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신문』 2006호의 ‘비대면 강의 시스템 대체로 만족하나 개선도 필요해’ 기사를 읽었습니다. 교무처에서 실시한 비대면 강의 만족도 조사의 결과를 풀어 쓴 기사로, 학생은 녹화 동영상 업로드를 선호하는 반면 강의자는 실시간 온라인 강의를 선호하는 엇갈림이 있다는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강의를 하는 입장에서 이 통계의 행간에 대해 말할 만한 것이 있겠다 싶어 글을 적습니다.

수업의 성격에 따라, 그리고 강의자의 개성에 따라 다르겠습니다만, 강의를 하는 사람은 대부분 수강생의 수업 이해 정도를 항상 체크하고 싶어 하고 수업 중에 질문과 답변이 활발히 오가기를 바랍니다. ZOOM을 사용한 실시간 온라인 강의는 이 점에서 사전 녹화 동영상 업로드보다 훨씬 낫고, 상황에 따라서는 대면 강의보다도 나은 점이 있습니다. ZOOM에는 채팅창이 있어 학생들은 대면 강의에서 육성으로 말하는 것보다 용기를 좀 덜 내도 편하게 질문이나 의견을 던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으로 강의의 흐름을 끊는 것이 강의자와 학우들에게 폐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여 질문을 꾹 참고 넘어가는 수강생도 적지 않은데, 채팅창에 올라온 질문은 강의자가 강의 흐름에 지장이 없는 타이밍에 반응할 수 있으니 서로 부담이 한결 더적습니다.

학생 입장에서 실시간 강의보다 사전 녹화 영상을 선호하게 되는 것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할 때 강의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아울러 녹화 영상이 있으면 한 번 들어 이해 못한 구간을 거듭해 들을 수 있으니 기왕 하는 비대면 강의를 가장 효과적으로 학습에 이용할 수 있는 유형의 강의이기도 하겠습니다. 여기에 견주면 실시간 강의는 큰 약점이 하나 있습니다. 인터넷 연결 상태가 불량해서 음질이 갑자기 나빠지거나 강의실에서 튕겨 나가거나 하면 그 부분의 강의는 영영 듣지 못하죠.

이 엇갈림은 사실은 해결하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실시간 강의를 하되 그 강의를 녹화해서 수강생들이 나중에 열람할 수 있도록 파일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미 ZOOM에 ‘기록’ 기능이 있고, 음성만 나오는 파일, 슬라이드 화면만 나오는 파일, 슬라이드 화면과 발표자 얼굴이 나오는 파일 등 다양한 형태의 기록이 가능한 옵션이 있으니 수업 상황에 따라 가장 적합한 형태를 강의자가 고르면 되겠습니다. 이미 실시간 강의 후 강의 영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수업도 여럿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혹여 다음에 또 온라인으로 강의가 진행되는 학기가 오게 된다면 이 방식이 널리 확산됐으면 합니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이렇게 강의를 공개하는 경우 강의자의 초상권 및 저작권이 잘 보호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인데, 이 점에 대해서는 단과대학 본부나 대학 본부 등의 상위 기관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주시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이의종

국어국문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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