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마스크 생활
슬기로운 마스크 생활
  • 대학신문
  • 승인 2020.05.31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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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연 교수(의류학과)
김주연 교수(의류학과)

작년에는 미세먼지가 유난하더니 올해는 난데없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누구나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돼 버렸다. KF80을 쓰면 숨쉬기가 편할 것 같고 KF94를 쓰면 보호가 더 잘 될 것 같아, 어떤 걸 쓸까 잠시 고민해 보지만 다 쓸데없는 고민, 어차피 약국에서 주는 걸로 사면 된다.

KF는 보건용 마스크의 입자 포집 효율과 차압(호흡 저항)을 측정해 기준 이상의 성능을 인증하는 규격이다. 이 밖에도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인증하는 KCs, 이미 유명해진 N95 등급의 규격 등 국가별, 용도별로 여러 규격과 기준이 존재한다. KCs 등급은 식약처의 KF 등급과 유사한 방식으로 평가되지만, 미국 기준인 N95, R95, P95 등의 등급은 평가 기준이 상이해 KF 등급과 정확히 대응해 비교하기 어렵다. 그렇다 하더라도 N95와 가장 비슷한 등급이 뭐냐고 묻는다면, 입자에 대해 95% 정도의 여과 효율을 갖는다는 점에서는 KF94나 KCs 1급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KF94 마스크가 항상 N95 성능을 맞추는가, 그건 또 아니다. 미국의 N형(N95, N99, N100) 마스크는 소금 입자를 최대 200mg까지 로딩시켰을 때 최대 투과율이 5% 미만이어야 한다. 초기 투과율이 매우 낮더라도 입자의 지속적 로딩에 따라 투과율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초기 투과율로 평가하는 우리나라 규격과는 평가하는 방식이 다르다. 

그렇다면 KF94를 맞추는 것보다 N95를 맞추는 것이 더 어려운가? 꼭 그렇지는 않다. 테스트하는 유량은 국내 규격이 더 크기 때문에 투과율이 더 높게 나오기도 한다. 국내 규격은 소금 입자와 유성 입자(파라핀 오일) 모두에 대해 초기 투과율이 6% 미만이어야 하는 반면, 미국의 N형 규격은 소금 입자로만 테스트하므로, 단순히 효율이 94~95% 정도로 비슷하다고 말할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소금 입자를 지속적으로 로딩시킬 경우, 초기 투과율에 비해 항상 투과율이 점점 증가돼 마스크 성능이 떨어지는가? 꼭 그런 건 아니다. 입자를 포집하는 필터에서 섬유의 밀도가 높아 빽빽하다면, 입자 로딩 초기부터 섬유 사이의 기공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호흡 저항은 급격히 높아지겠지만 입자 여과 효율은 오히려 높아지게 된다. 이런 마스크의 경우, 초기 투과율이 최대 투과율과 같은 값을 갖게 되고, KF94의 등급을 받았다면 N95 등급 기준도 충족시킬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으로 포집 효율이 높은 마스크는 차압도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입자 포집을 물리적 포집 메커니즘에만 의존할 경우,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해진다. 차압은 마스크 착용자의 생리적 부담으로 작용하므로, 차압 대비 효율이 높은 필터를 제조하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대부분의 보건 마스크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전기력을 갖는 필터를 사용한다. 정전기력이 있는 필터를 사용하게 되면 물리적 포집 효율과 정전기적 포집 효율을 동시에 가져, 일정 차압 대비 효율이 높아지는 효과를 갖는다. 이런 정전기력은 정전기 처리 방법과 필터 소재 특성에 따라 비교적 오래 유지되기도 하고, 빨리 사라지기도 한다. 마스크를 세척하기도 하고, 알콜로 소독하기도 하며, 열처리를 해 재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이는 결코 슬기롭지 못한 마스크 사용이다. 이런 관리 방법에 의해 필터의 정전기력이 소실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전기력에 의한 입자 포집을 기대하지 않는 천 마스크의 경우는 위생상 세척이 필요하므로 논외다. 

최근 문제가 되는 바이러스 에어로졸 또는 비말로부터의 보호를 위한 마스크 사용은 미세먼지를 차단할 때와는 다른 문제가 있다. 비말의 사이즈는 비교적 큰 편이라 국내외 규격을 통과한 마스크라면 비말이나 에어로졸을 여과하는 효과는 클 것이라 예상하지만, 침과 같은 비말액이 마스크를 젖게 할 경우, 이후 접촉에 의한 감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게 된다. 따라서 마스크를 자주 교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스크의 오염 부위를 직접 접촉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일반적으로 미세먼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쓸 때 호흡 저항이 심하다면, 또는 마스크 내 축축한 습기가 축적돼 불쾌하다면, 배기 밸브가 달린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을 권하지만, 바이러스로부터 서로를 보호하는 목적으로 마스크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배기밸브가 없는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배기밸브가 있는 경우, 내쉬는 숨, 재채기 등을 통해 나가는 비말이 상대를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부터 나와 남을 보호하려면 가능한 대면 접촉을 피해야 한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슬기로운 마스크 생활로 조심조심 이 시기를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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