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로 내 인생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 같은 일 반복되지 않도록 힘쓸 것”

故 조 일병(수리과학부·17)이 지난해 7월 군 복무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어느덧 1년이 지나고 있다. (『대학신문』 4월 13일 자) 조 일병의 어머니 A 씨는 지난 1월 국방부 조사본부에 재조사를 신청한 상태지만 재조사에 이르기까지 1년 이상을 그저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어 직접 발 벗고 나섰다. 그는 지난달 29일(월)부터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 사이 국회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중이다. 초여름 더위가 기승부리는 시간대에도 그는 “아들은 인생을 버렸는데, 이 정도는 힘든 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며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였다.

A 씨는 1인 시위에서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 대상 기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군 외 수사기관은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뿐”이라며 “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 기한을 연장하거나 상설기구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군사망진상규명위원회는 민간 위원만 참여해 군 내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2018년 9월에 출범한 기관이지만, 현재 故 조 일병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권을 행사할 수 없다.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에 의한 특별법’에 의해 활동 시작일인 2018년 9월 1일 이전에 발생한 사망사고에 대해서만 조사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법안 발의 당시에는 상설기구로 출발했으나 ‘군의 수사 범위와 겹쳐 혼란을 일으킨다’라는 이유로 입법 과정에서 한시 기구로 변경됐다.

A 씨가 군 외 수사기관에 사건을 맡기려는 데는 군 내 수사 과정을 더이상 신뢰하지 못하게 된 이유가 크다. 그는 “타 부대에서 어떻게 수사를 했는지 보니 아들이 소속된 부대가 사건을 덮으려고 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라며 “예를 들어 변호사 선임을 주선해 줬다는 다른 부대와 달리, 아들이 소속된 부대는 변호사 선임을 요구해도 아는 변호사가 없다며 우리만 믿으라는 식으로 회유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담당 수사관에게 부대 내 부조리 정황을 알려주는 증거를 들고 가도 ‘우리가 충분히 수사하고 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라면서 “청와대에 민원을 넣고 나서야 해당 증거를 조사해 사실이라고 말해 주더라”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을 논의할 국방위원회가 지원자가 없다는 이유로 구성되지 못하고 있다. 하루빨리 재조사가 이뤄졌으면 하는 그의 입장에서는 속이 타들어 갈 뿐이다. A 씨는 “국회에 내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알리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시위에 나선 것”이라며 심정을 밝혔다.

1년 전 아들이 자택에서 목숨을 끊은 그 날, A 씨의 인생도 함께 사라졌다. 공황장애로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고 한동안은 종교에 의지해 버텨 보기도 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린 것” 그는 아들을 잃은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그날로 내 인생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앞으로 남은 인생은 아들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데 보낼 것”이라며 “군 복무하는 아들을 둔 부모들이 같은 일을 당하지 않도록 공론화에도 힘쓸 예정”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사진: 송유하 기자 yooha614@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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