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지구, 막을 방안은 없다
뜨거워지는 지구, 막을 방안은 없다
  • 대학신문
  • 승인 2020.05.31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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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회 교수(지구환경과학부)
허창회 교수(지구환경과학부)

지난 5월 22일에 기상청은 올해 여름철 기후 전망을 발표했다.

“올 여름철 기온은 평년보다 0.5∼1.5도 높고, 지난해보다는 0.5∼1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여름철 폭염 일수는 20∼25일, 열대야 일수는 12∼17일로 평년(각각 9.8일, 5.1일)보다 2배 이상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개 우리나라 여름철 폭염에 영향을 주는 주요한 요인으로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의 변동을 들고 있다. 기상청에서는 올해에 필리핀 동쪽 바다의 대류 활동이 평년과 비슷해 북태평양고기압이 크게 발달할 가능성이 적다고 예상하고 있다. 티베트고기압도 지난겨울과 봄에 티베트고원에 눈이 많이 내려 강하게 발달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두 가지만 놓고 보면 최소한 여름철 초반에는 그렇게 무더울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기상청에서는 여름철 중, 후반에는 더울 것이라고 예상한다. 기상청의 발표에 따르면 “여름철 중, 후반에 들어서는 티베트고원 눈도 빠르게 녹고 북태평양 대류 활동도 강해져 한반도가 두 고기압의 영향권 안에 들어가면서 상당히 더울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한다. 추가해서 올해 열대 태평양에 있는 엘니뇨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다소 낮은 상태를 보이고 있다. 적도 무역풍이 평년보다 약해져 동태평양의 수온이 높아지는 현상인 엘니뇨 상태에서, 그 반대 상태인 라니나로 이동하면서 티베트고기압이 상대적으로 덜 발달했던 2016년과 비슷한 경향을 보일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2016년 여름에 발생한 폭염은 8월 들어 강해져 하순까지 길게 이어졌고, 이해 여름은 2018년과 1994년에 이어서 역대 세 번째로 더웠던 해로 기록된다.

2020년 여름철 더위가 기상청의 예측대로 2016년과 비교될 정도가 된다면 역대 기록으로 남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기록은 조만간 경신될 것으로 생각한다. 지구온난화가 갈수록 강화돼서 여름철 무더위가 올해만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는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지구의 기온이 높아지는 현상이다. 하지만 지구 표면과 모든 대기층에서 기온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주로 지표면과 대류권에 국한돼서 기온이 높아지며, 반대로 성층권에서는 온도가 낮아진다. 

지구온난화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서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나 메탄 등 온실가스양이 과도하게 많아져서 발생한다. 온실가스가 많아지면 지표면에서 우주로 방출되는 지구복사 에너지의 흡수가 증가해서 결과적으로 지구복사 방출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지구-복사와 태양-복사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지구 표면 온도의 네 제곱에 비례하는 지구복사 강도가 필연적으로 커져야 한다. 그래야 온실가스가 지구복사를 차단하는 정도를 상쇄시킬 수 있다. 이처럼 지구복사 강도를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표면과 대류권 기온을 높이는 것이다. 정리하면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증가하면 필연적으로 지구온난화가 강화된다는 것이다.

때때로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인간 활동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증가가 아니라고 주장하거나 지구온난화 현상 자체를 부정하는 ‘지구온난화 회의론’을 언급하면서 지구온난화가 과학자들이 만들어낸 음모가 아니냐고 얘기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때는 그냥 재미로 온난화 회의론을 얘기하면 된다.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 쌓이는데 기온이 변하지 않으려면 이들 효과를 반감시키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어야 할 텐데, 필자가 알고 있기로는 이런 무엇인가는 없다.

지구온난화를 얘기할 때에 자주 언급되는 내용으로 ‘기후 피드백’을 들 수 있다. 날씨나 기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베도 피드백’이나 ‘구름 피드백’을 들어 봤을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북극 주변 지역에 얼음이나 눈이 녹으면 알베도(지표면 반사도)가 줄어들어서 태양복사 에너지를 이전보다 많이 흡수하게 되고, 이로 인해서 지표면 기온이 높아지는 것이 알베도 피드백이다. 지표면 기온이 높아지면 얼음과 눈이 더 줄어들어서 다시 알베도가 감소하고 태양복사를 더 많이 흡수하는 작용이 반복되면서 지구온난화가 더 강화되는 것이다. 구름 피드백도 이와 비슷해서 결과적으로 지구온난화를 촉진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후 피드백 과정들이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온난화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는 듯하다.

기상청에서는 올해 여름에 국한해서 기온을 예측하는 반면에,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대기과학자들은 향후 30년 혹은 100년 후의 기온이나 기후를 전망한다. 지금 20대 학생이 60세가 넘어서 은퇴를 할 즈음에는 지금의 여름철 기온이 매우 낮다고 여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에는 평균 기온이 지금보다 최소한 섭씨 2도 이상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대기과학자들은 앞날의 기후를 전망하고 이것의 신뢰성을 점검하는 방안으로 과거에 관측된 기후자료를 분석한다. 앞으로 40년 후인 2060년까지 우리나라 여름철(6~8월 평균) 기온변화를 전망하기 위해서 기후 모델링을 수행하였다. 그림은 서울에서 근대 기상관측기기로 얻은 지난 112년(1908~2019년)의 기온 관측자료와 기후 모델로 전망한 1980~2060년의 기온 모의 결과를 시계열로 표시한 것이다.

1908~2060년의 서울의 여름철 기온 시계열. 굵은 선은 지상 관측, 세모 실선은 기후 모델 전망을 나타낸다.
1908~2060년의 서울의 여름철 기온 시계열. 굵은 선은 지상 관측, 세모 실선은 기후 모델 전망을 나타낸다.

그림에서 보듯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서울의 여름 기온은 지난 112년 동안 한 번도 낮아진 적이 없었다. 관측 시작 이후 20세기 후반까지 비슷한 온도 값을 유지하다가 1994년에 직전 연도보다 3도 이상 급격하게 상승했다. 이후 기온의 평균값은 그 이전보다 1도 상승했고, 2018년에는 관측 이래 가장 높은 값(26.6℃)을 기록했다. 이런 급격한 기온 상승 경향은 서울뿐 아니라 비슷한 시기부터 관측을 시작한 강릉, 인천, 포항, 대구, 전주, 울산, 광주, 부산에서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후 모델은 지구 시스템을 구성하는 해양, 대기, 지면, 해빙, 생태계 간의 복잡한 상호 작용을 수학 방정식을 통해 간단히 표현해 기후를 예측해주는 시스템으로, 기후 모델로 전망한 서울 기온에서도 급격한 기온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 이 그림을 보는 어떤 사람들은 기후 모델이 서울이라는 좁은 지역에서 나타나는 급격한 기온의 상승을 어떻게 정확하게 잡아낼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의심을 풀어줄 명확한 답은 준비돼 있지 않다.

기후 모델은 현재의 기온 값을 잘 모의하고 있다. 1980년부터 최근까지 약 40여 년의 기온이 24.5도로 나타나는데, 관측값과 매우 흡사하다. 흥미롭게도 기후 모델은 2040년 즈음에 기온의 갑작스러운 상승을 모의하고 있다.

관측이나 기후 모델의 전망에서나 공통적으로 평균 기온이 갑작스럽게 상승하는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 이때 갑작스러운 기온 상승 이전에 고온으로 여겨졌던 값들이 이후에는 평균값이 된다. 관측 자료에서는 1994년에, 기후 모델 모의에서는 1990년 중반과 2030년 후반에 이런 갑작스러운 기온의 상승이 나타났다. 앞서 언급했듯이 상승 이전의 고온값이 그 이후에는 평균값이 되었고, 두 차례의 갑작스러운 기온 상승 후에는 저온값이 되는 것이다.

기후 모델 전망이 어느 정도 신뢰성을 갖는다고 가정하면 1994년과 2018년에 우리나라에 나타난 역대 최고의 무더위가 21세기 중반에는 평균 기온으로 일상화되거나 평년보다 낮은 정도가 된다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여길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게 현실로 나타날 것이 거의 틀림없다.

올해 겨울과 봄에는 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전 세계적으로 대기오염물질 배출원이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혹, 이런 비슷한 일이 지구온난화에도 나타나지 않을까 바라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유감스럽지만 이산화탄소-지구온난화 관계는 코로나-미세먼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미세먼지는 대기 중에 머무르는 기간이 수일에 불과하므로 배출량을 줄이면 바로 그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는 대기 중에 배출되면 100여 년 후에 바다나 육지로 되돌아간다. 즉, 지금 당장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도 그 효과는 100여 년 후에야 나타난다는 얘기다.

지구온난화에 의해서 일상화되는 우리나라 여름철 무더위를 막을 비책은 없다. 무더위에 적응하면서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게 씁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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