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확산과 함께 등교 금지가 권고되면서 서울대의 2020학년도 1학기는 잠잠히 지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학생’이라는 물리적인 실체가 학내에 위치하지 않더라도 학생사회를 기반으로 한 ‘학교’라는 공간은 차분할 수 없었다. 

학생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미명 아래 지난 4월 총학생회(총학) 보궐선거에 출마한 선거운동본부(선본)는 지난해 출마한 선본과 같이 도덕성 문제에 부닥쳐 스스로 낙마했다. 지난달에는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가 열렸지만, 총학 공직자의 비윤리적 행위를 제한하는 규정을 세우려는 시도가 무산되면서 불안정한 연석회의 체제 속에서도 공직자의 도덕적 해이를 감시하는 체계를 마련하고자 했던 2020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의 피땀 어린 노력은 무너져 내렸다. 많은 학생회 관계자는 전학대회가 개회된 것 자체가 유의미하다고 입을 모았지만, 회의가 온라인으로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안건보다도 중히 다뤄져야 했을 안건이 ‘정족수 미달’을 이유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것은 참담한 일이다. 신뢰성이 바닥을 친 현재의 학생회는 학생사회의 외면을 받은 지 오래며, 안정적인 구심점이 실재하지 않는 학생사회에는 본부와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가 없는 상황이다. 1학기 비대면 수업 방침 속 △1학기 수업에 대한 성적 평가 및 학기말고사 방식 △하계 계절학기 및 2학기 강의 운영 방식 등에 대해 학생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창구가 부재한 지금, 학생들의 외침은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침전할 뿐이다. 

한편 이번 사태에서 가장 소외되고 있는 학내 노동자의 처우는 어떠한가. 이번 사태로 너 나 할 것 없이 모든 국민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당신들도 감내하라고 요구해야 할까. 학생 수요 감소에 따른 수익 급락으로 인해 직원에게 휴직을 권고하는 일이 불가피한 생활협동조합의 입장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런 사상 초유의 상황에서 학보사의 기자는 펜촉의 날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고민이 앞섰다. 학생사회의 불신을 넘어 무관심을 자초하고 있는 학생회와, 더욱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이유로 코로나19와 관련된 문제를 늑장 결정하는 본부를 겨냥해 그들의 행보를 신랄하게 비판해야 할까. 

학내 사안의 취재를 책임지는 부장으로서 선택한 방법은 학내 상황에 대한 기자들의 동정 어린 분노를 서슬이 퍼렇게 형해화하는 것이었다. 상반된 입장을 공정하고 균형 있게 전달해야 한다는 언론의 역할을 무기 삼아 기자의 목소리를 침묵시키고 기사가 고발하고자 하는 세태를 주변화했다. 하지만 매주 기사를 발행할 때마다 본부나 학생회 관계자의 거친 항의가 이어졌고 사실관계에 틀림이 없어 정정하지는 않더라도 그에 유감을 표해야 했다. 기사에 담긴 기자의 목소리를 막으려 아무리 애를 써도 그것을 소거할 수는 없었다. ‘강조했다’가 아닌 ‘못 박았다’라는 표현을 썼다는 이유로, ‘예정이다’가 아닌 ‘결정됐다’라는 표현을 썼다는 이유로 기사의 논조가 편향됐다며 질책받아야 했다. 누군가는 기자의 귀와 입을 막고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무난한 기사를 쓰기를 바랐지만 그 주장은 궤변에 불과했다. 기사의 내용에 항변하는 행태를 보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기자에게는 나도 그들과 같은 부류이며, 나의 데스킹 역시 기자들에게는 궤변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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