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목)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던 이용수 할머니가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전 이사장인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자의 기부금 횡령 의혹을 폭로한 이후 정의연에 대한 의혹들이 연일 지상에 보도되고 있다. 정의연 측은 대부분의 의혹이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도 부적절한 후원금 사용과 부실한 회계 처리, 임의적인 운영 방식 등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로 인해 현재 정의연과 관련된 의혹은 정치권의 진영 논리나 친일·반일 프레임과 결부돼 격화돼 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의연은 ‘위안부’와 강제징용의 한 형태인 정신대 문제를 파헤치기 위한 시민운동으로 시작된 정대협을 계승한 단체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고 각종 연구 및 조사, ‘위안부’ 문제 교육, 수요집회 주최 등의 활동을 수행해왔다. 정의연이 지난 30년간 기울인 노력과 그 활동을 통해 거둔 성과는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정대협과 정의연의 활동으로 ‘위안부’ 문제는 단지 한국과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 차원의 문제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국내의 지원과 후원을 받으며 단체의 규모가 커지고 국제적인 관심까지 받게 된 상황에 이르도록 종래의 주먹구구식 회계 처리와 임의적인 운영 방식을 유지해 온 점과 함께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피해자들의 주장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검증과 조사를 통해 철저한 진상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의미의 시민운동이나 공익활동이라고 하더라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성금에 의해서 활동이 이뤄진다고 한다면, 투명한 회계와 정치 중립적인 활동 방향이 필수적인 운영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좀 더 세밀한 조사가 진행돼야 하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의혹만을 보더라도 정의연의 운영과정에는 많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가 지원금 또는 사회적 후원금을 통해 운영되는 각종 공익 법인이나 시민단체의 운영 및 회계를 투명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 공익법인이나 시민단체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보수 정부냐 진보 정부냐에 따라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대상이 바뀌었으며, 시민단체나 공익법인은 자신들의 운영과 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정의연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운영에서 드러난 문제가 지금까지 정의연이 추진해왔던 모든 활동을 중지시키거나 공헌을 폄훼하는 빌미가 돼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번 사건은 ‘위안부’ 관련 활동이 세계사적으로 보편적 가치 위에서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정의연뿐만 아니라 다른 공익법인이나 시민 단체들도 운영상의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정의를 위한 시민운동이 폄하되거나 축소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의연의 운영을 둘러싸고 벌어진 이번 사태가 일본의 극우 세력 및 그에 공조하고 있는 한국의 일부 세력들에게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호도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는 현실이 정의연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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