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하기 짝이 없지만, ‘정보의 홍수’라 표현하는 게 당연해진 시대다. 알 권리가 개방됨에 따라 원하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늘어났고,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와 플랫폼도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작금의 상황을 보면 전자보다 후자가 홍수의 사태를 가속시킨 주된 원인이라 할 수 있겠다. 유튜브를 포함한 각종 SNS 사이트, 소규모 단위의 플랫폼에서 얼마나 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지 생각하면 말이다. 이처럼 미디어의 숫자와 정보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전통 매체들은 ‘사양 산업’의 영역으로 밀려나고 있다.

여기서 전통 매체에 해당하는 것들로는 TV(지상파, 케이블)와 종이 신문이 대표적이다. 이들에게는 ‘레거시(Legacy) 미디어’라는 호칭이 붙는다. ‘레거시’란 과거로부터 물려 내려온 기술, 방법, 컴퓨터 시스템을 뜻한다. 다시 말해, 새로운 매체의 등장으로 기존의 매체들이 수호했던 권위는 ‘낡은 것’으로 치부된다. 사람들은 낡은 매체에 종사하는 이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정부의 동향에 휘둘리면서도 기성의 권위에 취해 있기에, 중립적인 기사를 쓰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그렇기에 이 매체들은 ‘적폐’라는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해방 이후에 창간돼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종합 일간지들, 지상파․종편 방송사가 직면하는 비난들을 떠올려 보라.

물론 사람들이 보내는 비판의 내용은 근거 없는 악감정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언론 통제가 극심했던 시절, 전통 매체들이 지키지 못했던 중립성. 언론인으로서의 권위를 권력으로 오인했던 개인들. 보도 윤리를 준수하지 않는 기자들. 대중이 전통 매체를 ‘레거시 미디어’라 규정하며 적폐의 온상으로 치부하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들이 분명 있다. 그러나 비판의 탈을 쓴 비난을 마주칠 때마다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 간접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직접적인 차원에서 그것을 느낀다. 학보사도 어찌 됐건 종이 신문을 발행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종종 동일한 비난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요즘 대체 누가 신문을 읽고, TV로 뉴스를 보냐는 말. 

유치한 ‘급 매기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전통 매체의 권위를 존중해달라는 말은 하고 싶다. 기성은 사전적으로 “이미 이루어짐. 또는 그런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성이라는 말이 붙는 매체들은, 언론의 발자취 안에서 명백하게 뭔가를 이뤄 왔다. 잘못만 저질러 온 게 아니다. 긴 시간 동안 기성 언론사들이 쌓아 온 매체 파급력과 어젠다(agenda) 제기 능력,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의 체계성, 여전히 정보의 주된 공급처라는 사실. 이 모든 것들을 그릇된 권위로 간주하는 비난에 아쉬움을 느낀다. 전통 매체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간 ‘기성 매체로서’ 쌓아 온 전문성 역시 희석되진 않으리란 점 역시 확실하다. 그러니 감히 매체에 대한 존중을 부탁드린다고 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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