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 대학신문
  • 승인 2020.06.07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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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포함한 136개 단체로 구성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운동 본부가 발족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안전 관리 주체인 기업 및 경영자의 책임을 강화해 안전 관리에 대한 기업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법안으로 △산재 사망과 시민 재해 모두를 적용 대상으로 하고 △원청을 비롯한 기업·법인과 최고 책임자와 안전 담당 공무원에게 무거운 책임을 지우며 △이를 위해 처벌의 ‘하한형’을 두는 등 중대 재해로부터 시민과 노동자의 신체를 보호하고 공중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발족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추진하겠다며 본격적인 입법 추진을 예고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25일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우선 입법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855명이 산업재해로 희생됐다. 2016년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고, 2018년 석탄화력발전고 고(故) 김용균 사망사고, 지난 4월 이천 화재참사, 지난달 22일 폐기물 파쇄기 협착 사고 등의 산업 재해들이 되풀이되며 위험 관리 시스템의 허술함이 드러났다. 이에 산업 재해를 막기 위해 수차례 법 개정이 이뤄졌음에도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하다. 특히 현행법상 산업 재해가 발생했을 때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현행법상으로는 노동자, 하급 관리자에 대해서만 처벌이 가능하며, 양형 기준에도 하한형이 없어 기업에 대한 벌금은 평균 400만 원 수준에 그친다. 일례로 세월호 참사 당시 선박의 화물 적재 및 안전 장치에 책임이 있던 기업은 기름 유출로 1천만 원 수준의 벌금을 선고받는 것에 그쳤다.

산업 현장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하고 위험을 방치하는 등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주체에게 책임을 물리지 못하는 현실이 산업 재해의 고리를 끊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현행법의 양형 기준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말단 관리자의 형벌만 늘어날 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기소율이 낮은 현실에서는 문제 제기 및 책임 추궁 자체가 제대로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지난달 3일 삼표시멘트 노동자 사망 사건 당시에도, 기업이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설비를 재가동시키는 등 책임감과 경각심이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명목상의 책임자가 아니더라도 직접적 또는 묵시적으로 산업 현장의 위험성을 조장·방치한 법인 및 최고 경영자를 처벌 대상에 포함시켜 기업에 경각심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법은 원칙적으로 기업에게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그러나 기업의 경영 책임자가 안전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하면 해당 기업의 전년도 연 매출액의 1/10 범위 내에서 벌금을 가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2014년 고 노회찬 의원에 의해 대표 발의된 후 ‘과도한 기업인 처벌’이라는 반론을 뚫지 못하고 추가적인 논의도 없이 계류되다 20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통과시켜 되풀이되는 산업 재해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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