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미 강사(간호학과)
김수미 강사(간호학과)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세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이 세계를 뒤흔들었고, 그 끝이 요원한 시대를 사는 우리, 이제 어느덧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를 의식한 지 6개월째 접어들었다. 이제 여러분은 이 지독한 바이러스에 적응하고 있는가? 아니면 여전히 이에 압도돼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직업공간과 생활공간에서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감염의 확산을 막고 치료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부, 각 지자체 사람들, 그리고 의료인들의 노고는 아무리 언급하고 고마워해도 지나치지 않다. 시민들도 거리두기를 실천하느라 욕구를 억제하며 생활을 자제했고, 번거로워도 개인 위생을 철저히 지키려 노력했고, 정부의 지침을 믿고 따르면서 변화된 사회 활동과 관계에 신속히 대처하느라 숨죽이며 살아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감염병 대응의 세계적인 본보기가 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반면 코로나19를 계기로 다양한 인간의 모습에 분개하고 원망하기도 했다. 

6개월간 하루하루가 다이나믹하게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처리됐다. 그 기간이 짧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끝이 아니라니…. 더구나 코로나 이전 시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예측을 공공연히 듣는 지금, 그래서 여러분은 어떠한가? 이 위기에 무엇을 느꼈고,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하려 하는가? 생각해 보면 감염병의 현실적인 대처에 급급하느라 그것을 경험하는 내 감정과 생각을 돌아볼 여력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생활 속에선 어느 정도 적응해 대처하고 있지만, 마음은 여전히 혼란스럽고 허공에 떠 있는 것 같다. 이것은 바깥으로의 적응에만 급급하지 말고, 내적 적응이 되고 있는지를 살펴 보라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일상적인 삶을 혼란에 빠뜨리고 인류의 생활방식을 바꾼 코로나19를 접했던 지난 6개월간의 나를 돌아보고, 앞으로도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이 바이러스와 살아갈 삶의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코로나19 위기에 내 감정은 질병과 죽음에 대한 공포는 차치하고, 불안, 두려움, 분노, 그리고 무력감으로 나눠 볼 수 있다. 

나는 불안했다. 하루에도 여러 번 알람을 울린 재난문자와 함께 늘어가는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그리고 그 확진자가 바로 내 이웃일 수 있고, 나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생각에 불안했다. 그런데 그 불안은 ‘모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전염력이 강한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인해 이 감염병의 시작과 끝이 어딘지 모른다는 것. 

나는 두려웠다. 내가 확진자가 되면 방문했던 곳, 만났던 사람들이 2주 이상 일상생활을 접어야 했기에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두려웠고, 사회적, 정서적 관계들이 감염병으로 인해 꺼려지고, 차단되는 것이 두려웠다. 이것은 인간관계 단절에 대한 두려움, 더 근원적으로는 ‘낙인과 고립’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나는 분노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확진을 받은 사람이 아닌, 안이하고 무모한 신념으로 감염 예방 수칙을 지키지 않거나 거짓 동선을 진술해 사회에 피해를 준 사람들에 대해. 이기적인 사람들의 행동이 공동체의 노력을 무산시키는 것을 보면서 원망의 화살을 쏘아댔다. 피해는 내게 그대로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나와 공동체의 건강권이 침해된 것에 대한 분노였다. 

나는 무력했다.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 그리고 사회가 노력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감염병의 끈질김에 무력감을 느꼈다. ‘내가 열심히 수칙을 지켜 봤자 무엇하나, 개념 없이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하는 억울함과, 그 행태를 내가, 사회가 조절할 수 없음에 무력감을 느꼈다. 

이런 감정적 불편함에도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을 명심해 지키려 했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애썼고, 서로 격려하면서 위기를 참아내고 있는 나, 그리고 여러분! 급변한 생활에 적응하면서 공동체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음에 스스로 대견하고 뿌듯함을 느낀다. 자신에게 보내는 격려와 칭찬은 앞으로의 긴 시간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될 것이다.

전염병을 없앨 수 없다면 이제 그것과 함께 사는 삶을 고민할 때다. 그리고 그 삶의 방향은 내가, 여러분이 결정할 수 있다. 불안에 떨면서 그 작고 작은 바이러스에 휘둘리면서 무력감 속에 살 것인가, 아니면 바이러스의 영향을 조절하면서 통제감 속에 살 것인가? 

한 사람으로 인해 집단의 건강이 흔들렸다는 것은, 한 사람으로 인해 집단의 건강이 회복될 수 있다는 말과 같다고 생각한다. 이 위기로 인해 난, 여러분은 무력한 존재가 아닌, 공동체의 영향력 있는 존재임을 확인했고, 지금까지 우리가 잘 지켜 냈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그래, 잘 견뎌 왔고, 충분히 수고했고, 잘해 왔어!”라고, 바로 ‘나’에게 보내는 격려와 지지에서 시작함을 강조하면서 짧은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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