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정보학과 이중식 교수

정보화, 세계화, 탈 산업화로 유연해진 현대 사회에서 전통적인 학문 영역이나 고전적인 산업 도메인을 구분하던 경계의 문턱들은 급격히 낮아져 가고 있다. 핸드폰에 카메라와 TV, 그리고 무선 인터넷이 합쳐진 상품을, 한국에서 기획하고 유럽에서 설계하며 중국에서 생산하는 모습은 다양한 교차연구와 이질적 조직간의 협동작업이 일상화되어감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산업 현장들이 융합과 통합의 유연성을 과시하는 것에 비해, 대학교육은 아직 기존 틀의 경직성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지나친 현실적 변화에 대한 카운터 발란스 기능으로서 아카데미아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졸업을 앞 둔 학생들이 느끼는 현실과의 괴리감은 대학이 적극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 대안으로 학문을 수평적으로 연결하는 ‘학제간 연구 (interdisciplinary study)’와 수직적인 구도 속의 ‘산학협동연구’의 시도를 꼽을 수 있다.

학제간 연구는 오래 전 단과대 내의 협동과정으로 시도되었다가, 2002년부터는 단과대의 벽을 넘는 연합전공의 모습으로 서울대에 설치되었다. 서울대의 연합전공 시도가 대외적으로는 ‘의외이다’라는 평을 듣는다. 서울대의 유연한 변화를 예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내부적으로도 기존 학문영역의 창조적 변화를 시험해 볼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 인식되고 있다. 기존 학과에서 시도되기 어려운 수업들, 수업방식들을 연합전공에 참여한 학과에서는 직접 시도해 보고 이를 정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합전공을 운영한다는 것은 사실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새로이 등장한 영역은 끊임없이 모습을 달리하고 있으며, 그때 그때 달라지는 참여자들의 구성, 학문의 성과 및 시장상황에 따라 지속적으로 정체성을 조정해 나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이륙한 연합전공들은 날아가면서 비행기의 엔진을 고쳐야 하는 현대적 딜레마를 공유하며 목적지를 향하고 있다.

내가 속한 정보문화학은, 정보통신기술과 결합한 문화산업이 만들어 내는 문화컨텐츠를 연구하며,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기획 인력의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화컨텐츠 혹은 문화기술에 대한 우리사회의 관심은 최근 급속히 높아져 가고 있으며, 기존의 제조산업을 대체할 주요한 지식산업의 한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시장 규모로 보아 전세계 핸드폰 시장이 650억 달러인 반면, 게임 시장이 680억 달러, 애니메이션 시장은 750억 달러, 그리고 캐릭터 시장은 놀랍게도 1,430억 달러이다. 우리가 간과하던 분야들이 탈산업화와 맞물려 약진하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정보문화학은 다양한 전공에서 진입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정보기술 교육과 다양한 문화컨텐츠 관련 이론 및 실습 수업들을 운영하고 있다.

산업체와 연계한 프로젝트형 수업도 큰 특징으로 학생들은 현장의 다이나믹함을 맛볼 수 있다. 게임회사 넥슨과 공동 진행한 게임기획수업,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미니홈피’를 대체할 차세대 모델 공동 개발, SK텔레콤과 모바일 컨텐츠 공동 기획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정보문화학은 차세대 성장산업으로서 정부의 각종 지원도 받고 있고, 문화컨텐츠 진흥원의 지원으로 해외대학 유관학과에 한 학기씩 학생들을 파견하고 있으며, 현재 8명의 학생이 4개 대륙의 유수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대학의 교양교육기능, 기존 학문 영역들의 시대를 초월한 의미와 더불어 연합전공이 가져다 줄 유연성은 서울대를 더욱 풍부한 교육의 장으로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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