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을 위한 연구, 사회 속으로 퍼져 나가다
삶의 질을 위한 연구, 사회 속으로 퍼져 나가다
  • 이재용 기자
  • 승인 2020.06.07 0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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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기반 실천을 통해 삶의 질을 책임지는 생활과학연구소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로 인해 고객과 직접 마주하지 않고 서비스와 상품을 판매하는 ‘언택트 마케팅’이 급부상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소비 생활을 영위하는 모습을 잘 드러내는 이 용어는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산하의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2018년의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며 처음 사용한 용어다. 대개 ‘연구소’라는 공간이 우리의 삶과 그다지 실제적인 연관을 맺고 있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생활과학연구소에서는 이처럼 구체적인 삶과 매우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대상들을 연구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생활과학연구소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해 지속적으로 사회와 상호작용하려는 노력도 기울인다. 

◇국민 생활의 질적 향상을 위해=생활과학연구소는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인간이 어떤 욕구를 지니는지 분석하고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는 기관으로, 현재는 생활과학대학으로 개편된 가정대학의 부설 연구소로 1986년 3월 설립됐다. 생활과학연구소는 삶의 질 문제에 과학적으로 접근함으로써 생활의 질적 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생활과학연구소 소장 하지수 교수(의류학과)는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의 여러 성과들은 사람들의 구체적인 생활 영역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라며 “변화하는 생활 환경 가운데서 개인과 가족이 어떤 가치를 추구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문학·사회과학·자연과학뿐 아니라 의류 디자인 분야와 같은 예술의 영역까지 포괄하는 생활과학연구소는 인간 생활 전반에 대한 학제적인 접근을 꾀한다. 이를 위해 현재 연구소는 산하에 ‘노년은퇴설계지원센터’, ‘다문화생활교육지원센터’, ‘소비트렌드분석센터’, ‘패션기술센터’, ‘생활&리테일센터’의 중점 사업부, 그리고 그와는 별도로 운영되는 ‘학부모정책연구센터’, ‘대북영양정책지원실’까지 총 7개의 기관을 두고 있다. 하지수 교수는 “각각의 기관들은 전문성을 가지고 생활인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연구를 수행하며 그 결과를 산업·정책·교육 현장에 적용하고자 다방면으로 노력한다”라고 설명했다. 

◇첫째도 실천, 둘째도 실천, 셋째도 실천=생활과학연구소의 주요 키워드는 ‘실천성’이다.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센터장 김난도 교수(소비자학과)는 “이론 중심 연구뿐 아니라 실천적인 방식으로 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는 것이 현대 학계의 경향이며, 생활과학연구소는 예전부터 이를 추구해 왔다”라고 강조했다. 

매해 말에 출간돼 이듬해의 소비 트렌드를 예측하는 『트렌드 코리아』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연구 내용을 대중과 공유하며 소비 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뉴(New)와 복고(Retro)를 합성한 신조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긴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뉴트로’, ‘Work-Life Balance’의 줄임말로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 등의 단어들은 모두 이 책을 통해 대중화됐다. 김난도 교수는 “소비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은 기업의 고객 이해를 돕고, 개인의 소비 생활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라고 설명했다. 『트렌드 코리아』가 그려 낸 청사진을 통해 누구나 쉽게 이 개념들을 바탕으로 주위의 소비 현상에 대해 분석할 수 있게 해 준다는 데 이런 활동의 의의를 찾아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생활과학연구소는 사회 기여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연구 성과를 실용화하는 데 주력한다. 지역민을 대상으로 실생활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주제에 대해 강의하는 ‘새 시대를 앞서가는 열린 생활문화 교양건강강좌’가 대표적인 사업이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세부 강좌의 경우 의류 분야에서 노인을 하나의 패션 주체로 보는 시각을 설명해 줌으로써 이들도 자신감을 가지고 새로운 의류 트렌드를 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 밖에도 교양건강강좌에서는 암을 예방하는 식생활 등 일상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생활 지식을 전달한다. 하지수 교수는 “연평균 10회의 사회 환원 프로그램을 진행해, 지역 사회 구성원들이 건강하고 유익한 생활 문화를 정립하도록 돕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생활과학연구소는 지역 복지센터와 함께 지역 사회를 도우려는 노력 또한 보인다. 매년 관악구 건강가정지원센터와 함께 ‘중장년기 가족 교실’을 운영함으로써 중장년층이 가정과 사회에서 올바르게 소통하는 방법을 익히며 새로운 자아상을 확립하도록 돕는 것이 그 예시다. 

생활과학연구소는 연구 결과를 정책 수립으로 연결시켜 실제적인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내려는 노력 또한 계속하고 있다. 학부모정책연구센터 센터장 이강이 교수(아동가족학과)는 이전에 연구했던 학부모 정책을 그 예시로 들었다. 그는 “연구를 통해 일과 가정이 건강하게 양립하기 위해서는 학부모가 학교 행사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라며 “이를 토대로 관련 정책을 정부에 건의했고, 그 결과 지난 2017년 공무원에 한해서 자녀 교육을 위한 ‘자녀돌봄휴가제’가 도입됐다”라고 말했다. 이후 학부모정책연구센터는 민간 기업에까지 이를 확장할 것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이에 자녀돌봄휴가제와 유사한 형태인 ‘가족돌봄휴가제도’가 올해 1월 등장했다. 민간 기업에서 근로하는 이들에게까지 적용되는 가족돌봄휴가제도는 앞으로 학교와 가정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와 실천, 두 마리 토끼를 목표로=작년에 설립 50주년을 맞은 생활과학대학과 함께 생활과학연구소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생활과학연구소의 학문적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맞춤형 지표와 평가시스템 구축이 그 첫 목표다. 하지수 교수는 “소비자·학부모·아동 등 다양한 생활 영위 주체와 소비·주거·의생활·식생활 등 여러 생활 영역이 삶의 질 연구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연구 성과를 획일적인 기준에 따라 평가한다면 한계가 드러난다”라며 여러 범주에 따라 차별화된 연구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렇게 이뤄진 연구를 바탕으로 생활과학연구소는 사회구성원에게 조금 더 친밀하게 다가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생활과학연구소는 ‘HELP̓(Human-centered Evidence-based Life-related Problem solution)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연구 성과를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궁극적으로 사회 환원을 이뤄내리라 기대된다. 

생활과학연구소는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실천적인 연구를 지속해 오며 사회 환원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노력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이제 생활과학연구소는 아시아 권역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수 교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현재 당면한 생활 문제가 국내와 매우 유사함에 따라 그동안의 국내 연구를 바탕으로 생활과학연구소가 학문적 전도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의 삶의 문제를 포괄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하며, 이를 활용해 사회에 꾸준히 기여하는 생활과학연구소의 행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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