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2020년 상반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가 열렸지만, 주요 안건 중 하나였던 ‘총학생회(총학) 공직자 윤리 규정 신설안’은 정족수 미달로 다뤄지지도 못한 채 중도 폐회됐다. 오후 8시가 넘어서 시작한 회의가 예결산안 처리 등으로 8시간 이상 지속돼, 끝내 정족수 미달로 3개의 안건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이번에 신설하려 했던 총학 공직자 윤리 규정은 최근 몇 년간 벌어졌던 학생사회 대표자들의 비윤리적 행태를 반성하고 총학 선출직 공직자의 의무와 행위 제한 등을 규정하기 위해 마련됐었다. 연석회의 내부에서 의견 수렴을 거친 뒤 필요하다면 임시 전학대회를 열어 재상정할 것이라 하지만, 수년간 파행을 거듭해 온 전학대회에서 과연 이 안건이 다시 논의되고 의결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많은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자정을 넘겨 가며 장시간 회의를 해야 했기에 기존 전학대회는 번번이 정족수 미달로 안건을 다 처리하지 못하고 폐회됐었다. 이번 전학대회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한 것이기는 하지만 온라인 회의로 진행돼 고질적인 문제들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그런 기대가 무색하게도 예년과 다름없이 예결산안 처리를 위한 자료나 증빙이 부실했고 오류까지도 발견되며, 이를 다투느라 시간을 소진해 의결하고자 했던 중요 안건은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정족수 미달에 따른 중도 폐회라는 고질적인 문제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므로 연석회의는 미리 자료를 충실히 준비해 회의 진행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했다. 따라서 이번 사태의 우선적인 책임은 회의 주최 측인 연석회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수년간 지속된 전학대회의 파행적 운영으로 학생 대표들이 모여 심의하고 의결해야 할 주요 의제 및 정책들은 날로 산적해 가고 있다. 이는 학생 자치 및 학생회 활동에도 큰 부담을 주기에 학생 대표자들 또한 이번 사태를 무겁게 생각하고 이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해야 할 것이다. 특히나 이번 전학대회는 온라인으로 진행돼 회의 참석의 수월성이 높았음에도 정족수 부족으로 파행돼 논의 안건을 다 다루지 못했는데, 이는 더욱이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피곤하고 힘들더라도 중요한 안건을 남겨 둔 상태에서 회의를 이탈함으로써 벌어진 정족수 미달의 직접적인 책임은 학생 대표들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주최 측의 준비 소홀과 회의의 비효율적 진행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회의 이탈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더군다나 이전 총학 및 선거관리본부(선본)의 비윤리성을 강하게 비판했던 학생 대표들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를 신설하는 자리에 나오지 않은 점은 자기모순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이전 총학과 선본이 보여준 행태로 인해 학생 대표들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가 바닥을 쳤고 그 결과 정상적인 학생회가 꾸려지지 못한 채 연석회의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공직자 윤리 규정이라는 제도적인 규제 장치를 마련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제대로 의결해서 시행하지 못한다면 신뢰 회복은 요원한 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속히 학생회가 정상화돼 학생자치가 제대로 구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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