에 독자적 교과목이 존재하긴 하지만, ‘생물공학’이라는 학문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인지는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기술경영의 이보라 조교는 “기술경영에서 독자적으로 개설한 교과목은 2∼3개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술경영을 전공하는 공대 학생들은 경영대 커리큘럼을 이수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 해결책은 없나

연합전공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본부의 행정 지원과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연합전공이 개설될 당시 교무처장이었던 유우익 교수(지리학과)는 “교수와 학생에게 여러 분야에 걸쳐 있는 신생 학문 연구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이해시켜야 하고, 그 뒤에는 지속적인 행정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용태 교수는 “자발적인 필요에 의해 자구책을 내놓을 수 없다면 과감히 폐지하는 등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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