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두 번 바뀌도록 끝나지 않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로 우리 사회는 수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긴급 재난 문자는 일상이 됐고, 확진자 동선 공개를 통해 지역 주민들이 감염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정보의 투명하고 신속한 공개를 통해 추가적인 감염을 막을 수 있도록 한 방역 체계는 우리나라의 코로나 감염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이런 순기능의 이면에서 개인정보의 유출로 인한 여러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개인정보가 담긴 공문을 유출한 공무원이 처벌을 받는 사례가 있었고,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신상정보가 모두 공개된 확진자는 사생활 침해와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3월 ‘코로나19 감염병 환자 이동경로 정보공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 불필요한 정보를 생략하고 필수적인 정보만 공개하도록 했고, 지난달 초에는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유효기간 이후에도 노출되는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 정보를 삭제할 것을 포털 사이트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사업자에게 요청했다. 이는 확진자의 사생활 침해나 동선에 포함된 업소의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면서, 과도한 개인정보 공개에 대한 비판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방역의 핵심 축인 접촉추적(Contact Tracing)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를 조금이라도 활용하지 않을 수 없다. 통신사 기지국 정보, 신용카드 사용 내역, 교통카드 사용 내역, CCTV 등 가능한 종류의 모든 정보를 활용해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는 동선을 파악하고 추가 감염을 막는 방식이 지속됐던 것은 그에 대한 암묵적 합의가 어느 정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즉 추가 감염 피해를 신속하게 막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개인정보 보호라는 가치보다 우선시되는 것이다. 

하지만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확진자의 구체적인 거주지, 직장, 민감한 사생활까지 온라인에 떠돌며 허위 사실이 진짜인 것처럼 포장되는 동안 개인의 자유와 인권, 개인정보라는 중요한 영역이 무너질 수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 현재 감염병 타개를 위해 시행되고 있는 개인정보의 수집과 공개 방침은 정보 수집과 활용의 폭이 넓어진 빅데이터 시대라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데이터가 권력이 되는 현실에서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데이터가 되며, 그것을 통해 개인은 수익 창출의 대상이 되거나 의식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조종당할 수 있다는 실체적 가능성을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비상 상황에서 방역을 위해 개인정보를 일부 활용하지 않을 수 없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방법과 정도는 여러 가지다. 예를 들어 접촉추적에 GPS와 이동전화기지국을 활용할지, 블루투스나 QR코드를 활용할지 등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여 사회적 합의를 갖추려 노력해야 한다.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방역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민주적 절차를 통해 확보해야 한다. 개인정보와 관련된 모든 과정에서 정부와 기업의 활동에 철저한 투명성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성공적인 K방역은 앞으로 이런 민주적 투명성이 지켜지느냐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