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과 보험, 세상을 떠받치는 두 기둥
위험과 보험, 세상을 떠받치는 두 기둥
  • 이재용 기자
  • 승인 2020.05.3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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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승훈 교수(경영학과)
석승훈 교수(경영학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이전에는 그저 추상적인 개념이었던 ‘위험’이 피부로 느껴지고 있다. 동시에 위험을 미연에 대비할 수 있는 ‘보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석승훈 교수(경영학과)는 그의 신간 『위험한 위험』(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에서 위험과 보험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분석하고 이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불확실한 위험, 다각도에서 접근해야

위험학과 보험학 등 위험관리 분야를 주로 연구하는 석승훈 교수는 사람들이 위험과 보험을 종종 오해한다고 설명했다. 석 교수는 “기존 경영·경제학에서 위험과 보험을 보는 시각이 너무 좁다”라며 위험과 보험의 올바른 이해를 위한 시야 확장을 거듭 강조했다. 지난 14일(목), LG경영관(59동) 6층 연구실에서 석승훈 교수를 만나 위험과 보험에 대한 그의 새로운 시각을 들어 봤다. 

석승훈 교수는 현대 사회에서 위험이 사회와 경제 전반에 뿌리 깊게 퍼져 있다고 말했다. 석 교수는 “경제 이론과 과학·기술의 발전은 이전까지는 불가항력적이라 여겼던 몇몇 유형의 위험을 통제할 수 있게 만들었지만, 고도의 불확실성 또한 창조했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석 교수는 “현대 사회는 고도의 산업화와 분업을 통해 세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었다”라며 “과거에는 국지적으로 끝날 수 있었던 질병이 이제는 여러 수단을 통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위험이 다가올 때 우리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석승훈 교수는 여러 위험 중에서도 특히 공동체의 결정이 개인에게 불러올 위험을 가늠할 때는 다각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석 교수는 “물론 개개인이 하나하나의 위험을 모두 다각도로 보는 것은 시간적·정신적 비용 때문에 어렵다”라며 “다만 사회적 결정을 내릴 때 그 결정의 위험을 짊어질 이들을 고려해 적어도 공동체는 위험을 다각도로 분석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그는 원자력 발전소를 예시로 들었다. 만약 확률만을 고려해 수학적 방식으로 위험에 접근한다면 원자력 발전소를 지을 때 예견되는 위험의 정도는 굉장히 낮다. 때문에 당사자가 아닌 이들은 이런 측면만을 고려해 원자력 발전소 건립을 쉽게 생각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을 비합리적이라고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위험이 직접적으로 닥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위험이 단순히 수학적 수치로 끝나지 않는다. 이들이 불투명한 미래에 갖는 불안과 예상되는 위험의 피해 규모로 인한 심리적 압박은 해당 집단 외부에 있는 사람들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석 교수는 “수학적으로만 이 문제에 접근한다면 입장이 다른 이들 간에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라며 “사회적으로 위험에 대해 다각도로 접근해야만 모두를 포용하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자본주의의 숨겨진 아킬레스건이 드러나다

석승훈 교수는 코로나19가 ̒위험의 전가̓라는 자본주의의 취약점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업들이 ‘지렛대 효과’를 이용해 높은 이윤을 추구함으로써 그 위험을 국민들에게 전가한 것이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위험을 심화시킨 하나의 이유라고 봤다. 석 교수는 “기업이 부채를 이용해 자산을 불려, 적은 자기자본으로 높은 이익률을 올릴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지렛대 효과”라며 “대신 적자가 날 때 기업이 맞이하는 손해 또한 큰데, 이런 위험은 기업이 부채를 진 이들도 함께 감수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기업이 부채를 진 대상은 다양하다. 기업이 돈을 빌리는 직접적인 부채뿐 아니라, 지급해야 할 임차료, 임금 등의 비용도 간접적인 부채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채무자를 비롯해 임차인과 근로자들도 기업에게 위험을 전가받게 된다. 이와 같은 기업의 위험 전가는 코로나19로 인한 위험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 

지금까지는 기업의 위험 전가가 은폐됐기에 대기업의 위험 추구로 인한 피해를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았다고 석승훈 교수는 짚는다. 석 교수는 “정부의 재벌 및 대기업 지원은 결과적으로 기업의 의사 결정 실수로 인해 발생한 위험을 국민의 돈으로 극복하는 것이다”라며 “정부는 마땅히 위험 책임을, 적어도 금전적인 차원에서 기업에 청구할 권리가 있어야 하지만 이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라고 설명했다. 석승훈 교수에 따르면 이 모든 일은 국민이 위험 전가의 개념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동안 벌어졌다.

그렇기에 국민에게 닥친 위험을 국가가 일차적으로 책임질 필요가 논해진다. 석승훈 교수는 “자본주의가 위험을 추구 혹은 전가하며 발전한다면, 비자발적으로 위험을 떠안는 국민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 보장이 필요하다”라며 국가 주도 사회 보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사회 보험은 보장의 정도가 미약하다. 석 교수는 “한국에서 고용 보험으로 실업자에게 주는 돈은 북유럽에 비해 훨씬 적다”라며 “사회 보험은 위험으로 인해 생계가 힘든 이들 모두를 포용할 수 있을 정도까지 이르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우리가 알지 못하던 보험의 진실

경제학자들은 보험을 수요자와 공급자가 존재하는 하나의 시장으로 바라본다. 따라서 이들은 보험 시장에서 효율성을 중요시하고,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효율적 의사 결정인 도덕적 해이와 역선택을 보험 시장에서 제거하고자 노력한다. 석승훈 교수는 이런 주장들이 보험을 경제적으로만 접근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석 교수는 “보험은 원래 서로 돕고자 하는 상호성의 정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라며 “그런 의미에서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보험은 기존의 의미가 변질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석승훈 교수는 도덕적 해이와 역선택에 대해 기존의 경제학자들과 차이를 두고 접근했다. 석 교수는 “도덕적 해이와 역선택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보험에 있어 도덕적 해이와 역선택을 완전히 해결한다는 말은 보험의 보장 범위를 좁히는 것이기에, 사회적 약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민간 보험 운영자들은 역선택을 방지하고자 보험 가입자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건강 검진 기록 제시를 요구한다. 보험 운영자들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이들이 높은 비용을 부담하게 함으로써 역선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높은 비용을 부담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가 배제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렇듯 효율을 위해 도덕적 해이와 역선택을 제거하려는 민간 보험은 결국 국민 모두를 포괄하지 못하게 된다. 석 교수는 그렇기에 보완의 역할로서 사회 보험이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곧 사회 보험이 모든 국민을 포괄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다.

석승훈 교수는 보험이 언제든 도박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 또한 문제로 지적했다. 수학적 구조로 돈의 흐름을 분석할 때 보험과 도박의 구조가 같기 때문이다. 석 교수는 화재 보험을 그 예시로 들었다. 대개 자신의 집에 화재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 화재 보험에 가입하지만, 조건을 내 집이 아닌 타인의 집으로 바꾼다면 이는 곧 도박이 된다. 자신의 위험을 방지한다는 성격이 흐려지면서, 보험의 의미는 퇴색되고 그저 타인에게 화재가 발생할 확률에 돈을 거는 꼴이 되는 것이다. 보험을 가장한 도박은 증권 시장의 CDS*, 풋 옵션*이 대표적이지만, 일반 보험에서도 이것이 일어날 가능성이 존재한다. 석승훈 교수는 “과거 기업을 보험금 수령인으로 두고 일반 피고용인의 생명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한 청소부 보험이 대표적인 사례”라며 “역사적으로 보험업계의 끊임없는 노력 덕에 보험이 도박과 다르며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인식을 심기는 했지만, 본질적인 면이 같다는 점에서 언제든 보험은 도박이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즉 계속해서 이를 방지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보험은 언제든지 윤리적인 흠결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수없이 다양한 형태의 위험이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위험과 보험은 우리와 아무리 떼려고 해도 뗄 수 없는 존재다. 석승훈 교수는 “인간은 위험 가운데 사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필연적으로 보험 세계에 살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위험과 보험을 다양하게 바라볼 것을 당부하며 “위험과 보험은 그 범위가 매우 넓기에 시장의 관점으로만 접근하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불확실한 현대 사회 속 우리 앞에 위험과 보험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는 확실치 않지만, 다각화된 사고를 바탕으로 이들을 다루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CDS(Credit Default Swap, 신용부도스와프): 부도가 발생하여 채권이나 대출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에 대비한 신용 파생 상품

*풋 옵션(put option): 옵션거래에서 특정한 기초자산을 장래의 특정 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계약

 

사진: 윤희주 기자

yjfrog00@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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